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미국에 처음와서 상품 판매일로 만나게되었던 Earny라는 유대인은 얼굴에 우뚝 솟은 콧대만큼이나 교만스럽고 찬바람 돌게하는 백만 장자였습니다.
수십년 걸려 구축해놓은 판매망을 가진 그에게 한국 상품을 납품해보고 싶다는 욕망으로 매일 아침 불청객입장으로 찾아가는 나를 얼굴만 한번 쳐다보고는 깡그리 무시한채 자기 일에만 몰두하곤 했습니다.
모욕감으로 속이 뒤집히는 심사였지만 한국을 떠나 올때의 각오를 되 새기며 꿀걱 꿀걱 삼켜버리곤 했었습니다.
하루는 구찮게 자꾸 찾아오는 나를 더이상 못오게할 심산이였는지,”의사소통도 어려운 언어실력으로 도대체 어떻게 상담을 한다고 이러느냐, 우선 영어부터 좀 더 익힌다음 그때가서 보자.”면서 사무실로 들어가는 그의 등뒤에다 대고 저도 더듬지만 큰소리로 해댔습니다.
” 난 당신한테 영어를 팔려고 온게 아니야. 품질은 좋지만 값싼 한국 상품 보여줘서 오히려 당신 도와주려 왔다구.”
물론 저는 그런식으로 유창하게 쏘아부치려고 했지만 그 분이 내 영어를 그런뜻으로 알아들었다고는 자신있게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아뭏든 그 분은 왠지 들어가다 말고 돌아보며 들어오라더니 딴 사람처럼 되어 미소를 띠고 커피까지 직접 타주며 앞으로는 시간나는대로 언제던지 놀러와도 좋다고 합니다.
그렇게해서 가까워진 그는 저에게 많은 조언도 해주고 또 많은 유대인 사업가 친구도 소개해주는 등 힘이되어 주었습니다.
이차 대전후 아직 스무살도 안된 나이에 공산 체코를 탈출하여 무일푼으로 미국에 와서 식빵을 한줄 사서는 매일 갯수를 세어놓고 일주일씩 먹어야 될만큼 배를 골아가며 손가방에 칫솔, 비누 같은 것을 싸들고 다니며 시작해서 백만 장자가 된 사연을 들려주며 저의 용기를 돋아주기도 했습니다.
(쎄일즈맨)이란 결국 성실과 신용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을 파는 것이라는 그의 말은 큰 감명이 되었습니다.
그럴 무렵 70대 노인이었던 그는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우리의 인간 관계는 그렇게 서운하게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
***
저는 오늘 우리 성당 빈센치오회의 쎄일즈맨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런 장황스런 서론을 하게되었습니다. 아마 홍보(Public Relation)이라고 해야 더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
공동체 안에 다른 여러 영신, 봉사 단체가 있는데 왜 유독 빈센치오만 홍보냐고 하시겠지요.
제가 현재 그 회에 소속되어 있고 빈센치오회의 활성화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진단 때문입니다.
신앙 샐활하는 가운데 자기 개인의 가치 기준에 따른 잣대를 가지고 또는 자기가 속한 단체의 활동에 심취한 나머지 다른 활동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우월감 같은 것을 부지불식간에라도 갖게된다면 그것은 정말 경계하여야 할 교만일 수 있을 것입니다.
각 영신,봉사 단체는 다만 여러 다른 모습으로 교회의 지체가 되어 주님의 도구로 쓰여지고 있는것이니까요.
가령 빈센치오 활동하면서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교우를 마치 신앙심의 결여 상황처럼 몰이해하는 착각같은 것을 한다면 참으로 위험한 시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저 자신이 어떤 순간에 그런 시험에 빠졌던 것 같은 체험을 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부끄러운 체험을 했었습니다. 말 나온김에 좀더 솔직히 고백해야겠습니다.
저는 빈센치오 활동 합네하고 남의 눈에 뜨이는 친교실 같은곳에서는 뻔질나게 들락거리지만 막상 그렇지 않은 봉사 현장에 가서는 앞치마 두루고 껄렁 껄렁 시간때우곤하기 일 수입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런식으로 하면서도요 무숙자들을 찾아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일용할양식을 대접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감사하고 흐믓한 마음이 되어 뿌듯하더라니까요.
언제나 뒤에서 후원해 주시는 교우님들 때문에 이런 일도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현장에가서 손이 모자라 쩔쩔매고 당혹스러울때도 있고 일 손만 넉넉하다면 사랑의 밥을 기다릴 어려운 이웃은 얼마던지 더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 매번 참여해야만 되는것도 아닙니다.
시간 형편 되시는대로 참여하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거기 들어가 봉사는 하고싶지만 저같은 엉터리나 어떤 사람 꼴 보기싫어 망설여”지시면 이렇게 마음을 바꾸어보시면 어떨까요.
“저런 사람도 봉사한다고 그러는데 내가 못할게 어디있어?” 이렇게 말이지요.
빈센치오회의 대변인도 아니고 엉터리 말석인 제가 구태여 쎄일즈 한다고 나선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혹시 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 자매님이 이번에도,
” 그동안 뭐 한가지나 제대로 하는것 못 봤는데 이번 쎄일즈라고 어디 잘 될려구?”
그 동안에는 이런 평판이 거의 다 잘 맞았었지만 이번엔 한번쯤 빗나가게 많은 교우님들이 호응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 있어서라니까요. 무슨 말씀인지 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