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구역의 미사를 하느님께 드렸습니다.
몇 차례 연기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진 미사여서인지 여느 때보다 더욱 거룩한
마음들이 되어 성가 401번으로 주님을 찬미하며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미사가 연기되었던 사유들이 믿음 안에서의 형제와 자매의 장례절차와 겹쳤던 것은
우연 같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 곁을 떠나가신 교우들이 우리들의 신앙의 뿌리를 더욱
굳혀주는 보탬이 아니었을까 헤아려봅니다. 아직도 친형님을 떠나보내신 슬픔의 앙금
이 그대로이실 천 신부님은 그런 기색도 안보이시고 우리들에게 주님의 복을 빌어주셨
습니다.
그러시면서 우리 8구역이 많은 면에서 모범 같다며 덕담을 건네주셨습니다.
가시는 구역마다 같은 말씀으로 격려하시며 챙겨주실 것이라 어림잡아 보니 그 잠깐
동안 고향을 다녀오시면서 어느새 한국말이 다소 서툴러지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
다.
그리고 미사 중 오늘 복음말씀의 뜻을 우리들 가슴에 새롭게 심어주셨습니다.
주님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마음을 마침성가 399번으로 다짐하였습니다.
미사 후에 오순도순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로 친교를 나누는가 싶었는데 자매님들이
모였던 저쪽 방에서 느닷없이 동네가 떠나갈 듯 거의 고성방가(?)에 가까운 굉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놀란 가슴이 지금도 조금 두근댑니다. 나중에 자매님들의 얼굴을 확인할 때까지는
언제 한국의 그 많은 유명가수들을 그렇게 많이 모셔왔었나 잠시 오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고향을 떠나와 살아가면서 구겨지고 찌든
마음 한 구석을 그렇게라도 해서 조금씩 덜어내는 일은 가끔 필요하겠다는 공감이
들었습니다.
다만 동네 주님들이 다음 구역미사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주었으면 쓰겠다는 진정이
있을까 그것이 좀 염려되는 것 말고는 다 좋았지요.
거기까지는 다 좋았다니까요. 문제는 다른 방으로 건너와서 생겼지요.
그 방에는 사모님들을 모시고온 수많은 고개 숙인 형제님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머리 숙여 기도와 묵상에 몰두해 있는 줄 착각했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지요. 알고 보니 모시고 갈 사모님들이 나오실 때까지 대기실에
서 기다리고 있는 운전기사들이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운 방인데도 한기를 느꼈습니다.
아득한 그 시절(남편은 하늘, 아내는 땅) 뭐 그런 동요 비슷한 말이 돌던 한때도 있긴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간에 큰 문제가 있는 남편이 아니고서야 감히 어느 누가 그런 위험한 생각을
품겠습니까.
우리는(사모님은 하늘, 남편은 지하실)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는 현실을 고개를 저어
억지로 부인하며 서둘러 집을 향해 떠나왔습니다.
밖에 나왔을 때 왜 그때 잠깐 해방감을 느꼈는지 난 몰라요.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것
은 우리는 주님 안에서 모두 다정하고 사랑하는(하나)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즐겁고 기쁜 저녁이었습니다.
-8구역 민 모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