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모택동이 지배했던 암울한 세월의 중국.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또 다른 산을 넘어도 아직 한참이나 더 들어가야 하는 깡촌.
Di 는 그마을에서 할머니를 모시며 사는 열여덟의 시골처녀.
어느날 그 시골에서는 좀체로 구경하기 어려운 자동차가 도회지로부터 새로 부임해 오는
총각선생님을 태우고 나타났다.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총각선생, Yusheng 을 본 바로 그 첫순간부터 Di 의 얼굴이 달아오르고 가슴은 마구 뛰었다.
첫눈에 그만 뿅 하고 갔다.
그러나 수줍은 열여덟 시골처녀는 가슴만 사정없이 뛸 뿐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이마을에 손님이 오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것이 마을의 전통이라고 할머니가 말했다.
” 아, 그렇구나. 얼마나 고마운 할머니의 귀띰인가. “
Di 는 곧바로 부얶으로 뛰어들어 밀가루를 물에 풀어 개고 밀어서 버섯으로 속을 넣고 정성껏 만두를 빚고 만들어
선생님을 집으로 초대하였다.
할머니가 처녀의 가슴을 살려준 셈이였다.
그 다음날 부터 Di 는 이제 어제의 그녀가 아니었다.
길어 올 필요도 없는 물을 길러 우물가로, 볼일도 없는 산등성이를 오가며 밥을 태우면서도 부얶에서 문틈으로 눈은 언제나
학교앞으로 달려가 총각선생의 뒤를 쫒고 있었다.
눈은 총각의 뒷모습을 쫒고 마음은 그의 노예처럼 붙잡혀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뺨, 두근거리는 가슴,
그녀는 학교교실에서 새어나오는 총각선생님의 목소리만 엿듣고 그가 있을 교실을 바라다 보는 것만으로
가슴 뿌듯하고 마냥 행복했다.
매일 만두를 만들어 학교문 앞에다 살그머니 놓고는 수줍어 달아났다.
그러던 어느날,
그 총각선생이 만두를 만들고 있는 부얶앞에 찾아왔다.
아, Di 의 그 감동.
무슨일로 왔을까 ?
날 사랑한다고 고백하러 왔을까 ?
그렇지만 선생, Yusheng은 마을을 떠나게 되었다고 이별을 전하려고 온 것이였다.
이 무슨 청천벼락인가.
그러나 다시 오마고 했다.
그리고 예쁜 머리핀을 선물이라며 건네주었다.
월그린에 가면 일불에 다섯개쯤 될 그런 싸구려였어도 그녀에겐 열 카랏짜리 다이아보다 더 귀하고 값진 선물이었다.
마차에 올라 떠나가는 그에게 서운한 마음을 만두에 담아 전하려고 저만치 달려가는 마차를 따라잡으려고 뛰어 가다가
언덕에서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며 만두그릇이 산산조각 나고 머리에 꽂았던 핀도 어리론가 튀어 달아났다.
구름도 쉬어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열아홉살 섬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인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그자리에서 쓰러져 쏟아내는 눈물.
그것은 세상을 다 잃어버린 열여덟 순정의 깨어지는 아픔의 상처가 쏟아내는 피눈물이었다.
다시 돌아온다던 날, 그날을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며
함박눈이 쏟아지고 얼어붙는 추위에도 그녀는 매일 아침 산등성이에 올라 마차가 오기만 기다렸다.
하루가 이틀이 그렇게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그 아름다운 연인 둘은 Happy ending 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교향곡을 함께 써 가며 행복한 부부가 되어 살아
간다.
* *
중국의 유명한 여배우, Zhang Ziyi 는 이 영화, The Road Home 에서 너무나 아름답게 사랑을 담아내고 있었다.
어쩌면 영화속의 Di 보다 더 사랑하는 순정의 마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어 보였다.
그녀가 넘어져 깨어진 만두그릇을 주어 담으며 처절한 마음을 서럽게 울 때 이즈음의 젊은이들의 풍속에서 보기 어려운
그 순정하고 진지한 사랑의 표현에 그만 내 마음도 따라 울었다.
다이아 반지에, 100 평짜리 아파트 열쇠에, 의사를 찾아가 모두 뜯어 고친 남의 얼굴이 된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랑문화 얘기는 조미료만 잔뜩 섞인 라면을 먹고 나서 느끼는 뒷맛같다는 생각이다.
일불짜리 구리반지면 어떤가. 무엇이 잘못됐나.
밀가루 반죽에 정성을 쏟은 나의 마음은 싸구려이고 천한 물건인가.
Di 와 Yushrng 의 순정에 손바닥이 아프도록 응원을 보내고 싶다.
축복을 빌어주고 싶다.
많은 현대의 젊은이들이 그들을 본보기로 삼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