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엄마가 차려 주시는대로 먹고
아빠가 주시는대로 용돈을 얻어 쓰던 초등학생 시절
글쎄 무얼 아는 게 있을거라고 선생님은 저를 불러 일어나라시더니
(인간의 3 대 욕망)을 읊어보라 하셨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얼른 정신을 가다듬고 언젠가, 어디선가 주어들었던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어.. 저.. 그러니까 첫째, (식욕)이고요.
아마 두번째가 (재물욕)이 아닌가요, 선생님?”
“그래서 세번째는?”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니 아마 (성욕)이라 했어야 했는데 그 나이에 그런 일에 뭔 볼일이
있다고 상상이나 되겠어요?
선생님은 채근하시고 뭐라고 답은 하고 앉아야겠는데 몸이 근질거렸어요.
“네, 선생님. 세번째는 물론 (목욕)이지요.”
그당시는 선생님이나 학생들이나 한달에 한번쯤 목욕탕엘 다니면 그래도 집안 형편이 꾀 좋다고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공감이 되셨는지 선생님도 저를 한참이나 물끄러미 보시더니 그냥 앉으라고 하셨지요.
절보고 한숨은 쉬셨지만 제가 한심스러워서 그러신 건 아닐거예요.
* *
(등신)
시카고에 와서 살다가 인도 사람을 사귀게되었는데 언제나 미안한 기색조차없이 제가 사는 점심만 챙기던 그가 하루는 그럴듯한 점심을 산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버거컹으로 안내하더라구요.
뭘 먹겠냐 묻지도 않고 햄버거를 두개 시키면서 하나는 고기를 빼고 빵만 달라고하니 종업원이 그건 먹기 싫으면 네가 빼고 먹으면된다고 그냥 고기채 주었어요.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기왕 나왔으니 그냥 고기채 먹어야겠노라고 해요.
가만히 보니 아마 소를 신처럼 공경해서 고기를 먹자니 난처했던 모양입니다.
그냥 모르는체 해야되는데 저의 꼬부라진 심통이 그냥 넘길라구요?
“아니, 그렇다고 당신이 믿는 신을 먹다니 그럴수가..?”
“우리나라 인도에 도대체 신이 몇이나 되는줄이나 알고.. 3 대 신만 맞춰봐.”
“어쮸, 날 테스트 해? 그거야 식은 죽 먹기지..
( 태양신), (산신).. 어.. 어..”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속으로 한참 잔머리를 굴려도 생각은 안나고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을 믿는 날 테스트하다니 괴씸하기도하고 그래서 한국말로 (등신) 그랬지요.
무슨 뜻이냐고 표정으로 묻기에 ” 그건 그러니까 등이 굽은 신이란 뜻이라니깐.”
그 사람은 눈만 껌벅거리며 햄버거를 깨끗이 먹어치웠습니다.
* *
(얄미운 손님)
Two for $1.00 라고하면 될 것을
Buy one, get one (free). 라고 써 부쳤다고해서
저를 얍삽한 상인이라 하지 마세요.
(50% off, Big sale) 이라 광고해 놓고
그 전날 저녁에 서둘러 값을 두배로 올려 찍어놓았다고
저를 비열한 장사아치라 흉 보지는 마세요.
(90% off, Clearance sale)이라 선전해 놓고
아침에 그 물건은 다 치워놓고 (Sold out) 이라 했다고
절 보고 얼굴 붉히지도 마세요.
저도 물론 마음이 편할리야 있을라구요, 하지만
그렇게 써 붙혀야만 그런 싸인만 보고 찾아오는 당신은
바로 (얄미운 손님)은 아니신가요?
(요즘 세태는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하기도 어렵게 어지러운 상술이 판치고 있어 보입니다. 바로 제가 그런 광고를 보고 혹시나 남의 물건을 거저 사 볼까하고 돌아다닌 경험이 있어 허탈해진 그때 제 자신이 (얄미운 손님)이었음을 깨닫고 쓰는 고백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