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7일 연중 제17 주일
오래 전의 이야기다. 우리 공동체에 노인 신부님이 계셨다. 이 분은 참으로 세일을 좋아하셨다. 특히 Buy one get one free (하나 사면, 하나 공짜)를 매우 좋아하셨다. 얼마나 경제적인가? 하지만, 거기에 허점이 있다. 불필요한 것들도 언젠가 쓰겠지 하며 사 두는 것이다. 고도의 판매 전략에 쉽게 넘어가는 우리다.
오늘의 제1 독서의 말씀에서 아브라함의 집에 들렀던 세손님은 소돔과 고모라로 가서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을 확인해 보고 그 두 도시를 멸망시키려는 것을 알려준다.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에 살고 있을 의인들을 악인들과 함께 멸망하게 하신다면 “그런 일은 당신께 어울리지 않습니다.”(18,25)라고 말한다. 아브라함이 알고 있는 하느님은 의로우신 분이시니, 의롭게 행하셔야 한다는 다소 건방진 요구였다. 건방진 요구였지만, 하느님은 그의 청을 들어주신다. 이제부터 아브라함의 흥정(Bargain)이 시작된다. 아브라함은 여섯 번에 걸쳐 하느님과 흥정하지만 소돔과 고모라에는 의인이 열 명도 없었다. 아브라함이 그렇게 간절하게, 하느님께 노여워하지 마시라고 애원하면서 청하고 또 청했던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계획을 들어 알게 되었고, 그래서 하느님의 심판을 받게 될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께 간청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구약의 여러 예언자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했지만 백성들이 그 말씀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예언자의 말을 듣고 회개하지 않았다고 해서 예언자들이 사명을 다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예언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다 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 거기까지가 그들의 사명이었다. 회개하여 돌아오게 하는 것은 예언자에게 달린 일이 아니다. 보고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는 백성들을 예수님도 어찌 하실 수는 없었다.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시끄럽다. 전쟁, 테러, 그리고 폭력과 살인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이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예언자는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 있는 사람으로서 백성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해야 한다. 아브라함이 했던 것처럼, 겸손한 마음으로 간절히 청해야 한다. “저는 비록 먼지와 재에 지나지 않는 몸이지만, 주님께 감히 아룁니다.”(18,27). 빈부의 격차로, 힘의 논리로, 증오와 분노로 다치거나 죽어가는 이 현실 속에서 감히 우리 모두가 회개하도록 아버지께 빌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하느님께 청한다. 어떤 분이 내게 물어왔다. “하느님은 도대체 얼마나 기도해야 들어주시는 겁니까?” 나의 대답은 “들어주실 때까지 기도하세요. 그러면 하느님께서 기도의 청을 들아 주시든지, 아니면 당신의 생각을 바꾸시든지 할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신다. 이렇게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반드시 들어주실 것이라고 하시며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분의 나라가 오시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우리가 바라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도 하느님께 청해야 한다. 주님의 기도에서도 일용할 양식과 죄의 용서, 악에서의 구원을 청하라 하신다. 이렇게 보니 주님의 기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주님께서 바라시는 뜻, 주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기도다.
사실, 무엇을 청하든지 모든 것은 아버지 손에 달려있으니, 기도의 마지막은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도는 많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도 오늘날의 우리는 아버지를 귀찮게 하는 어린아이처럼 우리가 바라는 바를 아버지께 청해야 한다. 다만, 주님께서는 내가 바라는 방식이 아니라 당신께서 바라시는 방식으로 우리의 간청을 들어주심을 믿어야 한다. 우리가 기도해도 우리 눈앞에서 놀라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하느님께 간청해도 어떤 사람은 회개하지 않을 수 있다. 아브라함은 우리에게, 하느님의 뜻은 반드시 이루어지기에 놀라지 말라고 한다.
예수님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실 때 당신이 마셔야 할 잔을 치워달라고 하셨지만 아버지께서는 그 잔을 치워 주지 않으셨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해서 기도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는 기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기도 안에서는 아직 내 뜻에 대한 미련이 많다. 그러나 어떤 기도든 마지막은 모든 것은 아버지 손에 있으니 아버지께 맡겨드려야 한다. 기도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도는 우리의 뜻을 채우는 욕심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는 믿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