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o young )
그날 난,
친구가 저녁에 집으로 놀러오라는 초대를 받고 찾아 갔었다.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가니 집안은 조용하고 부모님들은 외출하고 내 친구와 웬 예쁘게 생긴 여학생, 그렇게 둘이만 있었다.
그 여학생이 차를 끓여 과자와 함께 테이블에 차려놓고는 다시 나갔다.
수줍어하며 안 들어오려는 그 여자아이를 불러 앉히고는 친구가 소개했다.
” 응, 내 사촌동생이야. 인사해라. “
갑작스런 일에 어색해진 나는 몸도 입도 얼어붙어 애꿎은 과자만 자꾸 집어먹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사귀어 보라는 그 아이의 사촌오빠인 내친구의 권유로 방과후에 광교근처에 있던 풍년빵집에서 맛있던 단팥도넛츠를
한개씩 먹었고 그다음엔 한두어 주일 지난 다음에 안국동로타리 근처에 있던 선다래빵집에서 만나 단팥죽을 한개 값 밖에 없어
하나를 나누어 먹고 그랬다.
도넛츠를 먹을 때도 그랬고 팥죽을 먹을때도 우린 서로 안보는 척 하면서 슬금슬금 한번씩 얼굴을 훔치듯 쳐다보곤 했다.
그렇게 두번째 만나고 헤어지려는데 그아이가 내손에 무슨 조그만 쪽지를 쥐어주고 달아나듯 가버렸다.
그자리에서 못펴보고 집에와서야 열어보았다.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 왜 아무말도 안하세요. 테이블만 내려다 보며 빵만 계속 드시고…
토요일 오전 수업 끝나고 덕수궁 정문앞에서 두시부터 기다릴께요.
제가 싫으시면 안오셔도 돼요. “
그날부터 난 토요일 수업 끝나기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날이 되고 수업은 끝났다.
이제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마음은 어느새 덕수궁앞을 달리고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들어오더니 그날의 주말청소당번 명단을 불렀다.
일어서려는데 맨끝에 내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나는 여느때 당번이 걸렸을 때 처럼 뺑소니 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보통 당번을 배정하고는 그냥 퇴근하시던 선생님인데 오늘은 교단에 의자를 놓고 앉으신다.
난 침이 마르고 청소하는 척 하며 계속 시계만 바라보았다.
” 선생님. 왜 퇴근 안하세요? “
” 내가 퇴근하는 거와 너 청소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냐? “
” 아니요. 그냥… “
” 알았어. 바로 네녀석 때문에 내가 퇴근도 못하는 게 아니냐?
네가 번번이 청소도 안하고 도망치는 걸 다 알고 있어. 오늘은 어림 없어. 다른 아이들처럼 빨리 청소나 해. “
정말 미치고 환장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 다 깨달았다.
” 저, 선생님. 제가 오늘 안가면 안되는 그런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그러는데요.
오늘 못하는 것 두배로 다음에 다 할테니 오늘은 좀 지금 여기서 풀어주실래요? “
” 야, 인마. 고등학생 녀석이 학교공부 끝나고 또 뭔 중대한 일이 있어?
그런 얕은 수 쓸 생각 말고 어서 청소나 해. 안속아. “
막 서둘러 끝내고 나니 두시 사십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이제부터라도 달려가면 세시엔 도착할 것 같았다.
(하느님. 제발 그아이더러 계속 기다리라고 해 주세요. 아멘.)
청소상태를 둘러보고 오신 선생님은 몇군데를 지적하며 툇짜를 놓고 다시 하라고 하신다.
( 겉으론 소리가 안나왔지만 속에서는 분명 타잔이 지르던 그 ” 아아아! ” 하는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약속시간에서 두시간 반이나 지나서 온몸에 땀으로 범벅을 하며 도착해서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 아이는 없었다.
그렇게 애 태우며 달려온 내가 자기를 싫어해서 안오는 모양이라고 여기며 그 아이는 돌아갔을 거 였다.
어쨋거나 그리고 나서는 그 아이와 나는 더이상 만나지 못하고 말았다.
