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를 위하여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천둥은 먹구름속에서 그렇게 또 울었나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신
머언 머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 밤에 무서리가 그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보다
국화 옆에서…

                                               (서 정 주 님의 시를 빌렸습니다.)

덥다, 무덥다하며 땀을 닦고 선풍기 앞을 떠나기를 머뭇거렸었는데
어느새 집 앞 골목 모서리에서 가을의 냄새가 스며오나 싶습니다.
가을인가 싶어  화분에 잠겨진 국화의 얼굴을 들여다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봅니다.

그 깟 국화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하여서라도
이른 봄부터 소쩍새는 울어대었고
밤 새도록 무서리는 또 그리 내리고
가슴 설레인 시인은
간 밤에 국화꽃 한 송이 곁에서 잠마저 설치며 기다리고
공을 들이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시인의 그 고은 마음같은 바탕도 아니면서
도대체  무엇에 마음이 뺏겨 공연히 시인의 겉모습이나 따라 하려고 잠 설치고 일어나 앉아 영혼의 거울앞에 내 자아를 비춰봅니다.

주님은 도대체 무슨 연고로 그 때에
흙을 빚어 나를 만들어 내셨을까?
더구나
당신 모습을 닮도록 빚어 내셨을까?
겉을 닮게 만드시고는 그냥 내 보냈다가는 망나니가 되고말까 싶으셔서
그 안에 숨을 불어 넣으시며 안팎이 다 주인을 닮기를 원하셨을까?

사람 하나를 만들어 세상에 내 보내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과 공을 들이셨을까?
다만 가을에 그깟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하여서도 소쩍새는 이른 봄부터 울어대었고 시인은 그 앞에서 밤을 지새우는데
나의 하느님은 이 사람 하나를 만들어 내시고는 얼마나 많은 밤을 내 곁에서 지켜보고 계실가?
그렇게 온 정성으로 지어 낸 이 사람이 행여라도 헛되고 빗나가기라도 하면 어쩔까 마음 조리시며 얼마나 가슴뛰는 긴 밤을 지 새고 계실까?

그런데, 그런데 나는 그 분앞에 어떤 모습인가?
어깃짱 놓고 빗나가고 헛되기만하고 거기에서 그치고 있는가?
그 분께 등 돌리고 돌아서서 돌 던지고 침 배았고 가슴에는 대못을 밖아 망치질 해대며
내가 하는 일에 방해하며 말리지 말라고 고함을 쳐대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하고싶은대로 내 살고싶은대로 살게 좀 내버려달라고 떼를 쓰고 있는가?

세상에 나가 살 때는 물론이고 그 이의 성전안에 들어와서 조차 형제를 심판하고 티눈을 찾아 내어 이웃에 광고를하고 공연한 배앓이를 해내며 남 앞에서는 목을 높이 세워서 유아독존, 가장 선한 독선을 일삼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도 언젠가 한 번만은 부끄러워 할 적도 있었나?

아!
나는 이 밤에  재를 뒤집어 쓰고 가슴을 치며 통곡이라도 하자.
엎드려 고하고 곡하며 회개하고 용서를 빌자.
국화꽃 한 송이를 피우려고 시인은 긴 밤들을 지새는데
나는 주님께서 국화꽃 한 송이보다는,  공중을 나는 참새 한 마리보다는 훨씬 귀한 사람으로 지어내시지 않았는가?
가을 밤들이 지나 시들어 버려지는 국화꽃이 아니라면은 그 답게 주어진 여정을 공들여 걸어가자. 내 뜻을 다 하고 내 정성을 다 하고 마음을 다 하여 걸어가 보자.
그리하여 그 날 거기에 다달았을 때에 주님이 잠겼던 문을 열어주시며 반가이 손을 잡아주실 수 있도록 걸어가 보자.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인가?
주님안에서라면 불가능이 없을 것인데, 없을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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