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과 같음

엊그제는
11 월을 바라는 시카고의 날씨답지도 않게 온화한 날이었습니다.
두어가지 긴히 볼일도 있어 나서려다 창으로 스미는 따뜻한 내음이
제 마음을  유혹하여 운동화로 갈아 신고 옷도
곧 날아갈 차비를 한 제비처럼 가벼운 것으로 갈아입고 부얶으로 달려 가
도시락을 챙겼습니다.

피넛버터와 젤리를 빵에 발라 한 조각,
바나나 그리고 쵸코랫 캔디 하나
아직 뚜껑을 따지 않은 물병 하나
이렇게 그렇듯한 식단을 둘러매고  동네 공원으로 갔지요.

이 공원은 피정이나 야유회로 저희 교우들도 이용했던 그 곳이었습니다.
불룩 배를 좀이라도 꺼 내릴 셈으로 언덕위의 전망대를 향해 전진했지요.
한 번은 그럭 저럭 마치고
두번째를 시도했는데 숨을 헐떡이며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엉거주춤 쉬고있었는데

뒤쪽에서
뻐스에서 중학교 여학생쯤 되어보이는 수십명의 무더기 그룹이 함성을 질러대며
몰려 나왔습니다.

무엇인가 지도교사의 지시를 들은 아이들은
“CAN YOU DO IT, ARE YOU  READY?” 라는 선생님의 선창에
“YES, WE CAN!” 으로 화답하더니
언덕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진기한 구경거리에 저는 한 쪽켠으로 물러앉아 호기심으로 보고있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그리고도
경주는 계속되고 있었지요.
아마도 인근 여학교의 운동부 선수들인 모양이였습니다.
암만 한창 나이의 운동선수라도 그렇지 그 높은 언덕배기를 걷는 것도 아니고
달음질로 저렇게 계속 뛰러 오르다니… 경탄스러웠습니다.

서 너바퀴가 넘어서더니 하나씩, 둘씩 낙오자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신기한 광경이 제 눈을 크게 만들었습니다.

지쳐서 포기한 낙오자들은 한쪽으로 물러나 쉬려니 싶었는데
뛰고있는 아이들 곁에 줄 서서 소리치고 박수치며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였습니다.

” Yes, You can do it better, Go! One more time, Go!”
그에 힘입어서였을 것입니다.
지쳐 넘어지려던 아이들도 이를 악물고 한바퀴, 그리고 두바퀴를 더 달리고 있었지요

그래도 못견뎌 낙오하고 나오면
달려가 그를 안아주고 추겨주면서 북돋아줍니다.

“YOU DID IT, Yes, you made it. You are great, you are the best !”

아 ! 이 얼마나 감격인가요,
얼마나 뭉쿨한 감동입니까 ?
저도 모르게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치솟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이것이 (공동체)의 진정한 모습 아닐까요?

그냥 한가하게 사치스럽게 바람이나 쏘인다고 공원을 찾은 저에게 주님은
소중한 메시지를 준비하셨다가 저의 눈과 가슴을 열어주시려 하셨나봅니다.
주님은 그 광경을 보여주시며 저에게 묻고 계셨습니다.

” 너는 저런 경우에 어쨌겠느냐 ? 응 ?”
저의 고개는 땅으로 떨구어졌습니다.
아마도 분명히 이랬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힘겨워 일찌감치 낙오되면
남들도 얼른 함께 낙오되길 바라고
나보다도 먼저 떨어지는 이를 보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잘하는 이웃에겐 심술이 돋아 배앓이를 하고야 말테니까요.

                                                    * * *

지금
사도 바오로의 편지를 여러분들 틈에 껴서 배우고 있습니다.
그 편지에서 지금 바오로는,
고린도 교회의 형제들이 (바오로파)니, (아폴로파)니 하며 갈라서서 분열한다는
소식에 크게 염려하며
“그러면 그리스도가 갈라졌다는 말입니까?” 하며 분개하고 있지요.

분파, 분열.
어딜가도 둘이 모이면 두 파, 셋이면 세 파로 갈린다는 말을 쉽게 듣습니다.

                                                      * * *

저는 가끔 참 별난 생각이 일어납니다.
교회에서건, 세상의 단체건 어떤 공동체안에서건
역설적으로 말해
(분파)는 (필요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하게 됩니다.
결코 제까짓게 뭘 안다고 건방지게 까부는 그런 마음으로 하는 생각은 아닙니다.

