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의 기원과 의의
주일은 주님의 날(묵시 1,10)이다. 주일의 성화는 크리스천 생활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일의 경신례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별 도리 없는 일이라 하겠지만 그 밖에도 여러 가지 현대적 특수 상황 때문에 주일의 성화는 장애를 받고 있다. 더욱이 기성 신자들의 뇌리에서도 주일 휴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져 가고 있다. 미사 참례만 하고 그것으로 주일의 모든 의무를 다한 것으로 생각하는 사고 방식이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1. 주일의 기원과 의의 : 신약의 주일은 "주님의 날"이란 뜻이다. 주일은 구약의 경신일인 안식일의 의의와 목적을 완전히 채우면서도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그리스도교적 축일이다. 구약의 안식일과 신약의 주일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지만 주일의 의의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 구약 시대에 안식일은 얼마나 중요시 했었는가!
"안식일을 기억하며 거룩하게 지켜라. 엿새 동안 힘써 네 모든 생업에 종사하고 이렛날은 너희 하느님 야훼 앞에서 쉬어라. 그날 너희는 어떤 생업에도 종사하지 못한다… 야훼께서 모든 것을 만드시고 이레째 되는 날 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훼께서 안식일을 축복하시고 거룩한 날로 삼으신 것이다"(출애 20,8-11). 또한 신명기에는 안식일에 대한 구세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안식일은 "철저한 휴식의 날"이요, "야훼를 섬기는 거룩한 날"(출애 31,15)이었다. 백성들은 안식일에 성전이나 회당에 모여서 율법과 예언서를 읽으며 거룩하게 보내야 했다. 또한 특별한 제사들이 이날에 봉헌(민수기 28,9-10)되기도 했다. 이러한 안식일 준수의 의무는 매우 엄격한 것이어서 위반자는 사형에 처할 수 있을 정도였다(출애 31,14). 그런데 안식일의 휴식에 관한 규정들이 노예와 빈자들에게 휴식의 권리를 보장해 주는 인도적 조치였다. 누구나 쉴 권리가 있으며 노예에게도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이스라엘의 긴 역사 속에서 안식일은 많은 변천을 겪어 왔다. 백성들의 안식일의 준법 태도가 형식적이고 율법주의적으로 전락되었다. 예수께서도 유대인으로서 안식일의 규정을 존중하고 지키시면서도 당대 바리사이파들과 율법 학자들의 빗나간 안식일 준법 태도에 대하여는 엄한 질책을 아끼지 않으셨다. 사도들과 초기 그리스도 신자들은 당분간 안식일을 그대로 준수하였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하고 부활하신 주님의 추억으로 "주님의 날"을 설정하고 "주님의 기념제"인 미사성제를 그날에 거행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3. 신약의 주일: 구약시대에 안식일은 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는데 반해 신약의 주일은 주간의 첫날(일요일)이다. 이것은 인류구원을 위하여 수고수난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던 그리스도께서 '안식의 다음 날'에 부활하셨기(마태 28,1-7) 때문이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부활로 하느님의 아들로서의 권능을 드러내시고 인류구원의 대사업을 완성하심으로 '우리의 주님과 구세주'
(사도2,36)가 되셨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부활 날이 '주님의 날(주일)'이라고 불리는 연유이다.
4. 주일미사 : 예수께서는 당신 생애의 마지막 빠스카 축제를 기념하여 제자들과 함께 최후만찬을 하시는 도중에 당신의 살과 피로서 감사의 제사(미사성제)를 제정하셨다(마태 26,26-28). 그리고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루가 22,19)고 명하심으로써 "사랑하는 당신의 배필인 성교회에 당신의 죽으심과 부활의 기념제를 위탁"(전례헌장 41항)하시고 이 새로운 제사가 "당신이 재림하시는 날까지 영속화"하기를 원하였다. 이리하여 미사성제가 초대 공동체의 기본적 경신례로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사도들과 초대 그리스도 신자들은 주님께서 부활하신 '안식일 다음날(일요일)'마다 한데 모여 주님을 찬양하고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으며 '빵을 나누기' 시작하였다(사도 20,7). 초대 공동체의 미사성제는 주일의 필수적 행사로서 일요일을 "주님의 날"이 되게 하는 핵심이 되었다. 주일미사가 신약의 빠스카 잔치요, 주님을 기리는 가장 완전한 제사라면 주일미사에 참례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특권이며 영광된 의무인 것이다.
주일은 안식일과 전혀 다른 "주님의 날"이요, 주일의 휴식도 안식일의 휴식과 다른 그리스도교적인 기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초대 그리스도 신자들이 처음에는 안식일을 그대로 지키다가 다음 날인 주일에 '주의 만찬'을 거행하기 위하여 따로 모이게 되었으며 이제 주님의 날에 새로운 경신례(미사성제)가 이루어지게 되자 안식일은 차차 무의미한 것으로 폐지되었고, 그 대신 주일의 미사참례를 위하여 필요한 휴식을 취하는 관습이 생기게 되었다. 이것이 주일 휴식의 동기이다. 따라서 주일의 휴식은 주일에 꼭 있어야 하는 미사성제 거행을 위하여 생긴 부수적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 신자들은 주일의 휴식을 취하면서 제1차적으로 "미사성제에 참여함으로써 주 예수의 수난과 영광을 기념하고 하느님께 감사(전례헌장 106항)를 드리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그것은 미사성제가 교회 경신례의 중심이요 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일 휴식이 주일미사 참례만으로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면 주님께 대한 보다 많은 상념과 기도에 힘쓰고 자신의 영신사정에 골몰하거나 복음전파에 힘쓰는 일도 '주님의 날'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주님의 유언인 사랑의 새 계명을 깊이 묵상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 또한 주님의 날에 특별히 힘써야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 김 두진(바오로)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