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소에 들어가 사제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꿈 속이어서 신부님 얼굴은 뿌옇게 잘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성사를 본 지가 얼마나 됐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얼마 안되었는데요.”
“얼마 안되었다면 한 달전쯤?”
“글쎄, 그게 그 정도는 아니고 한 사 오년정도 밖에 안된 것 같아요.”
“………….? !, 자 그럼 죄를 고해보세요.”
“이 밖에 알아내지 못한 죄와…”
“잠깐, 한가지도 아직 안 고해놓고 이 밖에라니, 뭔 고해를 그렇게..”
“신부님, 밖에 기다리는 교우들 줄이 얼마나 긴지 걱정도 안되세요?”
“시방 형제님 형편이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면 기다리는 분들 생각해서 보석으로 정성껏 묵주기도 300 단만 우선 하세요.”
“300 단이라니, 오 마이 갓! 신부님은 저같이 불쌍한 사람 살리시는 분 맞아요?”
꿈이었는데도 너무 무거운 보석에 깜짝 놀라 깨어 나와보니 복도에는 기다리는 분도 하나 없고 보석 기도 할 묵주를 하나 사려고 성물센타에 가도 자매님도 안 계시고..
날더러 어쩌라고.. 이럴땐 보석도 무효 아닌감유?
* * *
그날 밤에도 또 꿈속을 헤메고 있었습니다.
꿈 속에서 제가 무슨 일 내려고 그랬는지 평소에는 주일미사때가 아니면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놔두던 성가책을 꺼내어 단번에 성가 210 번을 찾아내어 부르고 있었습니다.
“나의 삶을 드리니 주여 받아주시어…”
요즘같은 불경기에 들쑥 날쑥하는 삶, 고달픈 나의 삶을 드린대도 내가 뭔 손해볼 것도 없어보이고 드리지요, 드려.
“나의 음성 드리니 주여…”
어짜피 음치인 걸 드릴께요.
혹시 더 좋은 걸로 바꿔 주실지 누가 알겠어요?
“나의 재능 드리니..”
국민하교때 선생님이 너는 무 달란트가 달란트 아닐까 싶구나 그러셨는데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드린다고 노래해도 실제로는 주님께 가는 게 없어보여요.
드릴께요.
“나의 마음…”
예전에는 여자의 마음이 갈대와 같다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지만 시방은 제 마음도 수시로 바뀌고 언제 또 변할지도 모르는 그런 여러가지 마음인데 그 중에 하나 드려도 얼마던지 다른 마음은 남아 있을 꺼니까.
“나의 생명 드리니 “
주님, 이거만은 안됩니다.
하나 밖에 없는 걸 어떻게 드려요?
죽으면 죽었지 어떨게 하나뿐인 걸 주님께 드리겠어요?
저 지금 부른 5 절은 캔슬하고 싶어요.
안부른 걸로 하면 안될까요? 아니 어쩌자고 내가 생전 부르지도 않던 성가 210 번을 골랐을까? 정말 주책 아니야? 너무나 경솔했어, 내가.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 사람아. 언제 너의 생명이 너의 것이었냐? 잘 지키고 의러운 삶으로 채워가라고 맡겨 준 것 아니였더냐? 너의 마음을 다 하고 정성을 다 하고 목숨을 다 하여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고 곧 다가올 추위에 돌아보면 수 많은 춥고 배고프고 아픈 소외된 이웃에서 내 모습을 찾으라고 너에게 복음을 통하여 이르지 않았더냐?”
소스라쳐 놀라 일어나니 부끄러운 저는 아직도 따스한 방에서 자고 있었습니다.
정말 (구제불능) 되기 전에 에수님의 모습을 가장 보잘 것 없는 소외된 이웃에서 찾기위해 이부자리를 차고 나서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