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그리스도 왕 대축일에….

 

 

오늘은 교회 전례력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 왕 대축일’로 지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이 세상의 왕국이 아닌 당신의 왕국을 다스리시는 왕이심을 교회는 고백합니다. 그 왕권은 죽기까지 순명하심으로 성부께 들어 높임을 받으시고(필립 2:8-9) 당신 왕국의 영광을 차지하신 것입니다. 그리스도왕은 구약에서 예언되고 준비되었습니다. 가나안 정착시기에 왕정의 필요를 느낀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훼의 이름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왕을 탄생시키고 하느님으로 부터 왕조의 존속을 약속받습니다. (2사무 7장). 그러나 다윗왕조가 몰락하자 종말의 왕인 메시아의 약속이 생기게 됩니다. (에제 34장). 신약으로 와서 왕이신 메시아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는 고통받는 이스라엘이 강력한 왕의 탄생으로 식민지에서 구하시고, 하느님의 영광으로 강대국을 만들어 줄 인간적인 희망과 현세적인 왕권관념으로 가득차 있었으나 불행하게도 왕이신 예수님은 지상생활 동안 그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으셨습니다.

 

왕이라는 표현은 ‘권력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말’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도 자기 생각과 뜻대로 좌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 왕입니다.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고, 있던 것도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왕입니다. 이런 의미를 갖는 왕은 사극에 등장하는 조선시대의 사람들에게서나, 책에서 읽거나 만날 수 있는 왕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복음을 통해 만난 왕이신 그리스도는 그런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오히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빌라도 앞에 죄인으로 서신 초라한 왕이십니다.

 

세상의 권력자인 빌라도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선 예수님을 왕이라 지칭하고 그분을 따르려는 것은 무슨 의미이겠습니까? 그저 인도의 위대한 지도자 비폭력의 대명사인 간디나 미국의 흑인 지도자였던 마르틴 루터 킹 목사 정도의 왕이셨을까요?  아닙니다. 그리스도왕은 인류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신 분이십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같으신 분이셨지만, 죽음에 이르는 순명을 통하여 아버지로부터 들어 높이심을 받으신 분이십니다. 그나저나 하느님은 왜 쉬운 길을 택하지 않으시고 어려운 길로 가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예수님이 우리의 왕이 되셔서 우리를 다스리시면 아주 간단한 문제를 왜 바보같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아니 믿음으로는 믿을 수 있지만, 세상의 눈으로 보면 여전히 야속하고, 한심스럽고, 허망 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우리의 믿음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다리던 막강한 왕을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이 기약없는 연약한 믿음입니다. 아니 하느님이 알아서 다하시고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유아기적 신앙의 소산입니다. 마치 사과나무 아래 누워 사과가 내 입으로 먹기 좋게 쪼개어져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다름없는 오지 않을 희망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삶을 우리도 살아내야 함을 예수님은 빌라도 앞에서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아픈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죽은 이들을 살리셨던 그분의 사랑을 살아내라 하십니다. 용서하시고, 자비를 베푸셨던 그분의 삶이 우리의 삶이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삶이라 빌라도 앞에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임금이라고 네가 말하고 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

 

하느님의 자비로움, 하느님의 생명을 받아낸 우리, 그 생명을 사는 우리는 하느님의 생명이 세상에 넘치도록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오늘 듣는 제 2 독서의 묵시록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성실한 증인이시고 죽은 이들의 맏이이시며 세상 임금들의 지배자이십니다.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피로 우리를 죄에서 풀어 주셨고, 우리가 한 나라를 이루어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을 섬기는 사제가 되게 하신 그분께 영광과 권능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해서 신앙인이란 십자가를 지는 사람을 말합니다. 힘겹지만 세상에서 합당한 신앙인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구원을 가져다주신 어린양이 지셨던 십자가는 수치와 모욕을 뛰어넘어 참 생명과 사랑을 세상에 가져오게 하는 구원의 힘이었음을 오늘 독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메시아 혹은 왕이라고 고백하는 신앙인은 예수님이 증언하신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생명을 읽어내는 이들의 신앙이 그리스도 신앙입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생명이 하시는 일이 우리를 위한 진리가 됩니다. 하느님은 용서하고 살리시는 분이십니다. 우리가 배워서 실천해야 하는 진리가 바로 그것입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 것이 아니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분으로 인해 열리는 나라는 힘으로 혹은 권력으로 군림하고, 판단하고, 억압하는 나라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용서하고 살리시는 분이시며 참 자유를 실천하는 신앙인이 따라야 하는 왕이심을 신앙 안에서 고백해야 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당신 왕국에 들어가셨습니다. 그 왕국은 진리와 생명의 나라요, 거룩함과 은총의 나라요, 정의와 사랑과 평화의 나라입니다(교회헌장 36). 왕국은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확장됩니다. (사도 1:8). 재림 때 ‘모든 왕의 왕이시며 모든 군주의 군주이신’(묵시 17:14) 그리스도 왕은 모든 왕들의 도전을 물리치고 그 왕국을 성부께 바치실 것이며, 성부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실 때까지 군림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왕권을 제자들에게 주시어 그들도 왕다운 자유를 누리며 극기와 거룩한 생활로써 죄가 자신들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고(로마 6:12) 나아가서는 다른 사람들 가운데서도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겸손과 인내로써 자기 형제들을 그리스도 왕에게로 인도하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 봉사하는 것은 바로 왕권으로 지배하는 것을 뜻합니다. (교회헌장 36)

 

 – 김두진 바오로 신부 –

 

 

 

 

 

 

 

 

 

 

 

 

 

 

 

목록

'오늘의 미사' 게시판 최근 글 목록

제목
작성자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