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분명히 예삿일이 아니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하루 건너큼씩 내려 쌓이는 올겨울의 눈은 나도 이웃도 모두 눈 그 한가운데에 묶어 놓았다.
어디 쌓이는 눈, 그뿐인가.
춥기는 또 왜 그리 추운가
친절한 동네 경찰들 마저 긴장시켜 겁을 먹게 하였을까.
노인아파트 – 한 두세대도 아니고 그 많은 아파트를 매일 아침 일일이 전화를 걸어 ,
” 오늘 무사하신가요? 별고 없으세요? “
” 정말 급한 일 아니면 밖에는 나가지 마시고 방에 계시면 좋겠어요.
꼭 나가셔야 한다면 아주 단단히 입고 얼른 다녀오시도록 하세요.”
녹음을 틀어주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그렇게 직접 걸어준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이 어떻게 추위가 풀리도록 기다리고 방안에만 갇혀 있을라구..
다녀와야 할 일도 있고 또 답답하기가 말할 수 없기도 하고.. 그런 게지.
나가야 할 일이 있는데 5 층 방에서 차 있는 아래를 내다보자니 장난이 아니다.
산 처럼 쌓인 눈이 차들을 포위하고 있으니 밀고 뚫고 나갈 일이 암담하다.
내려가 곁에 가 보아도 별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
눈 때문일까? 추위 때문일까?
마음마저 얼어붙어 산란해진 마음은 무엇인지도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모르는 끝 모를 상념에 젖어들고 있었다.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느닷없이 나는 동심초 라는 가곡을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다.
그 노래는 아주 아주 전에 아마도 텔레비죤도 아직 없었던 시절에 라디오방송극의 주제가로 얼핏 한 두차례
지나는 소리처럼 들었을 뿐 그래서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던 노래도 아니었는데
그러니 그 노래에 상관된 일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은 내가 콧노래로 흥얼거리고 있다니 안 놀랄 수 없었다.
그러면서 그 곡은 내 마음을 감싸안고 흔들어 주었다.
동심초 곡에 빠지게 되었다.
어쩐 일일까.
부랴부랴 가사를 찾았다.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을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지는 꽃은 나날이 시들고
아름다운 약속은 오히려 아득한데
그대는 한마음 맺지 못하고
부질없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
이 노랫말은 어째서 난데 없이 나를 찾아와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걸까.
노랫말을 찾아 앞에 놓고 바라보는 나는 공연히 착잡해 지고 두려워지기까지 했다.
생각은 막연한 묵상처럼 이어지고 두려운 마음은 어쩌면 나의 주님께서 나를 찾아 문을 두두리고 계신다는 데로
이르고 있었다.
쇠부치로 만든 가락지가 없던 시절에 풀을 엮어 반지를 만들어 둘 사이에 한마음을 나타냈었다고 했다.
그 풀이 동심초 였을 것이었다.
어쩌면 주님은 나에게 묻고 계셨다.
” 너는 세례를 통하여 나와 하나가 되겠노라 해서 나는 성령의 은총을 베풀어 너를 축복해 주었었다.
그랬었건만 너는 날이 갈수록, 세월이 흐를수록 나와 맺었던 동심초같은 약속은 저바리고 나에 대한 믿음은
꽃으로 그 열매를 맺지는 못하고 한갓 풀잎만 엮으려 하고 있느냐 ? “
아마도 주님께선 입으로만 말로만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무뎌지고 무너지고 굳어져만 가는 내 마음을 찾아오셔서
감싸 안으시면서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계시는가 보다.
쌓인 눈을 헤치고 밖엘 나가지는 못했더라도 나는 그 쌓인 눈위에 찍혔을 주님의 발자국을 찾고 분발해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