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부르의 우산

주룩 주룩
비 뿌리는 창을 내다보니
어느새 가을은 성큼 창가에 와 있습니다.

푸른 잎새를 뽐내던 나무들은 온갖 색깔들로 예쁘게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면서
겨울을 맞고있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됩니다.

이렇게 낙엽을 재촉하는 창 밖의 비를 보면
학생때 몰래 영화관에 숨어들어 보았던 뮤지컬 영화,
쉘부르의 우산(The umbrellas of Cherbourg)이 생각납니다.

아직은 청순한 애송이 배우였던 까뜨리느 드뇌브가 주인공을 맡았던 음악영화였지요.
지금 더듬어 기억해 본 줄거리는 아마 이랬습니다.

(엄마와 함께 우산가게를 하던 그녀는 자동차정비소에서 일하는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되지만 이제 막 사춘기를 벗어나는 딸의 풋사랑을 바라보는 엄마는 못내 염려를 놓을 수 없고 혹시라도 그 철부지들의 사랑이 놓지면 깨여지는 유리알처럼 될까봐 밤낮을 걱정으로 몸살이다.
그래도 엄마의 간섭을 피해 사랑을 속삭이던 그 연인은 징집영장을 받아 군에 입대하게 되고 둘은 제대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결혼하고 아이들 낳고 파뿌리가될 때까지
살자고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둘은 각각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되고 만다.)

이런 신파조의 비련 영화였지만 당시 쎈세이숀을 일으키고 아카데미상도 받은 것으로 기억됩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란 다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이들의 사랑,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이고 이웃의 삶이 바로 나의 사는 모습이라는 생각입니다.

지금 내다보는 창밖의 계절이 바뀌는 모습도 우리 인생의 변화를 상기시켜주고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나이는 단순히 숫자일뿐이야 하고 억지를 부려보지만 자연법측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고 제법 초연한척 무표정을 지어 보아도 한 걸음씩 내 앞으로 다가오는 겨울을 보며 마음 한 구석의 초조함을 완전히 덜어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지어내신 자연의 원칙에 순응하려거던 계절의 변화에 민감해지느니
차라리 내 앞에 주어진 지금의 이 시간을 충실히 꾸려가도록 최선을 다 함이 꿩도 먹고 알도 억는 수지맞는 장사일 것이라는 마음을 비 부딛는 창 옆에서 곰곰이 다져봅니다.

                                            빗 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지러진 달이 실날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잊으려 하여도
보이지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주요한 시인의 시를 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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