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초에
정부에 꼭 시간 맞추어 보고해야 된다고 하는 서류가있어 그 (꼭)이라는 단어 때문에
가슴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밖으로는 안 들릴만큼만 두근거리며 서두르느라고
씨리얼 몇 알을 아직도 입안에서 깨물어대는채 거리로 나섰었다.
거리까지는 용케 나왔지만 당체 어디로 가서 그 서류 작성을 도움 받아야할 찌
마땅치 않았다.
(다른 이들은 보통 다 자신이 알아서 서류도 꾸미고 제출할 곳도 벌써부터 알고 처리하는 모양이던데 .. 내 몸안의 어떤 부품이 불량품일까?
그걸 고치려면 비타민을 먹어야할까, 아니면 자동차 엔진 오일을? 그런다고 내가 시동이 잘 걸릴까? 아뭏든 그건 자동차 고치러 가는 날,또 따로 걱정키로 하자.)
그렇구나 !
시청 사무실로 들어갔다.
” May I help you? “
모습은 크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지만 목소리가 예쁜 아즘마가 반기더니
유창하게 더듬는 내 영어로 용건을 잘도 알아차리고 잘 찾아 왔단다.
” 그래, 바로 여기서 작성하고 여기다 제출하고 가면 되는거야. “
기분이 한결 좋아진 김에, ” I got one more thing to ask.”
어쮸,
아까 들어올 때 보다 훨씬 영어가 부드러워 보이네.
그 아즘마가 그렇게 말은 안했어도 표정을 보고 난 알아맞쳤지.
” 어머, 넌 아직 신종훌루 주사를 안맞었다는 거야, 시방? 옆 방으로 가서 팔 걷어.”
하는 일마다 억세게 잘 안될때는 Murphy’s Law 를 들먹거린다는데
이렇게 모두 척척 잘 되는가 싶더니 집으로 오는 길에 여나문 개나되는 신호등이
그 앞에 도착도 하기전에 파란 불이 되어 있었다.
” Am I just one of those lucky boy today or what? “
* * *
아까 먹다 남겼던 씨리얼을 마저 해치우며 생각해보니 난 오늘만 행운아는 아니었다.
한번 따져 보자.
난 그렇게 되기를 바란적도 없었는데 엄마 뱃속에 머무는 동안 어느새 하느님께 소개되고 있었지 않은가?
그것 뿐인가?
태어나서 남들은 백일날에 반돈쯤이나 되는 가락지도 끼워주고 시루떡도 만들어주며
연필이랑, 페니, 닉클, 쿼러 이런 것들도 내 앞에 늘어놓고 “어떤 걸로 집을래?”
그런 별로 재밋지도 않은 놀이도 한다던데
울 엄마는 날 신부님께 데리고 가 성수라는 차거운 물을 내 이마에 부으며
“넌 이제 찍혔어, 그리고 네 이름은 모이세란다.”
느닷없이 서양 이름을 붙여주셨다.
그뿐이었나?
주일학교에, 견진교리반에 아침 저녁마다 조과(아침기도)와 만과(저년기도)를 마치고야 잠자리에 들어가도 된다는 신호를 건네곤 하셨다.
이렇게 행운으로 주어진 모태신앙이 무슨 특권이나 되는양 가만히 있기만 하면 저절로
하느님 품으로 가는 자격이 주어진 건가 싶어서 사춘기에 접어들어 기를 쓰고
청개구리가 되는 길을 찾아다녔었지.
* * *
그간 먹구름도 만나고, 소나기도 맞고, 시궁창에도 빠져보고 나니
그것들은 모두 행운도 아니였고 불행도 아니었다 싶다.
행운을 말하려는 건 아마 오늘 내가 기분 좋으니 나가서 복권이나 한 장 사들고 와서
목이 빠지도록 그 번호가 맞기를 기다리는 그런 멍청한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 무엇일까?
씨리얼을 다 깨물고 또 다른 볼일 찾아 나서려고 방문을 잠그려니 손에 들린
열쇠뭉치가 마음에 와 닿는다.
” 그래, 아마 이것이 오늘 나에게 주어진 과제인게야.
열쇠로 내 마음을 열고 밖으로 나가 혹시 닫힌 세상이라도 만나게되거든
내가 가진 이 KEY라도 들이 대자. 그래서 열어보자.”
닫힌 걸 연다는 게 뭐 별 대단한 일만 있을까?
크고 대단한 일들은 크고 대단한 사람들의 몫으로 맏겨주고 나같은 졸은 그냥
길에 가다 마주치는 이에게 그저 미소를 건네주고,
어떤 이가 짐이 무거워 보이면 잠시 손 빌려줄까 물어보고,
고장난 차 옆에서 맥 빠져 있는 이에게 어디 연락하도록 전화라도 빌려주련?
뭐, 그런 것들도 세상에 뺑 둘러 쳐진 벽을 허물고 여는 열쇠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른다.
이런 조그만 것이라도 하다보면 그것들이 모아져서 어느날 나에게 행운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무엇이 그런 행운일까?
PEACE.
성령이 내 마음에 오셔서 주님의 평화를 안겨주실지 모른다.
그보다 더 큰 복권이 있을까?
그보다 더 큰 행운도 있을까?
I wonder.
* * *
이렇게 좋은 말을 여기 적고있는 난,
오늘을 충실히 살고 있는가?
” …….. “
” 왜 대답을 못해? 네 ! 라고 할 자신이 없다는 게야? “
네. 자신없어요. 그렇지만 노력하려고 그래요. 내일이 아니고 바로 오늘,지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