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없네요

( 앨러지 )

여름 무더위가 물러가려고 할 즈음 이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주는 고질,
앨러지의 계절이 눈앞에 와 있다.
콧물, 재체기에 눈가는 짓무르고 벌겋게 충혈되고.. 사람 모양 망가지기엔 아주 십상이다.  앨러지에겐 눈도 없어 달력도 들여다 볼 수 없을터인데 어쩨 그리 용케도 8 월 말경이면 때를 알아차리는지 신통망통이다.

나만 그런줄 알았는데 어떤 이도 괴로움을 하소연하며 무슨 묘수라도 없겠는가고
묻는다.

” 아, 그거야 직통으로  듣는 외통수가 있긴 한데, 앨러지가 꼼짝 못하고 달아날
  묘수지요. 그렇지만 맨입으로야 어떻게 가르쳐 드립니까? 커피라도 한 잔…”

” 까짓 커피가 문젭니까? 가십시;다. “

그렇게 해서 그 이가 사준 커피를 다 마신 다음에.
” 집에 달력 있으시죠?  그 달력에서 다른 달은 다 놔두고 8 월 것만 눈 딱 감고 북 찢어   버리세요. 달력에  8 월이 없는 것 알면 다시는 얼씬 안할 겁니다. “

그 이는 밖에 나와 내 뒤를 한참이나 쫒아오며 커피값 도로 물어내라고 고래고래 소릴 지르다 지쳐 돌아갔다.

( 새는 바가지 )

오늘 여러분께 여기 심오한 진리 하나를 증언하려고 합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나가서도 샙니다.
이 아니 진리인가요?

나는 그 진리를 하나 가지고 있었지요.
아니 가지고 있었던 게 아니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오랜 세월을 그 진리와 살아왔었습니다.
새는 바가지와 함께 살고 있었더랬습니다.

안에서도 또 밖에서도
새는 바가지는 나를 부끄럽게 하고 괴롭히며 상처를 주며 살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먼 훗날,
먼 훗날이 되고서야 난 참 진리를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나와 함께 살아온 그 새는 바가지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더랍니다.

( 배가 없네요 )

저는 배가 불룩 튀어 나왔습니다.
남 앞에 창피해서 옷으로 가려도 그래도 튀어 나왔습니다.
왜 퉈어 나오게 됐는지 저는 잘 압니다.

그 때 집에서 밥을 찾아 먹기가 좀 그렇던 사정이었던 그 때에는 하루도 걸르지 않고
점심을 사 먹으러 식당엘 다녔지요.
그런데 하루 세 끼니를 다 식당에 다니기도 그러니 그 점심식사 자리에서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거리 까지 다 챙겨 먹고 나왔습니다.
그렇죠. 과식을 하는 겁니다. 의식적으로 일부러 과식을 했습니다.
이 얼마나 미련하고 창피한 짓이었겠습니까?

그 때에는 마음마저 황폐해져서 배가 나오고 성인병이 찾아오고 그런 일은 걱정도 아니었습니다. 자학하고 있었으니까요.
어쩌면 차라리 그렇게 되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심정으로 숨을쉬며 살았으니까요.
그런식으로 삶의 재미를 잃고 방황하며 주님께 죄를 쌓으며 지낸 셈이지요.  

그런 생활을 얼마나 오랜 세월 계속했는지요.
그 결과가 지금 창피해서 옷으로 가리려고 애 쓰는 튀어나온 배가 되었습니다.
그 때는 어쩔 수 없는 이유라고 생각했었지만 하느님 앞에 부끄럽고 이웃에게 부끄럽고 내 자신에게조차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어지게 환경이 바뀌자 이젠 일 년에 식당엘 한 번도 찾아가지 않고 집에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절반도 안되게 먹는 숩관을 들이고 있는데
그래도 좀체로 튀어 나온 배는 그대로 그곳에 있습니다.

몇년째 운동도 제법 열심히 하지만 배는 별로 물러 설 기색이 아닙니다.
저는 고무풍선을 생각합니다.
풍선은 처음에 입으로 불기는 매우 힘들지만 일단 불어나면 한동안 그대로 있지요.
그래도 조금씩 변화되는 느낌을 갖게됩니다.

가끔 운동하며 만나는 이가 제 배를 놓고 농을 걸어왔습니다.

” 전에 있던 배가 없네요. “
제가 아픈 약점을 지적 받았습니다.
그래도 응답은 해야지요.

” 네. 아마 고기 낚으러 바다에 나갔나 봐요. “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배를 줄이고 그래서 고기가 아닌 사람 낚는 어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해 봅니다. “
      

( 기쁜 장마 )

장마는
기다림이다
어둡고 긴 터널이다  지루한 싸움이다

끝이 보이면서 끝이 없다
끝도 안 보이면서 끝이 있다

기다림은 님이다
기다림은 희망이다  볓이 쏟아질 희망이다
그래서
장마가 지면 난 기쁘다

(우리 나라, 한국에서는 지금 긴 장마로 곳곳에 물난리가 나고 고통이 많다고 한다.
한국뿐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또 다른 지구촌의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지진에 화산에 그리고 전쟁까지 지구가 몸살이다.
천재지변인 것도 있겠지만 인재도 많다.  사람들, 우리들이 지구를 괴롭히고 있다.
아마도 지구는 몸시 화가난듯이 보인다. 그래서 불을 뿜어내고  가슴을 쥐어짜며
분통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는 열이 올라 자꾸만 뜨거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말하기 쉽게 온난화라고 말하지만 그러고만 그럭저럭 지내게 될까? 걱정이다.
천둥을 치고 번개가 번쩍인다. 아마도 우리가 못알아듣는 소릴 지르는가 보다.
” LEAVE ME ALONE, PLEASE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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