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Resurrection )

( 후리후리 )

 

까까머리 고등학교 때,

우리들 열 명은 뭐 오라고 부른 데도 없고 그렇다고 꼭 가야할 데도 없는 주제인데도

쓸 데도 없이 길에 먼지만 휘날리며 몰려다니고 그랬다.

 

그러다가 배가 고파오면 서로

” 야, 너 돈 있어 ? “

그러면서 두리번 거리지만 누구 하나,

” 그래. 나 돈 있어. “

그러는 아이는 열 중에 하나가 있을리 없었다.

 

그러면 또 번번이 내가 남대문 근처에 사는 죄로 제일 가까우니까

우루루 몰려 들어가면

엄마는 싫은 내색 안하시고 칼국수를 만들어 한그릇씩 안겨주시곤 했다.

 

그런데,

그 열명중엔 나보다 머리 하나만큼 키가 더 큰 녀석이 몇이나 있었다.

엄마가 끓여주는 똑같은 국수를 먹는데 왜 걔네들은 키가 컷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우리 엄마는 주욱 둘러보시다가 키 큰 녀석을 보며 

” 넌 키가 후리후리 하고 늘씬한 게 보기 좋구나. ” 하시다가 날 돌아보았다.

 

국수는 맛있게 먹었지만 키 얘기에 은근히 기분이 언짢아진 내가,

 ”  아니, 엄만 그냥 한번만 후리 하구나. 그러시면 안돼요 ?

    왜 두번씩이나 후리후리 그렇게 강조해서 이 아들의 기분을 가라않히고 그러시는 건가요 ? “

 

그러면 엄마도 아이들도 국수를 먹고 배도 편해져서  ” ㅋㅋㅋ… ㅎㅎㅎ, ㅅㅅㅅ…” 구구각각 소릴 내며 웃었다.

 

내가,

” 야. 다 웃어도 너희들 후리후리 들은 웃지 마 ! 임마. “

그래서 또 한번 ㅋㅋㅎㅎ 하면서 거리로 몰려 나갔었는데 그 시절이 바로 엊그제인데

어느새 그중 절반쯤이 우리 곁을 떠나고 함께 웃을 수도 없게 됐으니.    

 

 

 

 

( 성불사 )

 

 

그 때 그시절에,

수학여행인지 아니면 Girl friend도 없는 주제에 혼자 갔었는지

기억에 없지만

 

성불사도 아니고 수덕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통령을 지낸 이가 창피하게스리 쫒겨갔었다던 그 백담사도 아닌데,

좌우간 어느 고요한 절간에서 묶게된 적이 있었다.

 

무슨 문학소녀도 아닌 주제에 마음이 심난해져서 잠도 안오고 그래서

밖으로 나와 걷다가 한곡조 뽑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헛기침을 한두번 하고나서 불렀다.

 

”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제엔 안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울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소리 들으며 잠 못이뤄 하노라 “

 

그때 내깐엔 그럴듯하게 박자도 모처럼 잘 맞고 국립극장은 아니라도 어디서 초청 받을만큼 잘 불렀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어둠속에서 문이 벌컥 열리며

카랑카랑한 영감님 목소리가 절간을 울렸다.

 

” 아니 이 고요하고 경건한 절간에 오늘밤 이게 웬 난리야 ?

주승께서 잠이 드셨는데 절간이 떠나가게 풍경 깨지는 소릴 지르는 저자가 도대체 누구야.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네.

아니,

뎅그렁 울리면 그냥 듣고 끊일 젠 못듣는 게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

박자두 모두 엉망이면서 뭐라구 ? 국립극장같은 소릴하네. 그 깨지는 소릴 누가 들을 거라구 초청한다구?

정말 초치는 소리 하구있네. 경찰 올라오기 전에 얼른 들어가 자라구. “

 

모처럼 분위기 잡으려다가 망신만…

 

 

 

( 부패한 음식 )

 

언젠가 어느 고마운 이가 밥을 사준다고 해서 나가려는데 

현관에 늘 모여 앉아 들고 나는 사람 모두 참견하는 할머니들이 또 참견한다.

 

” 이 밤중에 넌 또 어딜 나가는 게냐 ? “

아는 이가 부페식당에서 밥을 사준다고 해서 나가는 갈이라 했더니,

 

” 에그머니, 왜 하필 부패식당이야 ?

   요즘엔 그러지 않아도 맨 불량식품 천지인데 뭘 돈주고 나가서 부패한 걸 먹구 그래. 

   그냥 집에서 냉큼 라면이나 하나 끓여 먹구 말어.

   맨날  집에서 신라면 잘만 먹더니… “

 

미국 할머니들 한테 괜히 신라면 사갖고 오다가 보여줬더니 저 난리네.

 

” 부패가 아니구 부페 라는데.. 발음 좀 또이또이 하시라구요. “

 

 

 

( 부활 )

 

부페식당에서 

밥을 잘 얻어먹고( 맨날 얻어 먹었다는 소린 들었어두 누구 대접했다는 소린 들어본 일도 없는 거 같애.)

집으로 오다가

신호등이 빨강으로 바뀌여서 서 있다가 

창밖을 두리번거리며 올려다 보니 큰 병원 앞이였다.

 

큰 간판에 

RESURRECTION 이라 써 있었다.

병원이름으로 참 인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름이 또 나에게 생각의 꼬리를 달아주었다.

 

” 부활이라니.

  그러면 혹시 이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이름이 모두 (라자로)는 아닐까 ?

  그래서 그들이 모두 치료를 잘 받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완치돼고 회복되어 건강한 몸으로 집에 돌아간다면 좋겠네.

   ………….. !

 

   그럴줄 알았으면 나도 이름을 (라자로) 라고할 껄 그랬나 ?

 

   아냐. 지금은 내가 멀쩡히 살아있는 몸인데…. 뭐하러 이름을 바꿔 ? 그럼 죽는 순간에 이름을 ?

 

아니야. 그것도 아니지. 

죽은사람 이름을 누가 바꿔나 준대 ?

 

그러느라구 

파란불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있었는지

뒤에 선 차들이 ‘ 빵빵빵 ‘ 거리며 부화같은 멍청한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기가 하라고 야단이 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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