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에 캉캉을

엊그제 저녁에 볼 일이 있어 성당에 들렸다가 추운날엔 집으로 돌아가는 장거리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들려야 하는 정거장을 가려고 성당지하실로 향햐느라 친교실을 들어서니 모니카 회원으로 짐작되는 수 많은 자매님들이 모여 있는것을 보았다.

전에 한국에 있을때 추석을 쉐로 가는 귀성객들이 서울역 대합실에 모여 있는것을 본 이래 그렇게 많은 자매님들이 한꺼번에 있는 것을 처음 보는 터라 다소 놀라서 한 자매님께 그 사연을 물었다.

” 춤 추려고 모였지용. “
” 아니, 오늘은  날도 흐려서 하늘에는 달 조차 뜨지 않았건만 어인 일로 양반댁 규수님들이 캄캄한 밤중에 뭔 체조를…? ”          
” 캉캉 춤이라니까요! “
” …..어메? “
구정 잔칫날에 교우님들 즐겁게 해 드리려고 직장일에 살림에 피곤을 무릎쓰고 무거운 다리로 연습 중이라 했다.
아, 그랬었구나.
고마워유, 모니카 님들.
겉모습 만 예쁘신줄 알았더니 속 마음씨들은 더 예쁘시네유.
  
잔칫날에  나는 비싼 오징어 대신 쥐포 라도 한마리 사들고 집에서 고독에다 말아 질겅 질겅 먹으며 잔치에는 못 올려고 마음 먹었더랬는데 이미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캉캉 춤을 못 보고 가슴에 남을 천추의 한을 어찌 감당하랴 싶었다.

” 잔칫날에 성당 오는 길이 끊어졌다 하더라도, 성당과 집 사이에 저 바다가 있었다 하더라도 누가 있어 내 가는 길을 막으랴.
나는 캉캉 춤을 보고야 말리라.
나는 기어이 이 두 눈으로 보고야 말리라! “
( 말 하다 보니 어째 욥 의 말투(19.26)를 훔치고야 말았네.)

잔칫날 저녁엔 날이 맑아 달 마저 휘영청 밝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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