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타임)
세월 빨리 가서 내가 좋아할 일도 하나도 없는데
그렇다고 내가 안좋아한다 해서 그 스피드를 조금 줄여서 갈 시간도 아니다.
어느새,
봄이 되었으니 엊그제 바꾸었던 시간을 또 그 반대로 시계바늘을 고쳐 놓으라고 성화다.
난,
이때만 되면 신경이 곤두선다.
바늘을 앞으로 보내야할지 뒤로 가게 해야 하는지 봄 여름 번번이 헷갈려서 그런다.
그래서 우리 주보에도 친절하게 안내공고가 실렸다.
( 10 시에 잠 들기전에 11 시로 바꾸라는 것이다. )
이것이 또 나에게 문제를 갖다주었다.
왜요 ? 더이상 어떻게 친절하게 자세히 알려주냐구요.
자, 보십시오.
10 시에 잠을 자는 사람에겐 아무 문제가 없겠지요.
나같이 11 시가 넘어도 잠은 커녕 눈이 더 말똥거리는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게 없잖아요.
그리구 어쩌다가 졸음이 와서 10 시 25 분에 자러갈 땐 또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럴 땐 생각할 것도 없이 의사를 찾아가야된단 말이죠 ?
내과도 아니고, 외과도 아닌 그 좀 이상한 사람들, Stone head를 잘 고치는 의사를 만나라구요 ?
그런 의사가 있을라구.
( 메기의 추억 )
내 친구, 그 아이는 노랠 참 잘 부르곤 했다.
주제파악을 못하고 성악과에 지원서를 접수시칸 일만 아니였어도 괜찮은 아이였었는데.
그날도,
내 곁에 앉아서 노랠 들려주었다.
‘ 옛날에 금잔디동산에 메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물래방아 소리 들린다 메기야
희미한 옛 생각 ‘
메기의 추억을 멋들어지게 한곡 부르더니 날 쳐다보았다.
날더러 뭐라고 한마디 해달라는 것 같았다.
내 심통으로 잘불렀다고 하긴 싫고 그래서,
” 야, 임마. 메기가 무슨 추억이 있냐 ? 너 정신이 있는 거야 ? “
노래 잘했다고 칭찬을 들을줄 알았는데 엉뚱한 내소리에 그 아이는,
” 야. 메기도 추억이 있어. 그것도 아주 많이.
내친구 메기 있지.? 그 녀석은 고등학생인데도 여학생 친구를 많이 사귀고 그에 얽힌 추억도 많다던데 ? “
( 꿍쳐 둔 돈 )
리커 가게를 하는 남편이 대낮에 헐레벌덕 집으로 들어왔다.
” 여보. 웬일이야 ? 가게에서 무슨 일 있었어 ? “
” 그래. 있었어.
은행에서 연락왔는데 내수표가 부도날 거래. 당신 그 꿍쳐둔 돈 얼른 내놔. 빨리 막아야 돼. “
평소에 늘 그런 몰래 따로 찬 주머니는 결코 없다고 우기던 부인인데,
그만 얼떨결에
” 응 ? 꿍쳐둔 돈 ? 아니 여보, 그걸 어떻게 알았어 ? “
” 제 수에 제가 넘어가는 거 잖아. 어서 내놓기나 해. “
( 집에서 새는 바가지 )
” 오늘 내가 여러분에게 심오한 진리 하나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
난 그날 제법 큰 기침을 한번 하고나서 지가 무슨 고린도에 간 사도 바울이나 된 것 처럼,
뭐 대단한 거 하나 발표하려나 보다 하고 긴장된 얼굴로 거기 모인 사람들에게
결국 별 것도 아닌 그렇지만 틀림없이 꼭 맞는 얘기를 해 주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반드시 밖에서도 샌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그런 바가지를 하나 오래 간직해 봐서 잘 알고 경험한 이의 증언이므로 믿는 게 좋다.
그렇게 말했더니 모두 감동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반응이 나왔다.
” 에이, 난 또 뭐라구. 여보쇼. 우리도 다 하나씩 집에 그런 거 있다구. 잘난체 하지 마. “
( 어차피 )
늘 건강을 챙기고 젊게 산다고 나에게 뽐 내던 친구가 전화를 했다.
” 야. 자꾸 나이를 먹으면서 이젠 매사가 구찮아.
그래서 난 양말도 안신고 다녀. 셧츠에 단추도 다 채우지 않고 하나 걸러서 채우고 다니구 그래. “
” 아니 왜 그러는 거야 ? 전엔 그렇게 매사 꼼꼼이 챙기고 그러던 넌데. “
” 글쎄. 그렇게 되는구만. 얌말도 어차피 집에 오면 다시 벗을 건데 뭘 신어 ?
단추도 어차피 벗을 걸 뭘 구찮게 다 채워야 한다는 건데 ? “
이럴 땐, 내가 혀를 다스려야만 하는 건데 또 못참고 입을 열었다.
” 너, 그래도 밤엔 잠은 자러가지 ? “
” 그럼 야. 잠 안자구 어떻게 사냐 ? “
” 너 그거 모르는 소리야. 어차피 아침엔 일어날 건데 왜 자냐 ? “
친구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 야. 우리 다음 주까지 서로 전화 하지않기로 하자. 내가 너한테 전화 먼저 한 게 실수였어 . “
제가 먼저 전화 하지말자더니 다음날 식전에 또 전화가 왔다.
I already knew you’re going to call me first, man.
( 좋아하시네 )
늘 한번 꼭 갖고싶었던 전자제품을 혹시 공짜로 얻을 길 없을까 싶어서 신문에 그것도 공짜신문에 공짜로 광고를 실어준다기에
조그맣게 냈다. 물론 내 연락처로 이메일 주소도 잊지 않았다.
난 아직 앞이마에 머리카락이 그래도 제법 많이 남아있는 편인데도 왜 남의 것을 공짜로 얻기를 이렇게 좋아하시는지.
그렇다고 한번도 성공한 적도 없으면서.
아마 체질적인 문제인가 봐.
다음날 바로 연락이 왔다.
난 혼자 속으로 감동했다. 아 !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구나 이렇게 고마운 사람도 있으니.
숨돌릴 틈 없이 얼른 메일통을 열었다.
거긴엔 긴 얘기도 필요없이 딱 두줄의 답장이 들어 있었다.
” 좋아하시네. 나도 지금 삼년 째 똑같은 걸 기다리고 있는데. “
물론 나는 약이 올랐다.
나도 즉각 답장을 썼다. 뭐 별다른 답장이 아니고 그냥 이런 식이었다.
” 아니 안줄 거면 그만이지. 가만이나 있지 왜 약 올리고 그러니, 넌 누구니 ? “
” 누군지 알아서 뭐할 건데. 내 경험을 통해서 배운 건데 나 처럼 삼년씩 허송세월 하지말고 꿍쳐둔 돈 갖고 나가서
하나 눈 딱 감고 장만하라구. 새걸루 사. 전자제품은 중고 사면 안돼.
내가 돈 아낀다고 헌 거 샀다가 이틀밖에 못 쓰고 버렸다니까 “
그래 알았어. 충고 고마워. 나 이제 마음 고쳐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