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춥고
마음마저 시리던 움추렸던 그 긴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은,
정녕 봄은 오는가 싶었었는데
봄은 희롱이나 하러 왔던듯,
봄도 어느새
슬쩍 스치며 지나가려나 보다.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서에 봄날은 간다 ” (백설희 노래)
* *
어느새 가려는 봄이 아쉬워
그 봄을 만지고싶어 나서는데 이웃집 뒷 뜰에서는 꽃밭 가꾸기가 한창입니다.
(꽃밭에서)
아빠하고 나 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어 효선의 노랫말)
* *
아빠하고 딸만 둘이서 꽃밭을 일구는 걸 보니
그집 오빠는 어딜 갔을까?
아마도 서울엘 갔겠지.
(오빠 생각)
뜸북 뜸북 뜸북 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최 순애의 노랫말)
* *
텃밭도 없고
난 꽃 심을줄도 모르니
남이 심어 놓은 꽃이라도 구경하러 걸어서 갈만한
공원엘 갔지. 그곳엔..
(산유화)
산에는 곷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 소월의 시 중에서)
* *
하릴 없을 업자는 벤치에 잠시
아픈 다리를 쉬라 하였다.
하늘을 우러르니 밝은 해에 보이지는 않으나 반달이 있을 거이니.
(낮에 나온 반달)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 끝에 달랑 달랑 채워 줬으면 (운 석중의 노랫말)
저렇게 아름다운 달에 사람들은 왜
비행기를 보내서 나의 꿈을 깨웠나 몰라.
제발 심술일랑 부리지 말고 내 꿈을 돌리 도.
(반 달)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 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윤 극영의 노랫말)
* *
남들은 바쁘고 시간도 쪼개어서 쓰는 판에
이렇게 한가한 타령이나 하고 앉았는 이 업자가
그 이의 눈에도 한심스러웠던지 영어로 시를 읊어 충고를 한다.
가만히 듣자 하니 옛 조선의 시조가락 아닌가? 어떻게 그걸 알았지?
그 사람 한번 유식하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굿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 (김 천택의 시조 중에서)
* *
공연히 공원에나 나와 앉아 흰 소리나 지꺼리며
청승 떨지 말고 시간을 아껴 쓰라는 그 이의 충고에 난
부끄러워 얼굴마저 붉혔지만
그래도 나는 소달구지 타고 다니던 19 세기가 좋다는데 왜 그래 !
요즘처럼 괜히 운전하고 가면서 씰폰 받고
텍스트 찍어대고 그러다가 사고 나고 티켓이나 떼고
불경기에 벌금 내는 거 , 그런 거 싫단 말이야.
난 구닥다리라고 흉 봐도 좋아 !
(퐁당 퐁당)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어 주어라 (윤 석중의 노랫말)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밭… ( 김 소월의 시 중에서)
* *
아까 그이 말고
또 다른 이가 한마디 건넨다.
” 거 봐. 맨날 그딴 소리나 하고 그러니깐 맨날 고 모양이고
쫄쫄이로 살지. … 쯧 쯧 “
내가 못알아 들을 줄 알고 영어로 말 했지만, 난 눈치로 다 때려 잡아 알아채렸단 말야.
그이의 말씀이 맞는 말씀이지만 고마운 충고이지만 그래도 난 내 식대로 살고파.
내 버려 둬요. 내가 언제 저더러 밥 사 달랄까봐 그래?
먹거리가 떨어져도 그냥 물 마시고 나물 먹고 그럴꺼니까.. 찾어가서 구찮케 안 할께.
그래도 그런 충고의 소릴 막상 듣고 나니까
기분이 가라 앉고 썩 좋지가 않은지 밤이 새벽으로 가고 있는데도
잠이 안오네.
옛 기생, 황진이도 그런 마음이였을까?
(청산리 벽계수야)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 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 하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 간들 어떠리
(내 마음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게실 것이면…
아 ! 그립다.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김 영랑의 시 중에서)
(마음이 지척이면)
마음이 지척이면 천리라도 지척이요
마음이 천리면 지척도 천리로다
우리는 각재천리오나 지척인가 하노라 (조선시대의 시인, 김 영의 시조)
* *
여보시오.
이제 들어 보니 그 말씀이 진리였소.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시라도 내 안에 모시면 지척에 나와 함께 계실 거이며
아무리 나의 마음을 찾으셔서 두드리신들
내가 마음을 굳게 잠그고 있으면
나의 주님은 천리나 밖에 계신 게나 다름 있겠소?
공연히 잠 설치고 생밤 밝히지 말고
어서 잠자리에 들어
날 밝거들랑
진리에 따라 살구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