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들이 냄비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먼저 떨어진 쌀알위로 또 다른 쌀알이 내동대이 쳐지며 엎어진다.
단단한 쌀알들은 소리내며 떨어진다.
먼저 팽개쳐 떨어진 쌀알이 제 등위로 내려뛰는 쌀알에게 볼벤소리 질러댄다.
” 야! 좀 살살 내려오면 안되니? 그ㄹㅗㅎ게 사정없이 뛰어 내리면 내 등허리 남아나겠니? “
” 야, 너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내가 뛰어내리고 싶어 내얼굴 깨저가며 이러는거니?
주인이 사정없이 쏟아 부으니 난들 어쩌냐? “
” 그래, 네말 듣고보니 이해된다. 야, 그러나 저러나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거냐? “
쑤근대며 웅성거리는 쌀알위로 물이 쏟아진다.
진저리나게 차거운 물이 쏟아져 몸이 잠기고 얼굴마저 잠기도록 덮는다.
숨을 쉴수가 없다.
소동이 일어난다.
쌀알들이 서로 떠 밀치며 아우성이 일어난다.
” 아이구! 이거 왜 이러는거예요! 미리 예고도 없이 이렇게 찬물로 홍수를 만들면 어떻게
하라구요. 아이구, 숨막혀 미치겠네. “
” 야, 얘들아, 힘들긴 하지민 참아보자. 시원한 냉수욕 한번 한다 셈치고 차라리 이 환경을
즐기려므나. 주인도 설마 무슨 생각이 있어 이렇게 했겠지. “
” 아유! 그야말로 쌀중에 성미(聖米)하나 나왔네. 그야말로 아더메치야. 그래도 별수도 없
으니 쟤 말대로 참고 기다려 보는수밖에…”
물은 점차 따뜻하게 달아 오른다.
” 야, 이게 훨씬 낫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바로 그 싸우나 라는거 아냐? “
아래쪽에 깔린 쌀이 악을 쓴다.
” 너 무슨 그런 한가한 소리 하고있냐? 난 뜨거워서 팔딱 팔딱 뛰고 있는데. 나하고 자리를
바꾸지 않을래? “
물은 이제 거품을 내며 끓어 오른다.
타닥, 타닥, 부글, 부글, 냄비는 연옥이 되고 지옥이 끓는 냄비이다.
” 아-아-! 우릴 모두 죽일 작정입니까? 몸은 모두 벗겨지고 부러터지고 펄펄 끓고 정말 못
살겠어요. 살려주세요.”
불을 끄고도 주인은 냄비속 쌀알이 과연 모두 죽어 잠잠해지고 단단했던 교만이 모두 깨저
말랑 말랑 따끈 따끈하게 겸손해진 맛있는 쌀밥이 되었는지 한참이나 기다리며 확인하고서야 뚜껑을 열었다.
교만했던 쌀알은 겸손한 밥이되어 주인속으로 들어가 주인의 영광을 위하여 쓰여지는 도구가 되었다. 쌀은 밥이 됨으로써 주어진 제 몫을 다 하게 되었다.
제몫을 하기위해 겪어야할 고난은 필연이며 은총이며 축복을 위해 져야할 십자가이다.
* * *
밭에서 캐어온 배추는 뻣뻣하고 빳빳하게 목을세운 교만한 모습이다.
주인은 소금을 잔뜩 뿌려 그릇에 잠겨 놓아 하룻동안, 이틀동안, 사흘동안이라도 배추가 기가 죽어 뻣뻣한 목이 숙여지고 부드러워질때까지 내버려둔다.
그제서야 그 위에 매운 마늘, 매운 고춧가루를 뿌려서 아직도 남아 있을지 모를 교만의 찌꺼기를 말끔이 잠 재운다.
그래도 아직은 주인의 영광을 위해 쓰여지기엔 까마득한 길이다.
몇날 몇시간을 더 기다려서라도 숙성이 되면 그제야 주인의 속으로 들어가는 김치가 된다.
(나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진다)(마태 116.24)는 것은 입시울로 외우는 구절이 아니라 가슴에 새기고 그리고 실행하여야 하는 예수님의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