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홧김,火氣 )
잘못된 기록으로 나에게 불이익이 돌아오게 된 억울한 사정을 항의하고 바로잡으려고 관청을 찾아 갔다.
그들의 잘못인데 마치 내가 속인듯이 공문은 나를 오히려 꾸짖는듯한 내용이였으므로 찾아가는 나의 심기는 아주 뭇마땅하여
겉과 안이 모두 일그러져 있었다.
한참이나 기다린 끝에 담당이라며 여직원이 나왔다.
미녀라고 하기엔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젊은 공무원은 얼굴에 아주 선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마주 앉아서도 잔뜩 부어오른 나의 태도에도 상관않고 사무적이지만 상냥하고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어쩌면 홧김에 소리라도 지를 것같이 서슬이 퍼랬던 나의 부끄러운 마음은 그녀의 친절때문에 도둑을 맞고 말았다.
그녀의 도움으로 일을 잘 마치고 돌아나오는 나의 머리는 멋적고 창피한 마음으로 땅을 향하여 꺽여 있었다.
사람이 울화가 치밀어 그 화를 입 밖으로 뿜어내는 그 기운은 그냥 스러지는 것이 아니고 눈으로 볼 수는 없더라도 공기중에 남아
떠돌아 다니다고 한다.
그 돌아다니는 나쁜 기운은 어디론가 가서 어떤 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그의 심기를 거칠게 하여 좋지못한 결과를 만들어줄지도
모른다.
거기에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적용될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런 기운이 점차 자라나서 세상을 덥게 되기라도 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이 땅은 지금보다도 더 어지러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숙여진 나의 고개는 땅에 엎어지리만치 떨어지고 있었다.
그 선한 공무원의 아름다운 자세는 우리의 환경을 예쁘게 가꾸는 겨자씨와 같다고 생각되었다.
( 휴지를 줍는 아저씨 )
성당에 와서 골목에 차 세울 곳을 찾으려고 돌다보면
벌써 여러 차레 봉투를 틀고 골목을 누비며 떨어진 휴지나 담배꽁초를 줍는 한 아저씨를 만난다.
그이는 누가 보던가 그런 것에는 전혀 상관치 않은채 빠른 걸음으로 골목 이곳저곳을 돌며 남들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그 같은 골목에서 나는 우연히 그만 안보았으면 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날도 차를 세울 자리를 찾고 있었는데 길 건녀편에서 차문이 열리며 우리 교우 한분이 나오고 있었는데 손에는 일회용 커피컵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그이는 사방을 한번 둘러보더니 다 마신듯한 그 컵을 길에다 던지고는 성당을 향하여 당당히 걸어갔다.
참으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된 것은 그 교우는 공동체에서 누구에게나 다 잘 알려진 봉사와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이였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그이를 부끄럽게 하려거나 비판하려는 뜻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나자신도 그이보다 때로는더 부끄러운 짓을 버젓이 저질를지도 모른다.
다만 아까 그 휴지줍는 이와 오버랩이 되어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만약 그 아저씨가 우리의 교우가 버리는 쓰래기를 보았고 그것을 줍게되었다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지..
물론 그 선한마음의 아저씨는 여전히 선한 마음으로 좋은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그런 작은 실수도 (믿는다는 공동체)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 하찮은 일이 하느님의 영광을
가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
아주 작은 선한 일이 번져가면 세상을 아름답게 꾸밀 수 있을 것이며,
아주 작은 불미한 일도 번져 세상을 혼탁하게 구길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나지신을 돌아보며 자숙하고픈 마음에 말하게 되었다.
( 봉이 김선달 )
” 나에게 마실 물을 좀 주시오 . “(요한4,7)
사마리아지방을 지나시던 예수께서 우물가에서 만난 여인에게 마실 물을 청하셨다.
영원한 생명수를 마실 수 있는 하느님나라를 알려주시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대동강의 물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김선달의 어처구니 없었던 허풍의 이야기는 불과 몇 세대가 지나 지금의 현실이 되었다.
몇 세대까지 거스러 되돌아 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한 50 년전 까지만 해도 어떤이가 물을 지고 다니며 ” 마실 물 사려! ”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면
아마도 그는 동네사람들로부터 돌판매를 맞고 쫒겨갔거나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 멀쩡한 대낮에 우물가에 가거나 수돗물을 틀기만 하면 먹을 물을 사라니 정신나간 취급 받아 마땅할 일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정신 나간 사람이 집앞에 찾아온 것도 아니고 내발로 점포까지 가서 맥주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물을 사서 마시고 있다.
그런데 바로 지금이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그때가 이닐까 싶다.
우리가 돈만 주면 그래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그 물을 아마도 우리의 후손들은 점포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 많은 웃돈을 얹어주어야 암거래상에게 간신히 마실 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별 쓸데도 없는 걱정을 사서 한다구요 ? 할 일 없으면 낮잠이나 자라구요 ? “
바로 그런 어처구니 없는 걱정이 봉이 김선달의 이야기 아닙니까 ?
지금 한국에서도 또 지구촌 곳곳에서는 가뭄 때문에 갈라지는 논 밭 때문에 농민들의 안타까운 하소연이 울려 오고 있다.
또 한켠에서는 얼어 있어야만 할 얼음이 자꾸만 녹아내려 바닷물이 높아져 많은 의식있는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자연이 사람에 의해 자꾸만 훼손되고 있다.
자연보다 더 귀한 사람의 생명이 자꾸만 사람들에 의해서 파괴되고 있고 훼손되고 있다.
어떻게 어떤 악한 마음으로 우리 사람들은 자연을 파괴하고 사람을 그것도 모태에서 숨을 쉬며 살아있는 아기를 갈퀴로 긁어내어
죽이고도 벌건 대낮을 활보할 수 있을까 ?
하느님의 도구여야 할 사람들이 자꾸만 사탄의 도구로 전락돼 가고 있는 걸까 ?
잘 가꾸며 그 자연의 땅에서 나는 소출을 먹고 자손을 번성시켜라 하신 하느님의 선물 아름다운 (에덴동산)에서 사람은 기여코
쫒겨나고야 말 작정일까 ?
그 동산에서 쫒겨나면 갈곳이나 있을까 ?
(늑대소년) 이 있었다.
” 여러분, 늑대가 옵니다. 늑대가 와요 . “
밖을 내다본 사람들은 그곳에 늑대가 안보이자 이제는 그 소년이 아무리 소릴 쳐도 더 이상 내다보지를 않았다.
그러다가 늑대가 정망 찾아왔을 때는 이제 피할 곳을 찾지 못하고 말았었다.
너무 늦었어요.
” It’s Now or Never , Ladies and Gentleme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