2026년 6월28일 연중 제 13 주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6 28일 연중 제 13 주일

하느님이 어디 계시나? 이렇게 물어온다면, “우리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만들자.”라는 말로 대답하고 싶다.  사람은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존재이다. 그러므로 어떤 면에서 사람은 눈에 보이는 하느님이 된다. 그러기에 모든 인간은 다 하느님과의 만남의 기회요 장소가 된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내가 오늘 마주치는 직장 동료, 가족, 혹은 길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사실하느님의 모습을 담고 있는 거울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는 예언자 엘리사를 정성껏 맞아들인 수넴 여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여인은 엘리사가 하느님의 사람임을 알아보고 자기 집에 머물 수 있도록 작은 방까지 마련해 준다. 당시 나그네를 환대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친절과는 달랐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하는 것은 그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는 매우 중요한 사랑의 행동이었다. 낯선 곳에서 환대받지 못한 사람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수넴 여인은 어떤 보답을 기대하고 엘리사를 도운 것이 아니다. 그저 하느님의 사람을 존중하고 사랑으로 맞아들였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마음을 보시고, 아이를 갖지 못했던 그 부부에게 아들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주신다. 생명을 나누는 환대에 하느님께서 생명으로 응답하신 것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힘든 이에게 손을 내밀고, 외로운 사람에게 마음을 열 때 우리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전달하는 사람이 된다. 어쩌면 내가 베푼 작은 친절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하느님께서 보내신 위로가 될 수 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의 길에 대해 말씀하신다. “아버지나 어머니를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은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고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지 않는 사람도 내 사람이 될 자격이 없다.”(마태 10,37-38)  가족보다 나를 더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매정하게 들리지만, 사실은가족을 내 소유물처럼 생각하며 집착하거나 휘두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자녀를 내 대리 만족의 도구로 삼거나, 내 기준에 맞춰 가족을 구속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가족을 있는 그대로의고귀한 인격체로 존중하며 더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다. 참된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가족을 내 뜻대로 만들거나 내 기대를 채우는 도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눈으로 가족 한사람, 한사람을 바라볼 때, 가족에 대한 사랑도 더욱 깊어지고 이웃에 대한 사랑도 넓어진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십자가는 단순히 고통이나 어려움을 견디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께 십자가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사람들을 사랑하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어놓는 삶이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제자가 지는 십자가는 나 자신만을 위한 삶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위해 내어주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 안에서도 매일 이런 선택이 일어난다. 내 편안함을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내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용서를 선택할 것인가. 내 욕심을 따를 것인가, 하느님의 뜻을 따를 것인가. 바로 그 선택의 순간들이 우리의 십자가이다.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말씀하신다. “너희를 맞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맞아들이는 사람이다.”주님의 이름으로 파견된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보내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직접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복음을 전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도와주는 사람 역시 복음 선포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내 제자라고 하여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물 한 잔은 아주 작은 행동이지만, 목마른 사람에게는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 된다.

중동의 뜨거운 사막에서시원한 물 한 잔은 생명 그 자체다. ‘우물은 교회가 가진 복음과 사랑의 가치를 뜻한다. 아무리 깨끗하고 좋은 물이 우물 안에 가득 찼어도, 오염될까, 혹은 우리끼리만 마시려고 뚜껑을 닫아두면 그 우물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오늘날의 교회와 신앙인들도 우리만의 울타리 안에 갇혀 세상과 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 세상 속으로 과감하게 걸어 나가 우물 뚜껑을 열어야 한다. 우리 주변에는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외로운 사람, 지친 사람, 용기를 잃은 사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관심, 진심 어린 환대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복음이 될 수 있다. 오늘 우리는 수넴 여인의 환대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다. 하느님께서는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누군가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외로움에 목마른 이들, 상처받고 지친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관심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신시원한 물 한 잔이다. 

우리의 욕심과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고, 그리스도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선택하며 살아가자.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주님을 대하듯 따뜻하게 맞아들이다. 그 작은 사랑과 환대를 통해 우리의 삶이 변화되고, 세상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더욱 아름답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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