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만 될까?

교우의 장례식엘 갔었다.
며칠전에도 함께 앉아 기도하며  성가로 하느님을 찬미했던 교우가
오늘은 말없이 성당안에 누어 있다.
함께 숨쉬며 살았었는데 죽은 이로,  산 사람으로 그렇게 만나고 있었다.

그곳에는  연도를 드리려고 고인을 찾아 온 많은 교우들이 여느장례미사 때처럼
검정 옷들을 입고 있었다.
우리 곁을 떠나간 교우를 배웅하기위해 찾은 살아있는 교우들의 모습도 참으로 다양한듯 하였다.

성전안에 들어와 여전히 목소리를 높혀 웃고 떠드는 검정옷을 입은 교우들.
장례식장안에 들어와 사방을 둘러보고 동서남북을 넘나들며   악수공세에 여념 없어하는 검정옷을 입은 교우들은 차라리 한국에다 다 눟아두고 온줄 알았던 그 3 류 정치인들의 모습을 다시 만나는 기분이었다.

여러날을 한때는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것만같게 앓고 난 뒤여서인지
돌아오는 길엔 죽는다는 것, 그리고 아직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에 대한 여러 상념들이 머리에도 가슴에도 채워져 있었다.

                                                       *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언젠가 모두는 죽음을 맞게되는데 거짓말을 해서 돈을 버는 점쟁이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경우 누구도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으리라는 것을 모른다는 일은 참으로 신비스런 사실이다.
장례미사때면 자주 인용되는 말이지만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체 산다는 일은 어쩌면 하느님의 큰 은총일것이란 생각이다.

생각해 보자.
내가 언제 죽을 것이란 걸 정확히 알면서 시계바늘은 그 시각을 향해 째깍거리며 가고 있다면 아마도 심장에 아무 이상이 없는 이라도 견디기 어려울 것 아닌가?
성질이 불같이 급한 사람이라면 제 성질에 못이겨 아직 사망시각도 아닌데 제물에 서둘러 쓰러지지 않을까?

그 시각을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천년만년까진 아니더라도 앞으로 살날이 엄청 많이 남아있을 것이란 기대와 희망으로 요즘 어떤 증권이 잘나가는지, 부동산 쑛쎄일을 잘하면 세이빙 어카운트가 더 많이 두터워질텐데 그런 정보를 잘 안다는 이의 셀폰을 바쁘게 할 것이란 짐작만 하고 있다.
자신이 그런 일엔 까막눈이고 매달릴 주제도 아닌 나같은 사람은 그렇게 똑똑한 이들을 이렇게 시샘하는 일로 만족하게 되나보다.

또 다른 장례미사때의 풍경.
죽은 이가 한때 세상에서 잘나가는 이었거나 아니면 그의 자손이 날리고 있으면 장례식장은 더 크게 넓혀서 지어야 할 만큼 검은옷 입은 사람들로 넘치도록 메워진다.

어떤 이유로건 사는동안 별로 그렇지 못했거나 해서 이름이 낯설고 그러면 다 교우인데도 불고하고 식장은 상대적으로 썰렁하다.

이렇게 하는 일은 이해득실을 쫓아 살아야 하는 약삭 빠르게 줄을 잘 서야만 하는 세상사람들이 하는 짓이다.

신앙공동체에서 조차 그네들과 한치도 더 다를바 없다면 한참 잘못된 마음들이다.
예수께서 세상 세도가들을 우대하셨다는 걸 들어보지 못하였다.

또 다른 한가지는,
이제 장례미사에 입고가는 검정옷, 그것이 그 색깔만큼 마음에 와 닿는다.
어쩌면 나의 편견이나 몰이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나는 우리 믿는 이들이 왜 꼭 검정색으로 몸을 둘러야 하는지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검정은 죽음의 색이다.

성직자나 수도자가 검정옷을 입는 것은 부활을 상징하는 흰옷을 겹쳐 입으므로서 자신을 죽이고 겸손되이 오로지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다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부활신앙을 모르거나 받아들이지 않는 세상사람들에겐 죽음이 그 살았던 사람의 모든 끝을 의미한다.
그는 갔고 이제 더 이상은 없다.
그래서 슬퍼하며 죽음의 옷, 검정옷을 입고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도 죽음이 끝인가?
매 장례미사때에 ‘ 죽음이 죽음이 아니며… 부활의 희망속에 고히 잠든 영혼을 위하여 ‘ 함께 기도하지 않는가?

그 영혼이 하느님 나라에 속히 갈것을 희망하며 그 신앙을 믿는 우리가 왜 꼭 세상사람들이 하는대로 따라 해야만 할까?

우리는 세상의 풍습을 쫓는가, 아니면 남들도 모두 그렇게 하는데 나만 궂이 별나게 입기도 그렇고 체면도 있고 그래서일까?

그러자고 우리는 돈을 따로 들여 그때 입으려고 겁정옷을 장만하여 옷장에 걸어둔다.

떠나간 영혼이 좋은 곳을 향하여 갈 것을 믿는다면 어쩌면 장례미사때 슬픈 표정이기보다는 박수치며 기쁘게 떠나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태 함께 살았던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게될 시간까지 헤어지는데 어찌 서운하지않고 박수치고 춤까지야 출 수 있겠는가?

혼자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꼭 검정만 될까?
좋은 곳을 향해 떠나는 그를 위해 환송식에 나가는 마음으로 밝고 기쁜 색깔의 옷을 입고 손을 흔들고 꽃을 흔들어 따뜻하게 헤어지면 어떨까?    

그냥 아프다가 일어나 아직 어지러운 상태인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이다.
그러니 제발.

” 여보세요. 꿈 깨세요.”
” 하려거든 너나 잘 하세요.”
이렇게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 Thank you anywa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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