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

소냐

 

이제 나무들이 잎사귀를 서서이 예쁘게 물 들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아마도 그 예쁜 모습들도 곧

다 가랑닢들이 되어 하나씩 땅으로 되돌아가게 될 계절이 되었음을 창밖으로 내다보려니까 공연히 움추려들고 

울적해지고 그러네요. 

어느 새 싸늘해진 날씨 때문이겠죠.

 

추워지면 아무래도 헐벗고 가난에 찌든 이들이 더 배고프고 더 추워 떨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직도 따뜻한 방에서 자면서 배불리 먹을 수 있게 축복받은 내가 하려니까 

스스로도 염치없어 보이고 그이들에게 죄스런 마음도 들고 그래서

더 우울한 기분이 되는가 싶습니다.

 

나의 그런 마음은 

기억을 더듬다가 전에 책에서 만났던 한 소녀를 떠올려 주었습니다.

중학생 때, 다음날로 다가온 기말시험 공부를 한다고 도서관엘 들렸다가 교과서 대신

도스도엡스키의 소설, (죄와 벌) 이란 그 제목에 눈이 끌려 집에까지 가지고 가서 아침에 눈이 벌겋게 붓도록

그 두터운 책을 읽었을 때 거기서 그 소녀, 소냐를 만났었습니다.

( 지금 시험성적을 얘기하는 시간이 아니니 그 다음날 시험점수가 어떻게 나왔느냐고 물어서 날

난처하게 만들지는 마셔요.  ㅋㅋㅋ )

 

소냐는 아빠가 퇴역 장교로 좋았던 시절 옛생각을 못버리고 매일 동네에 나가 술이나 동냥 해 취해서 사는

 패배자를 원망하며 모든 건 아빠 탓이라며 아무것고 안하는 엄마 사이에서 줄줄이 어린 동생들의 고픈 배를 

채워주기위한 수단으로 거리에 나가 몸을 팔아 빵과 우유를 밥상에 올려놓으며 청춘을 그렇게 희생으로

가족들을 보호하는 아직 채 열일곱도 안된 애띤 여인이었습니다.

 

당시의 러시아 사정은 대부분 가난하여 풀칠로 연명하기도 쉽지않은 상태여서 학교도 못 마친 어리 소녀에게는 

바느질감이나 어떤 일자리도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시험지가 내 책상위에 놓여질 텐데 이름과 번호를 써 넣고 나서는 그 다음엔 텅 빈 답안지를 보면 

선생님이 어떤 표정으로 날 째려보실까 그것이 두렵기 보단 그 아이, 소냐 에 대한 생각이 온통 내마음을 

다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당돌한 바람도 일었습니다.

주머니에 있는 내일 아침에 타고 갈 버스싻을 소냐에게 주고 난 학교엘 걸어가면 행복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열심히 시험준비를 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다 엄마아빠를 기쁘게 해 드리면 딱 좋을 나이에 소냐를 만나고싶다는 엉뚱한 생각이나 하던 철딱서니 없던 나의 어린 시절을 얘기하며 부끄러워 하고 있습니다.

 

그때는 복음서에 그런 이야기가 있는지도 몰랐었지만

이제 간음하다 잡힌 여인의 얘기를( 요한8장)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몸을 팔았던 소냐를 용서하셨을 것이다. 차라리 그 아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세상을 

망쳐놓은 제정러시아의 썩은 귀족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또  한 편,

요즘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들을 보면서 창피했던 내 모습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여기면서도 심한 반발심이

일어납니다.  지금의 시대에서 아이들에게 참된 인간상을 심어 주려는  노력을 우리 어른들이 도대체 

꿈이나 꾸고 있을까요?

자고 나면 그저 공부 또 공부 . ” 얘야, 너는 무조건 좋은 성적을 얻어와야 돼. 그리고 좋은 학교에 가는 거야

그래서 너는 의사, 아니면 변호사가 돼야지. 그러면 너도 돈 많이 버니까 좋고. 이 아빠엄마는 밖에 나가면

친구들 앞에서 으시대고 그러잖아. 남들이 부럽다 말하겠지. 알았지? “

 

물론 잘되면 너도 좋고 나도 좋겠죠.

 

많은 우리들은 지금,

어떤 가치관의 고정된 관념, 그 틀을 만들어 놓고 스스로 그안에 나를 가두어 그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느날 친구가 전해주던 얘기.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두사람을 잘 어울리는 짝이될 것 같다는 생각에 소개하려 했을 때,

처음에 다짜고짜 묻더랍니다.

 

” 그 사람 몇살이지요?   키는요? 재산은 얼마나… “

아는대로 다 말 해주니까소냐,

나는 다섯살 터울을 원하는데 두살이나 더 많군요.  키가 저보다 최소한 십센티는 더 커야지요.

그렇게 돼서 당사자 두사람은 소개도 되기 전에 Meeting 은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는 겁니다.

 

만나길 원하는 대상이 사람이 아니고 생년과 신장과 돈인 것 입니다.        

 

물론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라고들 합니다.

말하고싶은 초점은 이런 것이겠지요.

 

주(主) 와 객(客) 이 뒤바뀌면 그 가치관이 전도되어 뒤엎어지고 그러면 내가 찾고자 했던 목표는 변질되어 사라지고 나 자신도 상실된 그 사람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나한테는 주제 넘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물들어가는 나무잎을 보면서 그냥 한번 해보는 것 입니다.

 

부디 이 겨울에는

가난하고 춥고 배고픈 이들에게 아름답고 따뜻한 소식이 또 죄없이 저항도 못하고 순교자 처럼 죽어가고 있는 불쌍한 모태 안의 어린 생명들이 주님께서 굽어보사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 의해 

보살핌을 얻게되기를 빌어 봅니다. 아멘.   

 

                     

목록

'생명의 존중' 게시판 최근 글 목록

제목
작성자
날짜
모이세
2013.10.23
모이세
2013.10.17
모이세
2013.10.14
모이세
2013.05.30
모이세
2013.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