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9일 미사 때 천요한신부님의 송별사

“고사 성어중에 회자정리( 會者定離 )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남에는 반드시 헤어짐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 무엇도 세상에서 영원한 만남이란 없습니다.
사랑하는 배우자도 자녀도, 친구도 시간의 흐름속에 언젠가는 반드시 헤어져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지상에서 영원한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왜 우리는 사는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계속해야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다만,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하면서 우리는 성숙해 나갑니다.
어쩌면 언젠가 지상에서 영원한 이별을 연습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우리들 삶 속에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의 자리를 마련하셨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저는 떠날 때가 됩습니다.
21년전 마치 낯선 섬에 배를 대고 섬마을에 들어온 선교사 처럼 두려움과 설레움으로 순교자 성당으로 도착했습니다.
그 21년 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하루 밤을 지낸 것 처럼 훌쩍 지내갔습니다.
21년이란 시간이 하루 밤 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곳에서 보낸 하루하루가 제 인생에서
아름답고 행복했던 하느님의 시간이었기 때문 입니다.
이 아름다운 시간을 가슴에 안고 갑니다.
머리속의 기억력은 그 사람의 얼굴과 이름등 표면적인 정보들을 기억하지만 가슴은
따뜻한 배려와 사랑 우정 용서 사람의 마음을 기억한다고 합니다.
머리속의 기억력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지만 가슴속의 아름다운 기억은 생명을 가지고 있어서 그사람의 인생의 축복이 됩니다.
저와 함께 했던 시간 부디 아름다운 추억만 가슴에 남아 여러분의 인생에 축복이 되기를 빕니다.
저 또한 제 가슴에 새겨진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을 간직하고 떠나는 것입니다.
지나온 모든 시간들 부족한 저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보잘것 없는 저를 이해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순교자 성당 신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가고 난 후에는 많은 열정을 지니신 김두진 신부님이 저를 이어 부임해 오십니다.
제가 했던 사목의 부족함을 채워 주실것은 물론이고 훨씬더 순교자 성당을 발전시키고 행복한 공동체로 거듭나게 할것입니다. 김신부님이 이곳 순교자 성당에서 행복하고 보람된 시간이 되시도록 협조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다시한번 부족한 저를 끝까지 믿어 주시고 함께 해 주셨던 신자 분들의 사랑의 신앙에 감사드리며 저의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순교자 신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안녕히 계십시요.
감사합니다. ”
~ 천요한 신부님 송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