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 사면 또 하나는 공짜 )
매일 저녁 누어 자는 매트레스가 많이 낡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매트레스와 내가 만난 것이 어느새 거의 십년 쯤 되어가나 보다.
그때, 급하게 얻어들게 됐었던 이 아파트에 아직 매트레스가 채 준비되지 않아서 바닥에 누어자면서 침대를 사려고 싸게 준다는 광고를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다녔던 생각이 난다.
싸게 해준다고 광고는 했지만 내 형편으로는 부르는 값이 모두 너무 비싸기만 했다.
매트레스 사면 박스는 그냥 준다 했지만 결국 매티레스 그 자체가 두개 다 합친 값처럼 보였다.
그때, 난감해 하는 나를 바라보는 점원들의 눈초리가 이랬다.
“여보슈, 너무 싼 거, 공짜 그런 거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우리도 다 돈 벌자고 하는 짓이지 누구 좋은 일 하려고 이러고 있는 거 아녜요.”
“……., 그래도 하나 사면 하난 공짜라고 해서…”
“글쎄, 내 말 아직 못 알아듣네? 꺼벙하게 생겼다 했더니 역시 그렇구만.
일단 공짜라는 말이 들어가야 당신같은 사람 오잖아. 일단 오면 지가 놀러온 것도 아니고 사긴 사야하니까 우린 그걸 노리는 거라구.
아니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딧어? 당신 봤어? 공짜? 봤으면 나 좀 아르켜 줘. ㅋ ㅋ 이런 딱한 양반. 쯧즛쯧”
“양반이고 상눔이고 그럼 두개에 얼마다 그래야지 하나는 공짜라고 사람 약올리고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장삿꾼이지. 장사 안해봤어? 이거 왜 이래/ 우리 바빠. 얼른 돈 내고 가지고 가요.”
딱한 양반이라는 소리 첨 들어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나와서 혹시나 해서 또 다른 델 가보고, 거기도 마참가지고 해서 발도 아프고
일단 그냥 집으로 와서 다시 바닥에 눕고 그랬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
한 셋트에 여태 보던 것보다 훨신 싸게준다는 광고가 있었다.
전화를 받은 이가 와 보라며 약속한 곳이 점포도 아니고 월그린 옆 길에서 만나자고 했다.
‘응? 뭐라구? 길에서 메트레스를 팔어? 이건 또 뭐야? 별 게 다 있네.’
그러면서 그래두 찾아가 만났다.
근처 창고를 하나 빌려 거기다 메트레스 몇 세트를 놓고 장사하고 있었다.
내가 오니까 웃으면서 자기가 메트레스 위에 누었다 일어섰다 시범을 해가며 날 쳐다봤다.
“이 봐요. 지금 봤지? 이만하면 좋은 거 아냐? 값도 싸고…”
그 사람 말하는 거와는 달리 메트레스가 어째 출렁출렁 해 보이는 게 새 것인데도 나처럼 낡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계속 바닥에서 자는 것 보다는 났겠지 싶어 내 차위에다 끈으로 묶어주는 걸 끌고 왔다.
내 허리가 그날 완전 두동강 나는 것 같은 기분으로 내 방까지 끌고 올라왔다.
그런 사연을 갖고 있는 메트레스에서 십년 쯤 잤으니 바꿔야 할 것 같아서 다녀본 것이다.
아니면 허리가 점점 더 아프게 될 것만 같으니.
그런데 오늘 정작 내가 말하고 싶었던 건,
내가 그런 싸구려 침대에서 자는 게 억울하다는 둥 그런 처량하고 궁상맞은 소리나 하고 싶은 게 아니다.
다녀보니까,
침대가격이 천태만상이었다.
몇 백불서부터 시작해서 몇 만불 하는 것도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저렇게 좋은, 비싼 친대위에서 자는 사람들은 무슨 꿈을 꿀까?
임금같은 꿈을 구는 걸까?
왕자, 공주들만 꾸는 그런 비싼 꿈을 꿀까?
그럼, 나처럼 후들후들, 출렁출렁거리는 침대에서 자는 이들은 또 무슨 꿈을 꾸는 걸까?
아예 바닥에서 자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은 꿈 마저도 서글프고 처량한 꿈이 찾아오는 걸까?
글쎄 알 수 없다.
여러가지 침대에서 자본 일도 없으면서 그이들이 무슨 꿈을 꾸는지 알게 뭐람?
또 그건 알아서 뭐할 건데?
하지만 침대에 따라서 좋은 꿈, 서글픈 꿈 그렇게 나누어지지는 않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여기서 자자. 여태껏 자구서 더 자면 안된다는 게 어딧어?
그냥 매일 저녁 누울 때마다 아주 예쁘고 아름다운 꿈을 꾸고 싶다는 그런 꿈을 꾸며 잠들었다.
( 가을 편지 )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보내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꿈 속에서 이렇게 혼자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정말 노랫말 처럼 메시지 편지가 왔다.
가슴 두근거리며 열어보았다.
‘사람아.
나는 너에게 오늘 하루도 살도록 허락하였다.
너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려 하느냐? ‘
“그야 뭐, 어제도 그랫던 것처럼 밥 해먹고 설거지 하고 이따금씩 청소도 좀 하고 그리구… 커피 한잔 끓여서 마시며 요즘 스포츠가 한창이니까
테레비도 좀 보다가 답답하면 밖으로 좀 나돌기도 하고 그리구…그리구 뭐 어두워지면 내일의 날씨가 어떨지 좀 보구 그러구는 자는 거지요, 뭐.”
‘그게 다야? 내가 너에게 허락한 하루를 그렇게 매일 지나쳐 보내는 게야?
너에게 그런 시간을 허락한 나에게 너는 무엇을 하는고? 무위도식 이 다야?’
‘그래두 전 건실한 편 아닌가요? 별 나쁜 짓도 안하고…괜찮은 것 같은데…
아, 어떤 이들은 술집애도 자주 가고 또 허구헌 날, 친구들과 골프장에서 하루 해를 다 보내고 그런다던데, 골프장 자주 가고 그래선 안될 사람들도
해야 할 일 놔두고 다닌다던데… 그에 비하면 저는 괜찮은 거 아닌가요?”
“시끄럽구나. 그걸 변병이라고 하고 있는 게야?
나는 너를 위해 배불리 먹게 해주었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불거나 늘 편안히 잘 수 있도록 허락래 주었다.
너는 밖에 나가면 먹을 것이 없어 구걸하는 이들, 잘 곳이 없어 다리 밑을 밤마다 찾아드는 이들 보지도 못하느냐?
그들이 너만 못한 게 무엇이냐. 나는 그들도 다 너처럼 똑 같이 귀히 여기고 있다..
‘ 너 생각하는 것이라곤 겨우 침대 낡은 것 탓이나 하고 있잖아?
나는 오늘 너에게 몹시 실망하였다. 너를 다시 보아야만 하겠다.’
좀 더 좋은 침대를 사고 그 위에서 매일 밤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겠다고 했던 나는 참으로 부끄럽고 창피스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