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 Fr. 김두진(바오로)강론

11월 9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다윗 임금은 예루살렘을 정복한 뒤 그곳에 ‘계약 궤’를 모신다. 이로써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중심 도시가 된다. 다윗은 이곳에 성전 건립을 추진하였고, 아들 솔로몬 임금이 기원전 957년에 완공시킨다. 그리고 계약 궤를 안치해 둔 장소를 “지성소”라 불렀다. 지성소 안에는 올리브 나무로 만든 두 천사가 ‘계약 궤’와 함께 있었다. 그런데 이 성전은 바빌로니아의 침공으로 파괴된다. 그리고 백성은 바빌론의 포로로 끌려간다. 50년의 유배 생활을 종식시킨 이는 페르시아의 임금 고레스였다. 그는 잡혀 왔던 유다인들을 예루살렘으로 보내고, 성전 재건을 허락하였다. 이렇게 해서 성전은 복구되지만 초라하였다. 로마 시대가 되자 헤로데 임금은 성전을 화려하게 재건한다. 이후 성전 광장은 집회 장소가 되었고, 상인들과 환전상들이 모여들었다. 유다 최고 법정인 산헤드린도 이곳에서 열렸다. 그러나 독립 운동이 거세지자 로마는 정신적 구심점을 제거하기 위해 성전을 파괴한다. 지금 이스라엘에 가 볼 수 있는 것은 통곡의 벽이라 불리는 서쪽 벽의 일부다.

오늘은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이다. 이 라테라노 대성전, 정확한 명칭은 라테라노의 성 요한 대성당이다. 라테라노 대 성전은 “전 세계와 로마의 모든 교회들의 어머니요 머리”라 일컫는 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종교의 자유 칙령을 반포하고 나서 당신 교황이었던 멜키아데스에게 이 궁정을 봉헌한다. 이 궁전의 일부를 성당으로 개조한 것이 바로 라테라노 대성전의 모태가 된다. 곧 라테라노 대성전은 이 세상에서 첫 번째 공식적인 교회로 박해 이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 된다. 324년에 실베스테르 교황이 성전을 봉헌하여 로마교구의 주교좌 성당이 된다. 이 성당에는 특별한 곳이 하나있는 데, 이른 바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치유의 세례당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것은 콘스탄티누스황제가 세례를 받기 위해 만든 곳이지만, 황제가 세례를 받기 전에 그만 나병에 걸리게 된다. 이에 전염을 두려워한 황제는 몰래 산에 숨어버렸다고 한다. 아무리 황제를 찾을 길이 없던 실베스테르 교황에게 꿈에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가 나타나 황제의 거처를 알려준다. 그리하여 곧 바로 교황은 황제를 찾아가 겨우 데리고 와서 세례를 받게 하였는데, 놀랍게도 세례를 받자마자 황제의 나병이 깨끗이 치유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치유의 세례당’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 외에도 라테라노 대성전에는 12사도들의 대리석상과 여러 개의 소 성당이 있고 많은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1843년 이후 교회 예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늘날에는 교황성하께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이 성전에서 집전한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시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예수님께서는 성전 안에서 장사하는 장사꾼들과 환전상들에게 폭력을 행사하신다. 사실 복음 안에 예수님께서 폭력을 행사하시는 대목은 이 대목밖에 없다. 예수님께서 그토록 진노하신 까닭은 예수님께서 성전을 그만큼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셨기 때문이다. 성전은 곧 하느님을 보여주는 하느님의 집이다. 성전을 순례하는 사람들은 성전에서 하느님을 만나야 하며, 성전에서 일하는 사람은 하느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장사꾼들이나 환전상은 순례자들을 부당하게 속이거나 폭리를 취함으로써 하느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도둑과 강도,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순례자들에게 하느님을 가렸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손상시켰다. 그래서 하느님의 집인 성전을 소중하게 여기신 예수님께서 그토록 진노하신 것이다.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몸을 성전이라 하셨다. “그분께서 성전이라고 하신 것은 당신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21) 사도 바오로도 “여러분은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의 성령께서 자기 안에 살아 계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만일 누구든지 하느님의 성전을 파괴하면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을 멸망시키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성전은 거룩하며 여러분 자신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이기 때문입니다.”(1고린 3,16-17)라고 말함으로써 우리 자신이 하느님의 성전임을 분명히 했다.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인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교회는 ‘하느님의 집’인 성전이다. 그분의 몸인 성체를 모시는 하느님 백성들의 몸도 성전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신앙생활은 바로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하느님만 사랑하는 것도 또 이웃만 사랑하는 것도 올바를 신앙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이라면 오늘 채찍을 드신 열정의 예수님을 만나야 할 것 같지 않는가? 오늘 라테라노 대 성전 봉헌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를 당신의 영으로 채워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시키신 것과 같이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참 성전인 우리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정화해 주십사 기도하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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