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만에 들어본 노래, 한계령.
다시 듣고 또 들어도 좋은 노래, 한계령.
아름다운 노래가 새삼 가슴을 울렁거려주는 것 같다.
”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고등학교 시절,
산악회에 관여하며 대관령에 산장까지 마련해놓고 산을 사랑하던 매부에게서 영향을 받았는지
나도 몇몇 아이들과 등산반을 만들어 대학까지 참여했었던 여러 기억들이 아련하다.
처음엔 도봉산, 북한산에서 맴돌았는데 그때만해도 등산인구가 제한돼 있어서 산에서 만나는 얼굴들이 서로 다 낯 익었을 정도였다.
우리 그릅 중엔 마산(馬山) 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던 응성이는
어찌나 산에만 오르면 날고 뛰던지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하였었다.
난 그녀석 뒤꿈치도 못따라가고 중간에 헐떡거리며 샛길로 빠지며 기권을 하곤 해서 체육선생님한테 혼나기도 했었지.
” 야, 이 녀석아. 넌 등산반 만들어만 놨지 상 하나 받아오는 걸 못 봤으니 뭐하는 녀석이야. “
대학에 들어서는 머리가 커져서인지
서울을 벗어나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까지도 겁없이 다녔지만 논산훈련소엘 들어가면서 산이고 뭐고 다 졸업하고 만 셈이다.
그때 설악산에 들어가 한계령 근처에서 하룻밤 Campfire 하던 추억이 노래를 들으니 새삼스러워진다.
경험으로 봐도
산행은 오를 때 보다
내려올 때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정상에 오르면 때를 놓지지 말고 내려올 준비를 해야한다.
이만큼 살아오면서 보면
비단,
산행에서만이 아니라 인생살이 그 자체에서 오르고 내리는 일을 신중하게 그리고 그 때를 잘 맟추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세상의 삶 속에서 오른 적도 없으니 더 내려갈 필요조차 없었을 테지만.
오를만큼 올라서 이제 정상에 있는 이들이 그 명예나 재물 때문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상에서 민적거리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들을 본다.
많은 정치인들, 연예인들, 운동선수들이 그 대표적 예다.
골프천재라는 칭호를 듣던 이도 이제 그 한계가 이미 온듯해 보이는데도 버티는 게 보는 이에게도 안쓰럽다.
끈기와 용기라고 자부하려 하겠지만 착각일지 모른다.
한국의 한 전직대통령의 경우를 봐도 안쓰럽다 못해 불쾌감마저 주는 걸 보게된다.
자신이 현직이었을 때도 매사를 다 망쳐놓고도 부끄러운줄 모르고 매사마다 훈수하려들고 비판만 일삼다가 이제야 그 기력이 다하니 그쳤나보다.
그런 유명인들 뿐이랴.
심지어 한 동네에서, 조그만 모임에서도 뭣 조그만 일 하나 잠시 맡았었다면
당시에 온 정성으로 열심히 하고 지나면 깨꿋히 물러나고 내려올 줄도 알아야 한다.
대단한 권력이나 되는 양 그자릴 놓지 못해 맴 돈다면 그건 자칫 추태일 수도 있고 이웃들을 불편하게, 불쾌하게도 하는 일이다.
코엘예언서에서도,
그런 염려로 매사에 때를 가리라 했을지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아름다운 한계령 노랫말과, 멜로디를 지은 시인은,
” 이산 저산, 눈물 그리고 구름을 몰고다니는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라고 노래했을까.”
그런데, 그런데 말이지,
구름을 몰고다니는 바람이 아니고 그 바람이 몰아대는 그 구름, 구름처럼 살다 가고프다 말했었으면
개인적으로는 내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흐르는 물처럼 바람이 이리 불면 이리로, 저리 불면 저리로…
유행했던 말처럼, “이리 가라시면 이리로, 저리 가라시면 또 저리로..”
뉘를 몰고다니는 내가 아니라 뉘가 나를 몰면 몰리는 대로 흐르는 대로 살다가고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한번 해봤다.
아마 그 시인이 내 말을 듣게된다면 펄쩍 뛰고 불쾌해할지도 모르지.
“흥, 내가 너만큼 생각할줄 몰라서 그리 노래했을라고? 생각도 짧은 주제에 뭘 안다고?”
“미안합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제가 알긴 뭘 알겠어요.
지은 이의 노랫말을 평하려는 게 아니라 듣는 이로서 그냥 그런 느낌을 가졌다는 얘기예요. 불쾌하게 해드렸다면 용서하세요.”
그러나 저러나 남의 얘기 말고 나 자신은 과연 뭣처럼 살다가 가게될거나?
생각해볼 것도 없을 게야.
바람도 아니고 구름도 아닐테니까.
그냥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왔었으니까
아무 것도 아닌 걸로 여태 살아왔던 그걸로 살다가면 될건데 뭔 걱정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