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사람의 퀘변

당한 사람의 퀘변

 

내가 시카고에 처음 와서 얼마가 되지 않았을 때, 더듬거리며 영어를 배울 때였습니다. 아주 추웠던 어느 날이었고, 그것도 낮이 아닌 밤이었습니다.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수도원의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내가 살던 시카고의 수도원은 할아버지 수도자들이 많은 곳이고 또 많은 선교사들이 여행을 하다가 잠시 머물러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기에 늘 손님들이 많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있는 처지라 사람을 만나는 것도 겁이 나고 또 버벅거리는 영어로 이것저것 챙겨줘야 하는 것도 두려운지라 내가 문을 열어주는 예가 거의 없기에 그냥 무시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 아무도 내려가는 분이 없어 누군지 추운데 고생하겠다 싶어 내가 내려가 보았습니다.

 

밑에 내려가 보니 한 걸인이 있었습니다.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프고 갈 곳도 없으니 도와달라는 겁니다. 자기 혼자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식구들과 특히 아이들이 큰 걱정이라며 음식 사먹을 돈도 없고 잘 곳도 없으니 돈을 달라는 겁니다. 늘 미국에서 느끼는 것이지만 불필요할 만큼 난방이 잘되는 수도원이고 또 잠자리에 들려고 했었던 지라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내려갔는데 그 걸인이 하는 소리가 내 마음 한구석을 찔렀습니다.

 

이곳은 참 따뜻하네요. 밖은 무지 추운데제발 저희들을 도와주세요.”

 

참 난감했습니다. 내게 가진 돈도 없고 또 그때는 영어를 배우는 학생 때라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고…….. 결국 다시 내 방으로 올라가 내 지갑에 있는 돈을 세어보니 약 50불 정도가 되었습니다. 속으로 내일 점심 사먹을 것을 빼야하나? 아니면 학교 갈 때 지하철 타고 갈 것은 남겨둬야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지갑채 가지고 내려갔습니다. 솔직하게 그분께 내 사정을 말씀드리면서 내가 내일 학교를 가야하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20불은 내가 갖고 30불을 주겠다며 돈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양반이 더 돈이 필요하니 어떻게 안 되겠느냐는 겁니다. 다시 수도원이 참 따뜻하다며 당신은 이렇게 따뜻한 곳에서 살지만 나는 오늘 우리 가족들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난감했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은데 내일 나는 학교를 가야했고

 

결국 그분께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해 놓고 다시 수도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주무시는 신부님들 중에 내가 제일 친하다고 생각하는 신부님의 방을 두드렸습니다. 손짓 발짓으로 내가 처한 상황을 말씀드려도 신부님께서 내가 하는 영어를 못 알아들으시고 약간은 짜증스럽게 무슨 일이냐고 하시기에 밑에 사람이 있으니 한번 내려가 봐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 내려오신 다음 아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부님께서 그 걸인을 보고 하시는 첫 마디가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으니 지금 당장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걸인도 물러서지 않고 나는 지금 갈 곳도 마땅히 없고 감옥이 더 따뜻할 테니 차라리 그곳이라도 가야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는 것이었습니다. 한편으론 신부님의 행동도 야속하게 느껴지고 또 이 걸인도 막무가내로구나 하는 생각으로 잠시 헷갈리고 있는데 그 신부님께서 그 걸인 앞에서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아닙니까? 내심 놀라고 있는데, 그 걸인이 내 앞에 오더니 네가 가지고 있는 20불을 더 주면 안 되겠냐고 하더군요. 내일 학교 갈일이 막막하지만 내 지갑에서 20불을 꺼내 주려고 하자 신부님께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내시는 겁니다.

 

수도원에서 배부르고 등 따습게 살면서 어떻게 가난한 이웃을 이렇게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마음으로 화도 나고 겸연쩍기도 하고 해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이 걸인이 나에게 오더니 Hug를 하면서 고맙다. 하느님의 은총을 빈다.”며 인사를 하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한편으론 그 양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그 친한 신부님이 야속하게도 느껴졌습니다. 따뜻한 수도원에서 휑하니 찬바람 부는 것 같아 영 어울리는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마음이 그렇게 무거워져 있는데 신부님께서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저 사람은 거짓말 하는 데는 전문가다. 저 사람은 지금 가족들과 있는 것이 아니고 자기 혼자 있다. 또 네가 준 돈으로 음식을 사먹거나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니고, 아마 마약이나 술을 사먹을 것인데 과연 그것이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인지 먼저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냐………

 

그래도 내심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정하는 사람이 거짓말을 했을까 마음이 편치 않아있는데 드디어 신고 받은 경찰이 도착했습니다. 그 신부님께서 상황을 설명하자 그 경찰관은 누군지 알겠다며 지금 한 친구가 방금 이곳에서 나갔는데 그 친구냐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떠듬거리는 영어로 가족은 없고 혼자였냐고 물었더니 경찰관이 웃으면서 가족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밤에 초인종이 울려도 절대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멀쩡하게 연극하던 사람에게 속은 것이 얼마나 바보스러웠던지요.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 마실 것을 주었으며…”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이에게 해 준 것이 내게 해 준 것이다.”

 

그 이후로 내가 길거리나 혹은 우리 집에 어느 걸인이 들어와 돈이 필요하다고 내게 말을 하면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서지요. 이렇게 하는 것이 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인가 아닌가? 물론 가끔씩 수도원으로 불러 들여 따뜻한 음식을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거의 보지 못했기에 더욱더 돈을 주지 않습니다.

 

복음적으로 산다는 것.

 

어떤 때는 커다란 도전이기도 하지만,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헷갈리는 것도 또한 한두 번이 아닙니다.


                                                                             -Fr. 김 두진(바오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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