지금도 얼굴 모습조차 기억속에 안떠오르는 그아이가 가끔 생각나고 한번쯤 연락이나 되었으면 하는 것은
혹시라도 상처를 주었다면 그런 사정이 있었다는 변명 얘기라도 해 줄 수 있으면 해서이다.
They try to tell us we’re too young
Too young to really be in love
They say that love’s a word
a word we’ve only heard but can’t begin to know the meaning of
And yet we’re not too young to know
this love will last tho years may go
and then someday they may recall we were not too young at all ( Nat king Cole의 노랫말 중에서)
어른들은 우리가 아직 어리기만 해서 사랑같은 건 말로만 들었지 아무 것도 모를 거라고 말하지요.
그렇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지나고나면 아마 그땐 우리가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르는 애숭이만도
결코 아니였다는 걸 아시게될 꺼야요.
( 늙절무니 – 늙은 젊은이/ 젊은 늙은이 )
고등학교 때,
나보다 2 년선배가 대학생이 되었다고 학교에 놀러와서는 날 약 올리려는지 바로 내앞에서 담배를 꺼내 피워물었다가
두손가락으로 그 꽁초를 탁 튕겨서 던지는 꼴이 좀 아니꼬우면서도 부러웠다.
” 아니 형, 한대 꺼내서 라이터하고 주던가 아니면 아예 보이질 말던가 할 일이지 시방 약 올리는 거요 ? “
” 야. 아니꺼우면 빨리 졸업 해 ! “
그러면서 별로 피우고싶지도 않으면서 내 앞에서 담배를 또 한개 꺼냈을 때,
나는 어서 어른이 되고싶었다.
그래서 내가 어른이 되면 후배들을 찾아와 약올리는 짓은 안하겠다고 겨우 그런 결심이나 하면서 그래도 어른이 되길 기다렸다.
이제 담배를 끊은지도 까마득 오랜 지금,
그렇게 기다리던 어른도 지나서 늙절무니( 늙은 젊은이 거나 젊은 늙은이거나) 중 하나일 이제는 담배를 못피워도 좋고 여학생을 돌담앞에서 기다리게 못해도 좋으니
떠나가 버린 그시절이 그리워지고 나는 지금 어떤 길을 걸어서 여기에 와 머물고 있으며 또 이제는 여기서 어떤 길로 걸어갈 것인가
보잘것 없는 부끄런 내모습을 거울앞에 세워본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아이는 매사 안쓰럽고 어딘지 불완전하여 걱정스럽고 아무리 믿어달라고 한대도 단 2 분 동안만 삶다가 꺼낸
미반숙된 계란같기만 하고 물가에 혼자 내보낸 아기 같을 것이다.
아이의 눈으로 보면
나는 이미 알 것 모를 것 다 알고 있는데 왜 자꾸만 날 못믿고 그러는 겐지 어른들이 불만스럽다.
왜 나도 다 아는데 ‘ 네가 알긴 뭘 알어.’ 그러기만 하는걸까.
나도 다 아는 거 같은데 왜 날 우습게 보기만 할까.
어른과 아이 사이에, 아이와 어른 사이에,
말은 끊어지고 대화가 안되니 소통이 없다.
소통이 안되면
피를 못돌리는 혈관이 되어 굳어지고 응고되어 너도 나도 병든 몸이 되고만다.
병든 몸은
고통이 되어 아픈소리가 새어나오고 사회는 속으로 곯아가며 그렇게 계속 살면 불꺼진 어둠에서 신음하는 사회가될 것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마땅할 것인데
아이가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고
어른은 어른도 못되고 그렇다고 아이도 아니면서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이 건강한 세상일까 ?
( 어른과 아이 – 두 친구 )
나는 가끔 그런 광고를 내고싶어질 때가 있다.
( HELP WANTED . Young, real yong friend 친구 구함. 젊은친구 구함, 진정 몸도 마음도 젊은 친구 구함 )
비현실적이다 싶어 그냥 그러고 싶어진다는 생각으로만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상상속에서 나를 어느 다과점이나 커피집에서 아니면 공원벤치에 앉아서 손자, 손녀 또래와 나누고 앉아있다.
말을 나눈다. 생각을 나눈다. 마음을 나눈다.
비현실적이다.
