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새

(으악새)

그날도 창가엔 주룩 주룩 내리고 있었다.
날이 맑았으면 혼자서 여름 내내 벼르다가 못간 거기, 스탈브드 락(영어로는 스펠링을 모름)인가에 가서 언덕을 오르며 사람들 얼굴이나 인스펙숀(역시 스펠링이)하려고
운동화를 찾고 있었는데 이렇게 심한 비가 내리다니 실망해서 운동화를 다시 벗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 긴 여름, 날 맑은 날엔 뭘하고 있다가 여름 다 가고 비 오는 날을 골라서 어딜 가려했는지 납득이 안가는 사람이야.

아파트 처마밑에는 무슨 새가 둥지를 틀었는지 저녁이면 거기서 후드득 거리는 소리가 나곤한다.

비 오는 창가는 처량하고 공원에도 못가고 그래서 청승이나 떨기로했다.

” 아 –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임자없는 조각달
                            강물은 출렁 출렁 목이 멥니다. “

이러고 있는데 처마밑에서 그 새가 고개를 삐죽이 내밀어 날 바라본다.
흔히 보는 새도 아니고 범상치않게 생겨먹었다.
혹시 저것이 그 으악새일까? 싶었다.
자세히 보려고 창에 가까이 바짝 다가서서 새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새도 날 뚫어지게 내려다보더니, 큰 소릴 질렀다.

” 뭘 보냐? 새 첨 보니?”

(상록회)

전에 한 친절한 양반이 상록회에 가입하라고 일러주었었다.
돌아서서 오는데 등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난 아직 대건회 소속인줄 알고 살았는데 뭔 상록회라니…

집에 오는 길에 점방에 들려 머리 물감을 사 들고 와서 열심히 머리에 찍어 발랐다.
물감이 잘 들여졌나 해서 거울앞에 섰다.
거울안의 또 다른 내가 날 보며 큰 소릴 질렀다.

” 야 ! 호박에 줄 친다고 수박이되냐? “
” ….. ! ! ! “

(미니 스커트)

다운타운에 볼일로 기차를 탔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미니 스커트를 입은 얄상하고 어여쁜 젊은이가 다른 빈자리가 많은데도 하필이면 내 앞자리에 앉았다.
지금부터 목적지에 가는동안 내 눈동자를 둘곳이 마땅치않아 날 좀 힘들게 하겠지만 험상궂은 사람이 앉아 분위기를 삭막하게 하느니보다는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러지 않으려고 무던 노력은 했지만 그래도 주책없는 나의 눈동자가 다른데를 보는척하면서 슬쩍 흘금 가면 안되는 미니스커트 쪽으로 방향을 틀곤했나보다.

처음 몇 번은 봐주었지만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 아가씨가  침묵을 깼다.

” WHAT ARE YOU LOOKIN’ AT , UH ? “

(아니, 미니스커트를 입을 땐 남들더러 봐달라고 입은거 아냐?  Yes?  or No! )

(YES or NO)

그 때 영주권을 갱신하는 일이 구찮아서 아예 시민권을 받기로 했었다.
면접시험때 마주 앉은 시험관이 한 삼백 파운드쯤 되는 거구였는데 “미국 시민이되면
법을 준수하고 미국을 사랑하겠느냐?”고 묻는듯 했지만 그 체구에 주눅이 들어 대답을 못하고 가만히 있으니 그녀가 다시 채근을 했다.

” Yes or No ? “
난 법을 준수하는데는 아무 이의가 없지만 미국을 사랑하게될지는 좀 더 살아봐야 알것 같았다. 그러니 무조건 (예스)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도 아니고 난처했다.
얼떨결에 난 ‘ 노 예쓰, 노 No, Just  (Or) only .” 해 버렸다.

“What?”    시험 결과야 물어볼 필요가 있나?

( MSRP)

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생산자 추천 소비자 가격).
미국 와서 처음 자동차를 사러 갔었다.
그때는 한국인 쎄일즈맨이 아직 없어서 나의 유창한 영어와 미국 상식으로 딜러를 상대하는데는 좀 무리가 있다는 건 가기 전 부터도 자알  알고 있었다.

열심히 이차 저차를 보여주더니 내가 찍은 차를 놓고 침을 튀겨가며 하나 실적을 올려보겠다고 열을 올렸다.
실은 그차가 MSRP로는 더 높은 가격이지만 딜러 값으로 잘 싸게 해주마고 하는것 같았다.

언제나 똑똑한 나는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런 딜러보다는 큰 회사인 생산공장이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딜러의 잔 꾀에 넘어가 그들이 제시하는 값에 쉽게 넘어갈 내가 아니였다.
난 큰 기침을 한번 하고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아, 그래. 난 이 차로 하겠어. 단 난 너희 딜러 값이 아니고 생산공장에서 제시한 그 가격을 주고 살꺼야. 그렇게 하자고. 더 이상 두말하면 안되.”

그는 난생 이런 똑똑한 사람은 첨 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엇지만 정 내가 그렇게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마고 약속했다.
그날 그 사람이 몇천불이나 보너스를 챙겼다는 걸 알게된 건 미국생활을 한참이나 더 한 다음이었다.

지금도 난 그 딜러앞을 지날때면 창피해서 고개를 돌리고야 지나간다.
” 사람이 너무 똑똑해도 탈이라니까…”

(연구결과)
창피한줄도 모르고 이런 얘기들을 이렇게 나열해놓고 테레비를 켜니 거기엔 새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었다.

” 하루 한, 두잔의 커피는 두뇌를 맑게하며 좌우간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래?  정말 고무적인 소식이네. 난 벌써 알고 오래전부터 하루 한잔 이상씩 타서 마시고 있었는걸. 확실히 난 똑똑해 !, “

두말할 것도 없이 얼른 한잔 타서 맛잇게 다 마시고 묵은 옛날 신문이 있기에 버리려다 펼첬다. 거기엔 이런 기사가 있었다.

” 커피는 한잔이고 반잔이고간에 무조건 나쁩니다. 최신 연구결과입니다.
  잘나체하고 자꾸 마시지 마세요.”

아 ! 정말 난 뭐 되는 일이 없어. 전에 뒤로 넘어졌는데 코가 다치더라니깐.

                                                * * *
( 저 위에서 부터 맨 끝 줄까지 전부가 거짓말로 꾸민 거 였습니다. 뭔 그런 일들이 있을라고요. 별 볼일도 없다보니까 가끔 이렇게 쓸개없는 소릴.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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