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까 ?
두부가 남았는데 된장이 안 보이네.
된장없는 된장찌게 봤느냐고 두부가 물을까봐 마트로 달려 갔지.
한 쪽에 아주머니들이 여럿 둘러서서 고르고 있었다.
(하나 사면 하나가 공짜)
고등어가 그렇다는 거다.
남들에게 공짜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겁나서 큰 맘먹고 얼른 집어들었다.
집에 거진 다 왔는데, 앗차. 된장은 어디 갔지?
그래. 다음에 또 가면 되는거지. 꿩 대신 닭이라는데.
고등어를 후라이 팬에 엎어 놓고 불을 집혔다.
익는 냄새가 진동하면서 나는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런데 고등어의 눈이 나를 노려 본다.
내가 물었지.
“왜? 또. 왜 그러는 건데? 넌 냉동고에 들어간지가 백일도 넘었을텐데?”
” 내 동무들, 바다에 다 있는데 나느 왜 어이타가 당신 밥상에 오르게 되었는가? “
” 어쮸? 너 그런 노래는 어디서 배웠는고? “
”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오
그 잔잔한 고향바다
…….
그 물새 그 동무들 고향에 다 있는데
나는 왜 어이타가 떠나 살게 되었는고
(그것도 하고 많은 사람중에 하필이면 이자의 밥상에 오르게 되었는고)
온갖것 다 뿌리치고 돌아갈까 돌아가 “
” 야 ! 임마. 그렇다고 돌아가면 난 어쩌라고?
된장찌게도 못 끓였는데 너마저 가면 난 뭐하고 밥 먹냐?
기왕 왔는데 그냥 있어. 내가 맛있게 먹어줄께. ”
* *
그럴것이다.
물고기도 태어난 곳이 있을진댄 하물며 사람이랴.
내 고향은 바다는 없고 구월산의 둥지 끝자락에 있는 황해북도.
공산당을 피해 달아나셨던 부모의 손에 이끌려 떠나구선 꿈에서나 그리운 고향.
아마도 그 공산당은 종국엔 머지않아 손들고 망하고야 말겠지.
고향이 그립다해도 그곳은 내 육신을 나아준 곳.
나에게 생명을 얻도록 허락해 주신 내 영혼의 고향, 나의 하느님.
내가 하느님을 알기도 전부터 날 아시고 택하셨다던 나의 주님.
과연 나는 그렇게도 그리운 나의 고향, 하느님께로 돌아갈 준비는 하고 있는걸까?
( 봄이 찾아오는 냄새)
지난번 입이 벌어진채 다물지도 못하게 산 처럼 억수로 많이 왔던 그 눈덩이.
날씨가 따뜻해지고 비가 내리면서 산처럼 벽을 치고 서있던 눈도 서서이 녹아 갔다.
이 세상의 것은 제 아무리 대단해 보이고 큰소리 치며 한 때 당대를 호령했던 어느것도
종국엔 다 스러져 가고 소멸되고야 말 것이다.
오고야 말 봄임에도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가는듯 남아있고 있는듯 하면서도 어느새
떠나가게될 그 미련.
시샘하는 추위.
그래도 봄은 어느새 저만치에 와 있다.
창을 열면 찬바람과 함께 봄냄새가 찾아 들어오고 있다.
시인은 봄을 처녀에 비하고 그렇게 싸뿐히 우리곁을 찾아온다고 노래했다.
봄처녀 제 오시네
새풀옷을 입으셨네
하얀 구름 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으셨네
꽃다발 가슴에 안고 뉘를 찾아 오심이뇨
시인이 아니라도 봄이 오면 많은 이는 가슴이 설레일 것이다.
남들이 그렇다니까 나도 덩달아 가슴이 설레인다.
긴 겨울동안 설레이며 봄을 맞을만큼 딱히 준비도 없었으면서
그렇게 게을러 터지게 긴 겨울을 소일하고 지났으면서도
그래도 봄소식이 오니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레인다.
아마도 봄이 오면 만물이 새로워져서일까?
잔디가 파릇해지고 나무에 새싹이 돋아나고 그래서만일까?
어쩌면 그보다 더 기쁜 님의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일게다.
기대감은 바로 희망이기 때문이다.
”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마음도 펴어
건너마을 젊은 처자 꽃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마음도 함께 따 가주 “
어쩌면 바로 그런 희망이 있어 가슴을 설레게 해 주는지 모른다.
나에게 있어 마음까지 따 가 줄만치 그런 싱그런 희망은 무엇일까?
그 희망을 채워줄 나의 님은 계실까?
그 님은 건너 마을에 사는 이도 아니고 내 마음안에 계실 그님, 나의 주님이었으면 좋겠다. 주님은 언제나 내 마음의 방안에 들어오시고 싶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 님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방은 늘 지저분한 잡동사니로 그득 채워 놔 있고.
그 님이 이 봄에 내 마음에 오셔서 나에게 나의 희망을 채워주신다면 좋겠다고
희망해 본다.
그러자면 난 어떻게 하고 기다려야 할까?
이웃이 잠깐 마실을 와도 가슴 설레이며 방을 깨끗이 치우고 쓰레기를 치울터인데.
하느님이 찾아 오실 틈이 있도록 내 마음의 방을 이 봄이 오기전에 치워나 보자.
그런데 이제와서 어쩌자고 이 Vacuum machine이 안되는 거야?
고장났다구?
내 그럴줄 알았지 ! 진작부터 알았다니까.
그 나태가 어디 갈려고? 하루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