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행복)
성 마태오 성당.
주일의 미사에 썰물 밀려간 자리처럼 텅 비어 있다.
노동절의 연휴에 가족, 친지들과 모처럼의 오붓한 화목을 위해 도시를 빠져 나갔겠지.
” ……. “
빈 자리에 넉넉히 잡고 앉으며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 곡식은 익어가고 하늘은 푸르기만 한 이런 황금의 기회에도 밀리고 짜증스런 하이웨이의 트래픽에 조차 한 몫 끼지 못한 건 너 같은 쪼다 뿐일게야. “
아마 누가 나가라고 했으면 고생길에 왜 나가느냐고 했을 나 이면서도 공연한 생트집을 부리고 있었다.
성가대 자리에서 아름다운 찬양의 소리가 들렸다.
보통 스믈 다섯명도 넘던 성가대에 단 한 사람, 죠만 남아 노랠 부르고 있었다.
(성가대에선 저 친구가 쪼다였었나 보군. 아무데도 못가고… )
그는 혼자인 것를 아랑곳 하지않고 얼마나 정성껏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는지 그의 얼굴은 마치 하늘에서 파견되어 내려온 천사처럼 얼굴에 기쁨과 평화가 넘쳤다.
미사를 마치고 일부러 다가 가 , “너도 여행도 못가고 혼자가 되어 외로이 노래했군 ? “
” 응? 외롭다니? 혼자이던 백명이던 하느님을 찬양하는데 왜 아니 기쁘겠냐? “
나는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는 진짜 쪼다인 나에게 얼마나 값진 것을 깨닫게 해 주었는가?
그는 참 행복을 소유한 이였다.
( 노래 따라 , 가을 좇아 )
잔뜩 부끄러워진 내 모습을 감추려는듯, 때 묻은 내 영혼을 씻고싶은듯 그래도 미련이 조금 남은 여행길을 돈 안내고 힘 안들이고 떠나 보려고 노랫말을 들춰 냈다.
눈을 감으면 그 노랫말에 내 마음만 실어주면 그에 따라 어디고 갈 수 있다.
* *
”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꿈에 본 내 고향이 마냥 그리워. “
그래. 그 때 난 겨우 여섯살이었어. 할머니 손을 잡고 공산당 눈을 피해 밤에만 몰래 몰래 임짐강을 건너 개성에 도착했을 때의 이제 살았다는 그 안도감, 그 감격.. “
그리고는 못가본 고향이니… 그립기만 할까?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
이 노랫말을 지은 이은상씨의 아들이 같은 학급에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언제나 맘 먹으면 갈 수도 있는 곳에 고향을 두어서인지 맨날 얼굴 표정도 덤덤,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동그랗게 맨 돌다 가는 얼굴.. “
너무 어린 나이에 떠나와서인지 고향에는 그리운 얼굴이 없다.
그래도 나에겐 그리운 얼굴이 있다. 보고싶고나.
” 파란 색종이 접어 종이배 만들어 사랑하는 님에게 내 마음 띠어 볼까?
외로움에 하염없이 오늘도 나 홀로 목메도록 불러보는 잊지못할 그 이름.. “
이한필 이란 이가 불렀는데 아마 그이는 정스럽고 행복한 사람이었나 보다.
” 낙엽이 지기 전에 구월은 가고 시월이 오기전에 그리운 사람.. “
그리운 사람. 나에겐 누구일까?
” 코스모스 한들 한들 피어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
정말 시월이 오기전에 그리운 이와 향기로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좋겠지?
”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말못하는 이 가슴은 울어야 하나? ”
빽 없고 가난한 화가, 카바라도시가 그토록 사랑했던 여인, 토스카.
세도부리는 경찰서장에게 연인을 강탈당하고 반역죄의 누명을 쓰고 사형을 기다리던 날 그가 가슴을 쥐어 짜며 불렀던 ( ELuceevan le stelle, 별은 빛나건만 )
그 노래를 듣는 이의 가슴도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아마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억압때문에 사랑을 멈출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 언젠가는 함께할 수 있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남자란 그 무엇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도 있는거야.. 저녁 늦게 잠이 들었지
니가 있다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 야. “
이 사람은 그럴듯 해 보이지만 도무지 진실성이 없다.
상대를 속이고 자신도 속이고.. 토스카를 향한 그런 가슴이 빠져있다. 공허한 독백만 있을뿐. 그이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터질듯 벌렁이고 얼굴이 달아오르고 손에 땀이 나는데 우째 너는 번드르한 말만 하느냐?
그래서 그녀가 이메일로 응답을 했을 것이다.
( 됐네요. 이젠 그만하시지요? 날 보고 처음 만나 기다리라던 때가 몇살이었냐?
열 일곱이었잖아? 지금 내 나이 낼 모래면 환갑이여. 그런데 아직도 술만 퍼 마시고 저녁 늦게 잠이 들었지? 나 환갑은 안넘기려고 어제 좋은 사람 만나서 약혼했으니까 이젠 잊어줘 . 셀폰으로 문자도 이메일도 보내지 말아 줘. )
”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LOVE is nature’s way of giving, a reason to be living… “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토록 사랑했던 그이가 전쟁을 취재하러 나갔다가 포탄에 스러져 갔지만 결코 잊을 수가 없어 매일 만나던 홍콩의 그 언덕을 찾아와 마음을 쓸어내리는.. 진심을 간직한 사랑이어야 할 것이다.
” … But come you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
Yes. I’ll be here in sunshine or shadow. Oh, Danny boy I love you so. “
죽은 대니는 이제 볼 수 없어도 언제까지나 아일랜드의 언덕에서 널 기다리겠노라는 애절한 마음.
그러나 정말 진정 우리에게 참 사랑을 보여주시고 가르쳐 주신 우리의 주님. 하느님. 그리고 그 사랑하는 아드님에게 무조건 순종의 미덕을 수행하셨던 성모님.
그 분을 칭송하는 아베 마리아.
슈베르트의 멜로디도 또 구노의 멜로디도 다 아름다운 성모송을 노래하고 있다.
” Ave Maria
Gracia plena
Maria gracia plena Maria gracia plena
Ave Ave dominus dominus tecum
Benedic tatuin mulieribus et benedictus
Et benedictus fructus ventris ventris tui JESU
AVE MARIA
(눈을 감은 내친 김에 더 많이 더 오래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여기서 그만해야지. 주책도 어느만큼이라야 참고 봐줄 것이니까. 보자 보자 하니까 놀구 있네.
만날 여행만 다니다 뭘 먹고 살려고? 그런 말 듣기전에 알아서 멈춰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