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성인이다

고등학생 때 입니다.
지금의 우리 교회의 KCYC같은 모임에서 지도신부님이 신신당부하셨습니다.
” 너희들도 성인이 될 수 있어.
  성인이라고 처음부터 하늘에서 정해져서 뚝 떨어진것도 아니고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하느님안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달린거야.
  그러니 모두 하나 하나가 다 성인이란 마음으로 충실히 살아가도록 하자.”

그 말씀은 왠지 제 가슴에 와 닿고 많은 생각을 할 동기를 주었습니다.
” … 내가 성인?”

그것도 잠시 잠깐,
언제나처럼 “제발 공부 좀 하라.”는 부모님 성화는 뒷전에 남기고 그날도 짝쿵 아삼육들을 만나러 뛰쳐 나갔었지요.
뭘 찾아먹을게나 있다고 서울 장안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공교럽게도
A군은 개신교집 아들이었고 저는 구교집 그리고 또 하나는 저희 엄마가 가끔 성황당에 갈 때면 따라가기도 한다는 어설픈 녀석이었습니다.

그날도 만났는데 전날 신부님 말씀이 왠지 마음에 맴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상시와는 달리 말 수도 줄이고  어색하기 짝이없게 근엄한 표정마저 지어가며 놀아나니까 성황당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습니다.

“야, 재가 오늘 왜 저러냐? 뭐가 잘못된 것 아냐?”
“야, 쟤 건들지 말어. 어디가 아픈 모양이야.” 개신교가 받았습니다.

큰 기침을 한 제가 ” 야, 분명히 말하는데 너희들 이제부터 나를 전처럼 함부로 대하면 안돼. 너희들하곤 다르단 말야. 내가  성인이다. 알았어?”

“너 정말 아프긴 아프구나. 더 늦기전에 병원에 가봐.”
이렇게 말한 개신교와는 달리 성황당이,
“성인? 그래 임마. 맞어. 그런데 너만 성인이 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지금 열일곱이니까 조금만 있으면 우리 모두 성인(成人)이 되는거야.
아, 난 빨리 성인이 됐으면 좋겠다. 담배도 맘대로 피우고.”

개신교가, ” 야, 난 성인 안되고싶어. 임마 군대 가야잖아.”

” 그런 성인이 아니라니깐. 난 성인(聖人)이라니까.”
“네가 정말 아프긴 아프구나. 어디 이마 좀 만져보자. 열이 많은지 보게.”

이렇게 덜 떨어진 세 녀석이 꺼벙한 소릴 지껄여댄지도 오랜 세월이 지나고 육신의 나이도 먹고보니 정말 성인(成人)은 됐나보다 했지만 제 삶을 돌아보노라면 과연 그런 뜻의 어른이나마 된 것인지 스스로도 의문스러운 때가  많습니다.
聖人얘기는 제쳐놓고라도 成人이나 돼서 살아가고있는건지 헷갈리기만 하지요.

설사 후하게 점수를 주어서 몸은 어른이되었다고 치더라도 신부님이 당부하셨던 성인(聖人)으로의 삶이란 살아가고 있는 저의 매일의 생활내용으로 보아서 혹시 꿈에서라도 개꿈처럼 한번 되어볼 수 있을까 싶지만 꿈이 너무 야무져서인지 그런 꿈도 한번 못꿔보고 벌써 오래전에 하느님 품으로 떠나신 당시 서울 명동성당 주임이셨던 양신부님께 너무나 부끄러운 저의 모습 들킬까 두려운 마음이 떨려옵니다.

” 聖人이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 자신의 일상 의무를 특별히 잘 이행하는  사람.” 이라고 하신 레지오마리에 창설 멤버이신 후랭크 더프의 말씀을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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