지금의 세상은 어떤 눈을 가지고 바라볼까 ?
가령,
80 노인과 젊은 여인이 자주 만나고 가까이 지낸다면 필시,
사팔눈이 되어 바라볼 것이다.
또 중년남자와 또 다른 젊은 남자와 가까워지면 수근대며 바라볼 것이다.
‘ 저이들은 이상한 관계가 아닐까? 저이는 혹시 젊은이를 꼬셔서 어찌 해보자는 수작이 아닐까 ?
저이는 혹시 동성애자인가 봐. ‘
또 실제로 그런 일들이 하도 많으니 그리 보아도 무리라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식이 되었건
젊음과 어른과 그 사이에는 다리가 놓아져야만 하고 마음을 열어 나누는 소통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래서 젊은이는 노인에게서 경륜을 통한 지혜를 얻고 어른은 젊은이의 세상을 이해하여 생각의 폭을 넓혀가고
그래서 서로의 간격을 좁혀갈 수 있어야 한다. 장점을 배우고 결점을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두 친구가 맥다널드에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시켜놓고 마주 앉았다 해 본다.
” 할아버지, 왜 5 분이나 늦으셨어요? 벌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셔야 돼요. “
” 알았어. 이녀석아. 오늘 어저다 일찍 왔나보다. 큰소리 치는 걸 보니. 내 나이가 너처럼 빨리 걸을 수 있어?
그런데 넌 오늘 왜 그리 핼쓱하냐? “
” 아유, 말씀도 마세요. 그 수능시험준비가 우리 젊은사람들 아예 잡는다니까요.
젊은 학생들의 청춘을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워서 공원에 나가 햇볓 한번 못쐬고 늙어가게 만들고 있잖아요.
이게 다 할아버니까지 포함해서 어르신들 책임 아닌가요? “
” 너 오늘 내가 늦었다고 마구 공격이구나.
하긴 네 말이 다 맞다. 다 우리 어른들이 너희를 망쳐놨어.. 그냥 눈만 뜨면 수능점수에 묻혀 살고.
좋은사람 만드는 게 교육이라고 말했다간 나를 정신나간 영감이라 취급할텐데?
점수 많이 받아 일류학교 가야하고, 일류 회사가야 좋은 배우자 만나고 무얼 하던지 일등을 해야지 2등 부터는 사람도 아니게
취급을 하는 세상이니 말이야. 참. 이렇게 나가다가 어디에 종착하게 될지… 야단이다.
그러나 저러나 넌 요즘 유행하는 싸이의 그 말춤이나 배웠냐? “
” 할아버지 무슨 말춤같은 말씀 하시는 거예요.
정말 우리 젊은이들 야단이예요. 말씀하신대로 일등 못하는 아이들은 자꾸 삐뚤어지고 문제아가 되어 사고치는 일에 빠지고
지금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추행, 존속살인, 살인강도,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저항하는 행위등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문제들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 무시무시한 꼴을 만나고야말 것 같아 걱정이예요. “
” 글쎄다. 너희가 나같은 세대로 되었을 때 더 밝은 세상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어두운 말종이 되어서는 안되는데… “
우리는
지금 다 함께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그 오늘의 삶은 어떤 내일을 만들게될지 아무리 바쁘고 걱정할 게 많고 한가하지 않아도
더러 더러 정말 진지한 마음이 되어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
그게 다른이들을 위한 걱정이 아니고 바로 나의 아이들이 살아 갈 내일을 엮는 일일테니까.
” 그렇다고 나 하나가 뭘 어떻게 할 수 있을려고 ? “
” 그런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지만 글쎄 나 하나가 뭘 어쩐다고 뭐가 달라지겠냐구요. “
그렇게 단정해버린다면 당신은 아마도 자손에게 무책임한 조상이될지 모른다.
수를 놓아 작품이 된 큰 그림도 한올 한올 엮어서 된 것이지 처음부터 그림이 되어 나오진 않을테니까.
눈을 뜨고 이제 정말 젊은 학생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얼른 서둘러 덩킨 도텃츠엘 갔다.
의자는 다 비어있고 카운터에서 졸고있던 인도사람 점원이 크게 소릴 지른다.
” MAY I HELP YO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