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일미사를 다녀 오면서 집앞 가게에 들려 계란 한줄을 사서 차문을 닫으려고 계란을 차위에 올려놓고는
깜빡 잊고 들어온 게 생각나서 다시 나가 열어보니 분명 날계란 이었던 것들이 그새 잘익은 삶은 달걀이 되어 있었다.
이것은 어제 상점에 가지도 않았던 내가 지어낸 새빨간 거짓말이 분명하지만
어제는 그렇게 무더운 날이였었다는 데는 다들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듯 찌는 더위는 나의 육신뿐만 아니라 내 얼마저 흐트러 놓았다.
흐트러진 얼로 무엇을 쓸까 하는데 내 안에서 나에게 친절히 일러준다.
” 어차피 비어있던 골인데 더위를 구실삼아 얼빠진 소리나… “
( 동안<童顔> 그러는 동안)
미사를 마치고 친교실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어떤이가 나더러 童顔 이라 했다.
노안이라는 것보다 좋고 젊어보인다는 덕담일테니 듣기에도 또 좋은듯 하였다.
내가 동안 ?
어떻게 하다 동안이 됐을꼬 ? 따져보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학교 때 사귀어보고 싶은 여자 아이가 있어 다가 가서 다방에 가서 커피를 함께 마시고싶다며 장소를 말해주고는
그다방에 가서 이미 빗었던 머리를 또 한번 빗고 기대감에 젖어 기다렸다.
자꾸 눈총을 주는 종업원에게 오래 앉아 있어서 미안하다는 표시로 세잔이나 시켜 마시도록 기다려도 그아이는 오지 않았다.
‘ 아마 급한 일이 있어 그일 마치고 오느라 좀 늦어지는 거겠지. ‘
‘ 여기로 오는 뻐스가 잘 오질 않아서 기다리는 거겠지. ‘
평상시와는 퍽 다르게 나는 아주 이해심이 넓은 좋은 사람처럼 인심을 써가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대도 아직 오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또 실망으로 애가 타면서도 태연한 척 다른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그아이는 끝내 오지 않고 말았다.
아마 그때 그아이를 그렇게 애가 타도록 오래 기다리는 (동안)에 나는 동안(童顔)이 되고만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 Please leave me alone, O.K. ? )
” 그렇게 쏘파에서 딩굴며 입벌린 채 농구구경에 얼놓지 말고 공원에라도 가서 좀 걷고 그래요. 농구가 밥 먹여주나? “
그래서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 농구를 끄고 공원에 가서 걷다가 왔다.
” 아니 걷다가 온 사람이 왜 그래요 ? 아주 말짱하네 ? 땀이 흠뻑 젖도록 걸어야 운동이 돼지. 내 참. “
그래서 다시 갔다
아주 녹초가 돼서 집에와 누워 앓는 소릴 냈다.
” 아니 걷고 온 사람이 왜 이래요? Oh, my God ! 운동도 적당히 해야지, 사람 잡을 일 있나. 이게 뭐야 ?
사람이 지각이 없어. “
” 지각이라니? 내가 학교 다닐 때 말고 언제 지각을 했다고 그래 ? LEAVE ME ALONE ! “
( 잠이 바로 보약이라니까 ! )
밤에 잠을 이루려면 그렇게 고역일 수가 없다.
누우면 말똥말똥 해지고 앉으면 머리가 지근거리고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하는 것도 자주 있게된다.
그런데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가 수백, 수천만이라 했다.
그렇다고 매일저녁 술이나 약에 의존하는 나쁜 습관으로 잠을 청할 수는 없다.
푸욱 소리가 나게 잘자는 잠이 바로 보약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그날 아주 깊은 잠에 빠져 그동안 밀린 잠까지 다 자고
아침에 입에서 ‘ 푸욱 ‘ 하는 소리가 나올만큼 오랫만에 잘잤다.
아침에 TV에서 잠을 너무 많이 자고 늦잠자는 것은 게을러질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나쁘다 한다.
‘ 그럼 나더러 어떻게 하라구. ” Hey, TV. Please leave me alone, O.K. ? ‘
( 열이 많은 쉬는 교우 )
쉬고있는 나에게 선교회라며 전화가 왔다.
” 이제 그만 쉬시고 교회에 오세요. 냉담을 너무 오래 하시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 “
” 아, 있구말구요. 제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니 무시할 수 없습니다.
내가 냉담교우가 된 건 한약방 의사때문이예요.
그가 말하길, 나는 가슴에 열이 많으니 가슴을 냉하게 유지하라구 그러더라구요. “
” 이해는 돼지만 그렇다구 그런 이유만 갖고 냉담을 그렇게 오래하시다니.. “
” 아니 거 이유 하나만이 아니지요.
자주 다니는 그 심령학자가 말하길, 나는 사람들과 자꾸만 부닥치려는 성질이 있으니 미사시간이나 친교실 같은 장소를
피하고 골방에 홀로 있으라는 거예요.
그러니 자꾸만 나보고 오라 하지말고 교우들이 내 골방으로 찾아오면 안될까 ?
그러면 내가 쉬는 걸 멈출 수 있을 거 같은데 ? “
( 이시경 내과 )
올 오월에 나는 한국을 방문하였다.
