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 성인의 셀폰

겨우 쌓였던 눈들을 좀 녹여 놓았는가 했더니 또 하얗게 덮히기 시작합니다.
다시 쌓여가는 눈을 보니 지난 일이 생각납니다.
그날이 대림절 판공성사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에 회개의 시간을 갖는답시고 자신을 돌아보았습니다.
바쁘게만 살아왔는데 내가 뭔 죄 지을 시간이나 있어 봤나?
별로 없어 보이니 고해소에 들어가면 늘 하던 식대로 신부님앞에 무릎 꿇고
이렇게 시작해야지,

” 신부님, 이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가 좀 있습니다…”

무슨 고백을 죄목도 없이 요렇게 요상하게 시작해야 하나,그러고 있었지요.
몸에도 때가 너무 많으면 못 느끼듯이 죄도 너무 많으면 저 처럼 깨닫지도 못하게
되나봅니다.

그래도 어쨋던 가야지 하고 창을 내다보니 눈이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오늘 가서 죄를 다 고하고 보석으로 내 마음을 저렇게 눈처럼 하얗게 하고 돌아와야겠다고 중얼대며 길을 나섰습니다.

한참을 눈속을 헤메며 용감하게 전진했지만 이제 한 치앞도 못알아보게 퍼붓고 있었지요.
오늘 하루 넘겨 또 다른 죄목이 쌓이기 전에 덜어놓고 오려했지만 포기하고 되돌아 섰는데 이미 밀리는 차량들이 길을 메우고 차라리 걷는 것이 더 빠를지싶을  속도로 그래도 다행히 그날 안으로 자정이 되기전 까지는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정표를 보니 다음날에 대건성당으로 잡혀져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 대건성당을 향해 서둘러 나섰는데도 곧 날이 어두워졌어요.
전에 갔었던 길인데 한참을  헤메도 알 수 없어  길을 묻기로 했습니다.

길만 더듬으면 될 것을 말이 더듬어져 나왔습니다.
” 혹시 김대건 신부님 셀폰 전화번호 아시나요? “
” ……. ? “

전화받은 저쪽에서 난감했던지 아무 대답이 없네요.
아마 년말에 과음으로 시달리다 아직도 덜 깨어난 사람 정도로 인정했겠지요.

성인님께 전화를 안하고도 용케 찾아냈습니다.

일찍 왔는지 제 앞에는 한 분만 계서서 두번째로 줄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작 전 오분쯤부터 본당 신자들이 몰려 들어서기 시작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입니까요?

제 앞에 섰던 분과 인사를 나누며 한 사람씩 제 앞에 끼여듭니다.
새치기지요.
뒤에 선 저에게는 눈길을 주는 일도,  양해를 구하는 일도 없습니다.
저는 한참 밀려 뒤로 가게되었습니다.              

제 마음에는 이제 온갖 분심과 시험에 빠지려는 유혹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하고 싶은 입을 손으로 간신히 틀어막아야 했습니다.

할 수없이 김대건 성인님께 셀폰을 걸었습니다.

” 신부님, 이 사람들 이게 뭡니까? 이 분들, 성사보러 온 것 맞아요?  신부님이 다음 주일 미사때  혼 좀 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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