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찾아갔던 길

지난번 서울에 갔었을 때 숙소에 누어 잠을 청했지만 왠지 쉽사리 잠은 날찾아오기를 망설였어요. 어른스럽지도 않게 마치 수학여행온 학생이나 된듯. 잠을 청하려 눈을 감은 천정에 초등학생시절에 살았던 집동네가 어른거렸습니다. 한눈에 알아보았지요. 나는 단숨에 그리로 날아갔자요. 멀지않은 곳에 서울역은 그대로였지만 빙둘러봐도 모두 낯선 풍경들 뿐이네요. 난감해졌지요. 아니 이럴수가… ? ” 더듬거리는데 낯익은 그림이 다가왔습니다. 서울역의 펄로가 지나는 다리 염천교 팻말이 날 불러세웠어요. ” 아, 염천교 너였구나. 어째 너 혼자냐? 동네아이들은 다 어디가고 ? ” ” 얜 시방 뭔소리야, 벌써 다 떠나갔어. 미국이민가게 됐다며 네가 떠나곤 하나 그리고 둘씩 다빠져갔지 뭐냐. ” ” 그런데 넌 왜 ? ” ” 그래, 그렇게 됐어. 너 보다시피 날 이렇게 동여매놨으니 이사가기가 어디 그리 쉬운일이겠냐?  그리구 무엇보다 왠지 난 네가 찾아와줄것만 갔았어. ” 

염천교도 나도 눈가에 눈물이 핑돌았습니다. 우린 한참이나 부둥켜안은 채 떨어젤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려서 헤어졌던 옛동무를 다시 만난 그기분 있잖아요 왜. 그런데 큰문제가 생겼네요. 내가 살았던 집이 없어진 것은 고사하고 송두리째 그자리를 까마득히 솟은 고층건물이 차지해버렸다니까요.  서운하단 말로는 내마음나타낼 일도 없어요. 

망연자실해 둘러보는데 저만치 십자가가 눈에 다가왔습니다. 

네, 저편언덕위의 성당, 약현성당이었습니다. 몹시도 춥기만했던 겨울날 곤히 잠든 날 흔들어 깨우신 엄마가 날 앞세워 새벽 평일미사를 함께 가자는 거에요. 어쩌나요. 가서 난방도 전혀 안된 마룻바닥은 차라리 사람의 온기를 신세지려나 싶었을 정도였지요. 뭘 열심히 기도하시는 엄마하곤 달리 난 도무지 견딜수없이 춥고 졸리고… 신부님 강론말씀이 먼나라에서 들리는 뭐 그런소리였을 뿐…

 

이듵날아침 마침 주일이어서 실제로 미사엘 갔었습니다. 언덕높은 건 여전했지만 모습이 많이 바뀐듯 했어요. 오르는 계단 주변엔 예쁜 꽃들.. 그리고 무엇보다 오르는 길목마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는 주님모습이 14처에 따라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그곳에 계속 머루를 수는 없으니 카메라에 모두 담아 모시고 와서 사진으로 제방안에 모셨습니다. 

매일 지나가며 오며 바라만 봅니다. 주님께선 ” 넌 이녀석아, 날 모셔만 놓고 뭐하겠다는 게야? “하며 물으시네요.

갑자기 드릴 말씀은 잃고 눈만 껌뻑거리다 얼떨결에, ” 사순절까진 기다리시는 거 아닌가요? ” 

한동안이나 말씀을 잃고 절 바라보시던 주님께선, “너에겐 사순절말고는 일상의 십자가는 아예 없다는 거구나…. “

” …………….. “

 

저만의 십자가 왜 없겠어요. 막상 짊어지려니 당체 무거운 정도가 아니라 엄두가 않나는데 어쩌면 좋죠?

교우님0들 뭐 좀 그럴듯한 아이디어 떠오르시거들랑 슬그머니 귀뜸해주실래요?

아니면 아예 좀 제껄 나눠서 들어주시던가…

예 ? 그건 어림도 없다는 거에요? 아니 한동안 제가 뜸했기로서니 이런식으로 안면을 싹 바꾸시다니…

진짜 정말로 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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