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남매들

한 두잔의 커피가(코피가 아니고)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 잔 따끈하게 타서 신문을 뒤적이며 거의 다 마셨는데 신문에서 커피는 절대로 해롭다는 최신 연구가 있었다는 기사를 읽게 되었던 나는 별로 딴데를 쳐다 볼만한 곳도 없어서 아무 것도 없는 천정만 한참 올려다 보았다 . 나는 고단했다.

                                               * * *

태어날 때 부터 엄마를 걷어차서 씩씩하다는 전설이 있는 나의 누이는 첫 아이가 아직 백일도 안되었을 때 스트레쓰를 푼다며 치고 받는 격투기 시합장에 링 싸이드 표를 사서 아기를 둘러 업은채 껍을 잘강 잘강 깨물며 무섭다고 악을 쓰며 울어대는 아이와 쌈 구경을 하는 것이 중계방송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매부에게 발각되어 (구제 불능)이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게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난 고단했다.

                                               * * *

다 아는 일이지만 나폴레옹 장군은 “나의 사전에는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고 그러지 않아도 짧은 목을 세우며 교만을 떨고 있었는데 옆에서 그의 말을 열심히 찍고 있던
저의 큰 , 타자수 누이가  (그 때도 타자기가 벌써 나왔었나, 좌우간 불가능이 없다니까 믿어줘야지 어떨게..),
“아니, 장군님, 불가능이 왜 없다고 그러세요? 호박에 줄 처서 수박 만드실 수 있으세요, 장군님은?  괜히 되지도 않는 말을 함부로 하면서 잘난체  타자치느라고 나만 팔이 아프잖아요.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네요, 장군님은.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요렇게 앞뒤도 못가리고   떠들다가 그때 불명예 제대 당해가지고 지금도 시집도 못가고 집에서 놀고 있는 누이만 보면 나는 고단해진다.

                                                 * * *

나의 형은 신앙심은 없어도 교회 다니는 일 하나만큼은 끝내주게 열심이었다.
“이웃과 등지지 말고  사랑해야 된다.”는 신부님의 강론을 늘 명심하며 살았다.
통신병이였던 그는 늘 편지 배낭을 짊어지고 배달하러 다니느라 기차여행을 자주 하였다. 그날도 기차를 타고 가는데 바로 뒤자리에 어여쁜 아가씨가 앉은 것을 재빨리 곁 눈으로 알아차렸다. 그렇다고 남보고 자리를 바꾸자고 할 수도 없어서 속을 태우고 있는데 “아! 그거로구나. 왜 내가 이젯껏 그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바로 그런 메시지가 굴리고 있는 그의 잔머리에 들어왔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몸을 뒤틀어 뒷자리를 향해 그 아가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옆구리가 결려왔지만 그만한 희생도 없이 무엇이 되랴 각오였다.
더 참을 수 없을만큼 불쾌해진 아가씨가 헌병을 불렀다.
” 아니 내가 뭔 잘못을 했습니까?
  크리스챤이 이웃과 등지고 앉지말고 사랑하라는 우리 신부님 말씀을 헌병께서는 시방  무시하는 거예요 뭐예요. 내가 성당에 가면 일를 거라니까. 두고 봐요.”
불명예제대후 우체국에 몇차례 응시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지고 방에서 딩구는 백수  우리 형을 보는 나는 고단하다.

                                                        * * *

한 동안 자동차 기름값이 자고 나면 오르고 또 오르고 했던 작년 여름에 나의 가슴은 새가슴이 되었고 계속 투덜거리는 내입을 병들게 하였었다. (요 대목도 유행가에서 따 온것 내가 다 아는데)
늘 불평하면서도 별로 볼일도 없는데 나가 다녔다.
그리고는 늘 투털거렸다. ” 아니 기름은 양심도 없나. 숨 좀 돌릴 시간을 주면서 올라야지 이거야 원 정신을 차릴 수가 있나.” 이렇게 입버릇이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예고도 없이 기름값은 슬금 슬금 내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슬금 슬금이 아니라 자고 나면 내려 있고 다음 날에 또 내려가 있었다. 참을 수 없는 나의 입버릇이 되 살아 나왔다.
” 아니, 기름은 양심도 없나? 내릴때 내리더라도 좀 사람이 숨 돌릴 틈이라도 주면서 내려야지 이렇게 매일 내려가면 어쩐다는 게야. 정말 성질나서 못살겠네.”
이러는 나를 보고 누가 (구제 불능)이라고 불렀다
아니 내가 틀린 말 했나? 구제불능이라니… 아! 나는 고단하다.

                                                           * * *

내 막내 동생은 지금 십년이 넘게 대학 이학년에 재학중인데 하라는 공부나 좀 열심히 할 일이지 지가 무슨 오마바인지 오바마인지 그 사무실에서 남들 선거 캠패인하는데 서루정리 같은 거 도와주고 있다고 해서 또 여러 사람 괴롭히려나 했었는데 선거가 끝나자 정작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지가 그랜트 팍에 나가서 괜히 만세부르고 하다가 신문에 그 사진이 나오는 바람에 줄서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 동생이 언제 오마바와 한 번 쯤 스치고 지나간 일이라도 있는 줄 알고 앞으로 잘 지내보자며 싫다는데도 자꾸만 맥다널드 같은데 데려가서 기름끼 많은 햄버거 사 주고 아니면 기름 안 뺀 설렁탕 먹고싶으냐고 묻곤 한다며 나보고도 먹고싶으면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찾아와라고 하는 바람에 나는 요즘 무척 고단한 삶을 살게 되었다.
아! 난 소리치고 싳다.
” Leave me alone, Please. 나 고단해. “

                                                            * * *

나 말고도 또 고단해 보이는 한 형제님을 가끔 만나 서로 위로한다며 기름끼 많은 맥다널드에 같이 가거나 설렁탕집엔 별로라고 해서 간 일은 없이 그러면서 지냈었다. 요 최근에는 전화를 아무리 해도 받지를 않아서 궁금해지고 염려스러워 진 나는 전보다 더 자주 까무러치도록 자주 전화를 했지만 연락은 닿을 생각을 하지 않은채 있었다.
여행을 갔을까, 한국엘 다니러 갔을까..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오래도록?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전에 알려 주었던 그의 쎌폰번호가 생각났다.
혹시나..?
걸자 마자 “여보세요.” 그였다.
“아니 왜 그리 전화를 안 받으세요? “
” 남들과 연락도 하기 싫고 울적해지고 그래서 전화선을 빼놓고 지냅니다.”
“…? 아니 그런데 쎌폰은 어떻게 살아 있네요?”
” 그거야 뭐 혹시 어디서 연락이라도 올지 모르니 살려둬야지요.”

한국말인데 많이 헷갈리네요. 뭔 말씀이신지.
그 분이 고단하신가봐요.
전화선처럼 닫고 사시지 말고 열어보세요. 활짝 열어보세요. 당신의 마음을. 하느님을 향해, 이웃을 향해 활짝 열어보세요. 세상이 아직 아름답다는 것을 보시게 될 겁니다. 고단은 해도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구요. 이웃을 위로함으로서 내가 위로 받아 보세요. 이웃을 사랑하셔서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발견하세요.
절망을 구하지 말고 희망을 품으세요.
주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가슴을 펴고 기운을 내세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기도합니다. 아멘.                    

  

목록

'자유' 게시판 최근 글 목록

제목
작성자
날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