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사람의 수가 늘고 소위 전산화된 사회를 살아가자면 사람의 이름이 아닌 번호로 전락되어 취급당하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된다.
주민등록증. 면허증등에 등록된 번호가 내 이름을  대신한다.

만났던 이름중에는 본의 아니게 희한하게 된 이름이 생각난다.
바로 금방 입대한 신병앞에 겁주게 생긴 중대장이 큰 소리로 호령한다.
” 직속상관 관등성명! ”
느닷없이 상관의 이름을 대라니 주눅이 든 신병은 알았던 그의 이름이 꽉 막혀 생각해 낼 수가 없다.
얼떨결에 ” 지가 기면서… “
자기가 그 사람이면서 뭘 묻느냐고 했으니 (지가 기면서)라는 괴상한 이름을 얻게 된 상관은 이번엔 ” 군번 ! ” 하고 버럭 소릴 지른다.
” 일일 공칠 팔일 오칠 !”
( 요번에 군번을 똑똑히 댄 신병은 나 였지만 앞에 “지가…” 어쩌구 하다가 혼이 난 신병은 내가 아니고 분명히 딴 사람이였다.)

삶 속에서 연분을 맺게되는 숱한 만남들의 이름들을 오래도록 다 기억하는 일은 어려운 것중 하나 인듯하다.
특히나 그 일에 서투른 나는 곤혹스럴 때가 많다.

친하진 않아도 학교때 부터 십년 이상이나 알았던 한 사람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서 오가며 만나게 되면 그냥 멋 적은 웃음으로 “안녕하시오?” 이렇게 얼버무리며 인사를 대신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내 이름을 대며 인사를 해 왔다.
” 어이 어떻게 지내셔, 홍 형?”
(홍 형?) 내 가운데 이름자를 성으로 부르다니?
이제는 나도 용기가 났다.
” 아! 잘 지내지요. 박 형은? “
나중에 알고보니 그는 김씨였다.

지금 살고있는 아파트에서도 처음 인사를 나눌때 알려준 이름을 어찌 그리 잘 기억하는지 만날때 마다 많은이들이 ” 안녕! 모이세.” 이렇게 친절히 해 주는데 난 한사람도 기억을 못해 할 수없이 희지도 않은 이를 들어내어 그것으로 때운다.

이름 외우기도 하나의 달란트일까 했었는데 사제나 수도자들이 그 많은 교우들의 이름을 잘 외우는 걸 보면 그것은 외우는 사람의 (정성)이라는 생각이다.
그러구 보면 나는 아주 부끄러운 게으름뱅이 로구나.

이런 게으름쟁이 에게도 오래 오래 잊을 수 없는 그리운 이름이 있다.

사람의 (정성)이 대단하다 한들 하느님의 그 정성에 비할까?
나(우리 모두의)를 어머니 모태에 잉태되기도 전부터 아셨고 내 이름을 기억하시며 한 사람씩 그의 이름으로 부르며 사랑하신다는 그 이!
어떤 말로 그 감격을 나타낼 수 있을까?

내가 그 분을 택한것이 아니라 먼저 나를 택하셨다는 주님!
그 발 아래 엎드려 통곡을 해도 다 할 수 없을 고마움!

한 처음에 계셨던 분, 야훼, 목자, 구원자, 주님, 영원하신 분… 우리는 숱한 다른 이름으로 불렀어도 오직 한 분이신 하느님!

그 이름 영원하시고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 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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