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이 내리네

( 공평한 하얀 눈, 공평하신  하느님 )

 

 

어둠속에서

희끄므레한 눈이 내리는 걸 내다보다가 잠이 들었었는데

아침에 내다보니 온세상을 하얀눈이 덮어 놓았다.

엊그제 꼭 나가 보아야 할 일이 있었는데 눈이 자동차의 문틈으로 스며든 채 꽁꽁 얼어붙어 문짝이 열리지 않아

손으로 두들기고 내 발만 아팠지만 발로도 한 번 걷어차고 그래도 자동차문이 

” 네 고집이 내 고집을 이길줄 알았더냐 ? ” 

결국 꼭 볼일마저 포기하고 들어와 누가 두드려줄 이도 없으니 충격으로 결리는 등뒤를 내손으로 대충 만지다가 말았었는데 

그 자동차를 또 잔뜩 뒤집어 쓰고 누어있는 저 하얀눈은 또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저러고 있을까 ?

 

그래도

하얀눈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은 

참으로 공평하시기도 하다.  

 

죄인의 차도, 의로운 이의 차도 모두 함께 덮어 놓으셨으니.

좋은 곡식과 열매 위에도, 그렇지만 엉겅퀴 위에도 하얀눈을 내리셨다.

모두 다 덮어 가리셨으니 우리의 눈으로는 누가 죄인이며 누가 의로운 이 일지 알알볼 수가 없고

하얗게 덮어 쓴 자동차는 누구의 것일지 가려낼 일도 없다.

 

그러나

저 하얀눈이 따스한 하느님의 입김을 만나 녹아 내리는 날엔

모두가 들어나고야 말겠지.

하얀 것으로 뒤집어 써서 가렸던 더러움도 그동안 멈추지 않고 이루었던 선행의 흔적도

하느님의 밝은 빛 아래에선 모두 다 들어나고야 말겠지.

 

 

 

( 고마운 토니 )

 

아직도

밖은 어둑어둑한 밤을 완전히 떨치지도 못하고 새벽녃인데

어둠속에서 누군가 이리 오고 저리 가며 부지런히 아침에 일찍 서둘러 볼일들을 찾아 나서야 할 차들 앞으로 가서

차지붕을 덮은 눈을 차주인과 함께 치워주는 이가 있다.

누구겠는가. 

잘 보이지는 않아도 분명히 그 토니(Tony) 일 것이다.

늘 그가 그랬으니까.

그 자신도 70 넘은 노인이면서 매 겨울마다 눈이 차들을 덮을 때면 여지없이 그곳에는 토니가 나와 있었다.

남의 차의 눈을 치우는데 도와주고 누가 허리가 아파 다리가 아파 절룩거리면 다가 가서 도움의 손을 내미는 토니.

 

언젠가 

주일아침인데도 누굴 돕고있는 그에게 내가 물었다.

” 토니, 아침인데 주일미사에  안늦겠니 ? “

” 응, 괜찮아. 난 교회 안다니니까. “

” 그래 ? ……… “

난 주일미사에 늦지 않으려고 서둘러 문을 빠져 나갔었다.

 

그런데

토니는 교회는 안가면서 늘 이웃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어 주고,

이글을 쓰고있는 나는 창밖으로 내다보며 남의 차는 곁눈질로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내차에 덮인 그 많은 눈을 치울 일에 걱정만 태산같이 하고 서 있다.

 

그러면

하느님은  보시기에 누구를 더 좋다고 하실까 ?

교회는 가지도 안는다면서 그냥 남 도와주는 일에만 열중하는 토니 일까 ?

아니면,

주일미사는 거르면 큰일 나는줄 알아서 자동차가 고장나면 눈길에 걸어서라도 동네성당을 찾아갈줄 아는,

그렇지만 내차의 눈은 걱정되지만 남의 차에 대해선 

” I don’t know about that. Sorry. “

그러면서 뒷짐만 쥐고 서 있는 이 글을 쓰고있는 그런 자 일까 ?

 

아무리 내자신과 이웃을 지금 비교하고 있으니 물론 자신에게 후한 점수를 매기고 싶을테지만 

그래도 분명 하느님은 (토니)를 어여삐 여기실 것이라 여겨진다.

물론 교회는 하느님이 세우시고 거룩하게 주일을 지키라 하셨으니 따르는 일이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나처럼 교회는 열심이지만 선행에는 게으른 율법주의자 보다는 

일시적인 착각으로 주일을 못지키고 있긴 해도 열심히 이웃을 위해 선행을 하고 그 이웃들을 사랑하고 있는 

그 (토니) 야말로 (하느님을 사랑하고 또 너의 이웃을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새로운 계약) 을 충실히 실행하는 이라고

말하고 싶다.

 

    ” Thank you, Tony. You are the man. “  

” 토니, 널 위해 내가 목 따는 소리지만 노래 한곡 불러줄께.

뭐라구 ? 안들린다구 ? 그렇겠지. 속으로 부르고 있으니까. “

 

 

눈이 내리네. 눈이 내리네.

꿈에 그리던 따뜻한 미소가 흰눈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네.

하얀 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그모습 애처러이 불러도 하얀 눈만 내리네.

라라라라 라라라. “

 

” 토니, 뭐라구 ? 내 노래 솜씨가 괜찮다구 ?

고마워 알아주니..

하지만 넌 고장난 가라오케 처럼 노래점수 매기는 실력이 영 아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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