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가리고있네요

양로원의 할머님들,
그리고 할아버지.
” 오늘 아침, 묵주기도 있는 날이예요. 어서들 모이세요.”
관리인의 큰 안내 소리에도 아무도 모습을 안 보입니다.
아무도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서 모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휠 체여 아니면 보행보조기를 한 분씩 다 챙겨드려야 하니까요.

눈대중으로 출석을(?)을 부르고 건강을 지향하며 기도는 시작됩니다.
제 1단을 마치고 다음으로 갈 때쯤이면 벌써 조금씩 흐트러지기 시작합니다.

주무시는 분,
멀리 허공을 막연히 바라는 분,
느닷없이 순서에 엇갈리게 끼어드는 분.

그것뿐입니까?
시도 때도없는 안내방송, 왁자지껄 떠들며 지나는 이들,

익숙해질 때까지는
도무지 이 것이 기도모임일까, 아니면 분심을 얻기위한 소란장일까? 싶었습니다.
사실 그 현실이 그랬지요.
대부분 팔, 구십을 넘겼거나 바라보는 연로한 나이에 몸마저 편치 않으신 분들에게는
당장 치료나 휴식이 더 긴요하지 억지로(?) 기도한다고 모이는 것은 오히려 형식적인
요식행위는 아닐까?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 * *

다 알고있는 이야기.
임금이 지나다가 만난 걸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 그냥 어서 비켜주시오. 당신이 지금 햇볓을 가로막고 있어요. “

                                                   * * *

알게 모르게 우리들 주변에는 어려움을 만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날씨마저 날로 추워오는데 큰 걱정입니다.
자꾸만 조여오는 은행의 빚독촉,
밀린 크레딧카드 연체밎 독촉,
심지어 난방비, 깨스..
한번 궁지로 밀리기 시작하면 만사가 기다렸다는듯이 잘못되어 갈 것입니다.
MURPHY”S LAW는 여지없이 적용되지요.

                                                   * * *

위에 예로 든 경우처럼,
당장에 어려움을 당하고 있거나 고통중에 있는 이들에게 내가 할 수있는 일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지금 배 고픈 이에겐 따끈한 음식이,
아픈 이에겐 치료가
햇볓에 의존하고 있는 이에겐 임금의 경우처럼 비켜주는 일이,
무엇보다 다급하고 더 바라는 것일줄 모릅니다.

지금 당장을 견뎌낼 수 없을만큼 괴로운데 아무것도 해주지않으면서 그 곁에 다가가서
” 당신을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한다면
경우에 따라선 고마운 마음에 앞서 당혹스럽고 짜증스럽기도 할 것입니다.
” 아, 저리 비켜요. 당장 힘들어 죽겠는데 기도가 밥먹여주나? “
이렇게 봉변을 만날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 * *

그렇지만 또 한편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내가 만일 아무것도 실제로 도움을 못줄 처지라면 차라리 아무일도 않고 그냥 가만히 물러나 모르는체 하는 게 옳은가?
마음 구석에서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고개를 가로 젔습니다.

양로원에서 하는 아무래도 기도모임으로는 어색해 보이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그 기도
모임이 증언해 주고있습니다.
모두 졸고있어 보이고 소란스런 잡음도 많고 그런 가운데서 그래도 좀 형편이 낫고
마음을 가다듬어 집중할 수 있는 이들이 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하느님께, 또 성모님께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기도드리고 나면 그 기도하는 이들의 일은 그것으로 다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다음엔 성령께서 그 기도를 귀담아 들으시어 활동하실 것입니다. 분명히 그렇다고 믿습니다.

기도가 끝나고 둘러앉아 사는 얘기들을 잠시 주고 받느라면 처음 시작했을 때와는 다르게 노인들의 표정이 아주 밝아지고 기뻐하시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어쩌다가 무슨 사정이 생겨 기도모임을 거르게되기라도 하면 제일 서운해 하는 이들이 바로 졸며 무표정하던 그 할머님들입니다.

                                                         * * *
급할때는 기도가 불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물론 하면 좋겠지만 안해도 그만인 그런 일도 아닙니다.
잘나갈 때는 안해도되고 아주 다급해지면 할 수없어 매달리는 일이 기도가 아닙니다.
해가 나도 비가와도 추워도 더워도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아무 노력없이 그저 기도에만 매달리고 손놓고 하는 일이 기도는 아닙니다.
기도하며 열심히 살고 열심히 노력하며 기도합니다.

                                                          * * *
대림절을 지내며 모든 어려움 가운데에 머무르고있는 이들을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특히 늘 만나는 우리 공동체의 모든 형제들이, 자매들이 잘되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삶 (푸쉬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마라, 성내지 마라.
                                          설음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옴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
                                          지난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목록

'자유' 게시판 최근 글 목록

제목
작성자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