(분파)라는 의미가 갈라지는 (분열)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다만 (다름)이라는 뜻으로라면 말입니다.

한번 (예)를 갖고 생각해보기로 하지요.

야구장에서 열광하는 군중들 모습을 봅니다.
그들은 아마도 그곳에 오기전까지 가정에서, 직장에서 거리에서 누구와 또는 어떤
일이나 생각때문에 갈등하고 부닥뜨리며 살다가 왔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단 야구장안에서만은 오직 하나의 마음으로 경기에 열중하고 있지요?
자기가 응원하는 팀과 선수에게 마음을 모아 그들의 승리를 위해 함성으로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 일은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모두가 다른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왔어도 하나를 향해 마음을 모았기때문이지요.

같은 맥락으로
오케스트라도 그런 경우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몸의 지체로있는 (손가락)을 생각합니다.
왜?
전지전능하신 창조주는 사람의 손가락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꾸미셨을까 생각합니다.
길고, 짧고 그리고 두텁고 가늘며
다른 모습들이 손이라는 하나로 뭉쳐 그 기능을 하는 모습은 신기하기도 해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일사분란하게 하나가되어 기계처럼 동작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평양 모란봉운동장에 모여 오직 그 수령을 위해 사열하고 있는 북한의 백성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왜 ? 감동이 아니고 머리카락이 솟고 소름이 돋는 느낌이 마음을 떨게 해 주었을지요.

그들 각자의 자의적 마음이 모아진게 아니고 억눌림으로 꾸며진 인형이였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 * *

분열, 파벌
이런 것들이 하필이면 바오로가 염려했던 고린도 교회에만 있었겠습니까?
거슬러 올라가면
아벨을 죽인 카인의 시대에도 물론 있었지요.
그렇게 멀리 가 볼 일도없이
지금 당장에
우리 시카고한국순교자천주교회에는 어떻습니까?

잘못하면 이웃들에게 혼꾸녕 날 저의 방정맞은 소리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남들은 몰라도 우리에게는 (분열)이란 상관도 없는 말이다고 확실하게 말해도 될까요?

                                                          * * *
그래서 저는 공동체에는 (다름)이라는 의미의 분열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무두 다른 환경과 다른 생각과 다른 삶을 살면서 모여온 사람들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무조건 모두 한가지 말, 한가지 생각만을한다면 될법한 일일까요?

우리는 (인형)이 아니고 각각 다른 의지와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세상의 공동체(단체)와 다르고, 달라야하며 그런 이유는 우리끼리 어떤 주장(이념이나 사상) 또는 친목등을 위해 모여온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의 목적을 갖고 함께 하고 있는 공동체이기때문입니다.

(하느님의 교회)에는 하느님이외의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사상이나 뜻이 받아들여지기를 원해서도 안되고 허용되어서도 안될 것이기때문입니다.

모두가 각각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더라도 그것은 오직 (하나)이신 (하느님)의 뜻에 (같음)으로 모아지기위한 방편으로서의 (다름)에 머물러야지 (나의 주장)이 하느님의 뜻을 벗어나거나 그것을 넘어서서 그위에 오를 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나의 잣대)에 마추어 이웃을 재단하고 심판하거나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느님교회의 공식적 결정을 거부하거나 거역함이 부당한 이유일 것입니다.
내가 교회의 일원이지 교회가 나의 개인 방편을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사목활동이나 봉사활동도 나의 생각을 펼치며 만족감을 얻기위해 함이 아니고 오직 주님의 뜻을 이루기위한 (도구)가되어야 마땅할 것입니다.
주님은 나에게 (사랑)안에 하나로 모아지도록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 하십니다.
(십자가)의 길, 정말 너무 어렵고 힘에 부치고 그러네요.
그래도 그 길밖에는 없다하시니…

                                                       * * *

바오로사도가 예수님 사후 50년 전후에 고린도교회의  파벌과 분열을 몹시 염려하였지만 지금도 곳곳에는 그 고린도교회는 여전히 건재하는듯이 여겨집니다.

                                                       * * *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아멘.
                    
    

목록

'자유' 게시판 최근 글 목록

제목
작성자
날짜
kmccadmin
2009.10.27
kmccadmin
2009.10.27
kmccadmin
2009.10.26
kmccadmin
2009.10.24
kmccadmin
2009.10.01
kmccadmin
2009.09.28
kmccadmin
2009.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