요즘 의료관광이 유행이라는데 내가 어떻데 유행을 외면할 수가 있을지 상상이 안되서
별로 아픈데는 없지만 좌우간 의료관광차 갔다.
의사중에는 별로 아프지 않은 환자를 잘보는 전문의도 있을 것 같아 거리를 걸으며 마땅한 곳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이시경내과) 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왠지 마음에 쏘옥 들었다.
” 어서 오세요. 이시경내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아, 네. 고맙습니다. 선생님은 어떤 과목이 전문이신지요. “
” 저희는 주로 내시경검사를 전문으로 합니다. “
그런데 갑자기 나는 왠지 마음이 찜찜해지고 내키지 않아서 다시 오마하고 문을 나섰다.
그 의사가 믿음직 스럽지가 않아 보였다.
아니, (내시경전문의)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간판에도 떳떳하게 써야지 왜 (이시경내과) 라고 사람을 혼란에 빠트린단 말인가 ?
어차피 난 별로 아프지도 않으면서 의료관광을 나왔으니까.
정말 나는 별로 아프지 않은 사람일까 ?
많이 아파 보이는데 ?
( 하느님을 도와드리는 나의 Shower )
요즘은 아침에 샤워하기가 겁이 난다.
머리카락이 매번 수북히 빠지는 걸 보기 때문이다.
내가 잔머리를 자주 굴리기 때문일까 ? 했지만 그런 것 같지 않았다.
난 기왕 굴릴거면 될수록 큰걸로 굴리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그럴리가 있을라구 ?
그러면 내가 속을 많이 썩고 그래서일까 ? 했지만 그것도 아닌 거 같다.
속이라면 전에 오랜 세월 다 썩고 또 다 썩어 숫덩이처럼 됐을텐데 웬걸 또 썩을 속이 남아 있을려구 ?
그래두 아마 이런 저런 스트레쓰, 그리고 수많은 생활용품들에 들어있는 화공약품이 주범일게다.
어쩌랴. 피하기도 쉽지않은 노릇인걸.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그냥 빠지도록 놔두는 일도 좋은 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카락마저 세시는 하느님은 얼마나 바쁘신 분인가 ?
그분을 조금이라도 덜 바쁘시게 도와드릴 수 있는 게 바로 머리카락 숫자를 줄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늘 생각을 많이 한다더니 참 기가막힐 생각을 내가 드디어 해내고야 말았다.
맞았어 !
그렇게 기막힌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걸 보니 의료관광 한번 더 나갈만도 하겠네.
아프긴 아픈가 벼.
( 화장터 가는 길 )
그날 아침에 나는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우유 한잔으로 아침을 삼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유 맛이 어쩐지 좀 시큼하고 한물 갔지 싶었지만 급하니 어떻게 해.
그냥 마시고 달렸지.
약속장소에 갔을 때는 속에서 포탄이 터지려는 소리가 나고 쓰나미가 몰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안내하는 여인에게 곧 무슨 일을 저지를 사람의 몰골로 급히 물었다.
” 여기 화장하는 곳을 가는 길을 얼른 가르쳐줄래요 ? “
그 여인은 내 얼굴을 찬찬이 들여다 보더니 딱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니, 왜 그러세요.
아직 그러실 때는 아닌 거 같은데요. 무슨 큰 근심이 있으신가요 ? “
” 근심 정도가 아니예요. 이제 거의 더 참을 수가 없어요. 빨리 가야만 해요. “
” 저, 선생님. 옛말에도 급할수록 돌아가라 했잖아요. 저기 잠시라도 앉아서 눈을 감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면 사람이 못견디고 일을 저지를만한 일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러지 마시고 냉정하도록 마음을 달래보세요.”
” 아니, 아가씨. 지금 내가 그렇게 여유가 없단 말예요.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니까요.”
” 아, 정말 어려운 문제를 갖고 계신 거 같네요.
저 원하시면 신부님이나 수녀님을 불러드릴까요? 한번 차분한 마음으로 상담이라도 받아보시면… “
” 정말 지금 제처지를 이해못하시나 보네요.
지금 제가 어떻게 신부님하고 마주 앉아 태연히 상담을 할 처지냐 말이예요.
그러다 정말 앉은채로 일을 저지르기라도 한다면 무슨 망신입니가 ? 아가싸가 책임을 질 수 있겠어요? “
” 아니 제가 그런 책임까지 져야한단 말입니까?
도대체 무슨 일시신데 그러시는 거예요 ? “
” 지금 설사가 났단 말이라니까요. 빨리 화장실로 뛰어야 해요. “
” 그럼 진작 (실) 자 까지 붙여서 화장실이라 하지 (화장)이라고만 하니까 난 이제 고만 살고싶어 그러나 했지.
이 맹꽁이야 ! “
맹꽁이라면 지금 이글을 쓴 사람같은데 그럼 내가 그날 썩은 우유를 마셨었나 ?
설사도 급한데 맹꽁이 소리까지 듣다니. 이따가 두고 보자구.
아유, 너무 더우니까 지저분한 헛소리나 하고 다 헷갈리고 그러네.
그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