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아니면 집에 있어야지



(  만우절과 고백성사 )

 

지난 3 월 말경, 

달력을 보니 마침 곧 부활주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세례를 받고 나의 대부되는 이가 가슴에 달아준 꽃 향기가 이직도 코 앞에 싱그러운듯 한데

어느새 세례교인이 된지도 3 년이 된 것을 손으로 꼽아보니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바쁘기도 했던 것 같고 그렇게 바쁜 내가 언제 뭔 죄를 많이 지은 것 같지도 않아 보여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고백성사를 한번도 못보고 지난듯 해서 좀 캥기면서도 잘 지내오긴 했지만

 이번 부활주일엔 꼭 성사를 보아야지 큰맘 먹고 신부님께 약속을 받으려고 전화를 했다.

 

고백성사는 안해도 영성체는 계속 하느냐고 물으시기에 

” 그건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 하시는 바람에 안빠지고 했습니다 했지.

 

” 신부님, 저는 시간이 월요일이 좋은데 몇시에 가면 될까요 ? “

신부님은 달력을 보시고 나서 말씀하셨다.

” 월요일은 안됩니다. 화요일 아무때나 오세요. “

” 저는 월요일이 좋은데요, 신부님 ? “

” 글쎄, 다른 날은 다 되도 월요일은 절대 안된다니까요. “

 

할 수 없이 화요일로 정하고 달력을 보니 월요일은 만우절(  April fool day ) 이었다.

아니 신부님은 내가 평소부터 거짓말 잘하는 걸 어떻게 용케도 아셨지.? 그러니 더구나 내가 월요일에

고백성사 한다는 건 차라리 안하는 게 더 낳을지 모르지 ?

 

 

( 잡고 넘어져야지 ! )

 

화요일 약속을 안 잊으려고 달력에 동그라미 하고 의자에서 내려서다가 미끄러져 꽈당하고 넘어져 얼굴이 깨졌다.

 

” 넌 또 왜 얼굴이 그 모양 됐냐, 육이오 만났냐 ? “

” 넘어졌다니까요, 엄마. 지금 육이오 지난지가 얼만데… “

” 그러니까 이 엄마가 몇번이나 일렀냐. 넘어질 땐 꼭 뭘 잡고 넘어지라니까 넌 꼭 그냥 넘어져.

  어쩜 그런 것 까지 느이 아부지 닮았냐. “

 

 

( 그냥 집에 있거라 )

 

엄마한테 꾸중 먹고 학교에 가니 마침 그 시간은 성경 신약을 공부하고 있었다.

 

전에 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어 손을 번쩍 들었다.

 

맨날 질문이라고 해야 말이 성립되지도 않는 질문이라고 선생님은 오늘도 할 수 없이 일어나 질문하라고 하셨다.

 

” 선생님. 옛말에 왜 있잖아요 ?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라. 그런 거 말예요.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더러 좁은 길로 가라고 하시고 

   옛 선조들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그러시는데  그럼 저같은 사람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요 ? “

 

” 너는 갈 것두 없어. 그냥 집에 있어, 인마. “

 

 

(  Hi. Baby ! )

 

학교에서도 선생님한테 김 새는 소리만 듣고 시무룩 해서 집에 오니까 

옆집에 사는 미국친구 유다 가 비행장에 좀 같이 가달라고 부탁했다.

중매업소를 통해 한국여인을 소개 받았는데 아무래도 영어가 잘 안 통할 것 같으니 가자고 했다.

 

비행장 출구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여인이 나왔다/

가슴에는 새로 지었는지 미국이름이 ( 엘리자베스 테일러) 라고 적혀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여인은 그 영화배우의 이미지 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유다, 그 친구는 반가운 나머지 

달려가 허그를 하며, ” 하이. 베이비. ” 그러면서 뽀뽀 하려는 자세를 취했는데 갑자기

 그여인은 화를 버럭 내며 유다의 따귀를 한 차례나 쳤다.

그러면서 유창한 한국말로  큰 소리로,

” 야, 인마. 시방 내가 몇살인데 베이비가 뭐냐 !  인마, 내가 너만한 베이비를 집에 두고 온 몸이야.  조심해. “

 

 

 

(  메기의 추억을 부르던 그 친구 )

 

한테서 오랫만에 전화가 왔다. 

당분간 전화하지 말자더니 이번엔 정말 그 약속을 지키느라 애를 쓴 표징이 역력하다.

그런데 목소리가 상당히 격앙되어 있었다.

 

” 그래, 오랫만이구나. 왜 소식이 뜸했냐 ? “

” 야. 나 그동안 몰랐다가 오늘에야 누가 말해줘서 알았는데 너 정말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너 지난번 내가 메기의 추억 너한테 불러주던 그날, 너네 게시판에다 쓰는 걸 전부 순서를 거꾸로 바꾸어

써 갖고 내가 양말도 안신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던데 그럴 수가 있냐 ?

 양말은 네가 오랫동안 안신고 다닌다고 그러고 셧츠에 단추도 대충 한두개만 채운다고 하구선 

전부 나한테 뒤집어 씌워놓았잖아. “

 

” 가만 있어봐. 흥분만 하지말고. 아, 지금 다시 보니 그렇게 됐네. 

   야, 인마. 고의로 그런 것은 아닐텐데 뭘 그걸 갖고 그래. 기왕 그렇게 적힌 걸 그렇다고 다시 고치냐, 인마 ? “

” 그것 봐. 넌 언제나 일부러 해 놓고 고의가 아니라는 그 버릇도 여전하구 말이야. “

” 알았어. 그만해 둬. 왜 갑자기 전화해서 우리 성당 게시판에 내 치부를 다 들어나게 하구 그러니, 넌. “

 

” 그리구 넌 내가 전화 안하면 넌 생전 전화도 못하니?

   소식이 없어서 난 니가 마릴린 먼로 하고 신혼여행 이라도 간줄 어. “

” 그래. 말이 났으니 말인데.

  그러지 않아도 제주도로 함께 여행 가자고 한국에 나가면 기차로 부산까지 추억여행 하기로 했는데 못만나고 말았어. “

 

” 어떻게 된 거냐. “

” 응, 먼로가 한국지리에 어두워서 기차표를 잘못사는 바람에 

그 여인은 하행선을 타구 나는 상행선을 타구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구 말았다. 뭐 되는 일이 없어.   

 주책없이 먼로 얘기는 이런 게시판에다 대구 하구 그러냐 ? 망신스럽게스리. 

그래서 오늘 니가 전화해서 꼭 말하려던 포인트가 뭐냐 “

 

” 야. 포인트는 집 몰게지 얻을 때나 쓰는 거지.

무슨 뚱단지같이 너하고 나 사이에 포인트를 찾구 그러냐.  시꺼.  그만 끊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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