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쉽시다!

 

 

 

 

 

 

조금 쉽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매우 덥고 짜증이 날 정도로 습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날씨가 쾌청합니다만, 또 언제 폭염이 다가올지 모릅니다.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많습니다. 바야흐로 바캉스의 계절이기 때문이겠지요. 열심히 일했으니 잘 쉬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열심히 일하기 위한 쉼이기 때문입니다. 휴가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 모두 기쁨의 쉬는 시간을 통해 충전의 시간 가지시길 빕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라.'고 하십니다. 쉰다는 것은 몸과 마음의 새로운 충전을 위한 시간입니다. 어떤 이들이 쉬어야 하는 사람일까요? 열심히 살면서 땀 흘린 사람들이 쉬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할 일 없이 매일 쉬는 이들에게 또 쉬러가자고 하면 오히려 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땀 흘리며 열심히 산 사람들에겐 쉬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바캉스도 장소만 다를 뿐 별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제자들에게 좀 쉬라는 예수님의 말씀은 기쁜 소식이 아니었겠습니까? 시쳇말로 눈코 뜰 겨를 없이 지낸 사람들에게 쉼은 그저 놀고먹는 것이 아니고 재충전을 위한 쉼입니다. 해서 잘 쉬는 것은 먹고 잠자고 뒹굴 거리는 것이라기보다 바쁨으로 볼 수 없었던 시간들 안에서 무엇을 잊고 살았고, 무엇을 손해보고 살았는지도 되돌아보며 또 다른 열심을 살기 위해 반성하고 계획하는 시간이지 않을까싶습니다.

 

오늘의 1독서에서 예레미야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불행하여라, 내 목장의 양떼를 파멸시키고 흩어 버린 목자들! 너희는 내 양떼를 흩어 버리고 몰아냈으며 그들을 보살피지 않았다. 이제 내가 너희의 악한 행실을 벌하겠다."

 

물론 백성들의 지도자들에게 하신 예언의 말씀이지만, 우리들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합니다. 현실 삶에 바쁜 사람들은 바쁨에서 오는 여러 가지의 핑계로 이러니저러니 하며 또 다른 핑계를 만들어 냅니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저 생각은 열심히 살고 있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바쁨에 치여 가진 습관이나 관습대로 기계적으로 살기에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하지 못합니다. 해서 쉼을 통해 무엇에 속고 무엇에 치여 사는지 되돌아보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핑계의 연속이 될 뿐입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나의 핑계가 인정될지, 아니면 내가 말하는 열심이 인정되고 판단되어질지는 내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몫입니다. 물론 이웃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과 행동이 남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주는지는 또 다른 문제 아니겠습니까? 해서 예레미야 예언서를 통해서 들은 말씀은 듣는 입장에 따라서 희망의 말씀이 될 수도 있고, 경고의 말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말씀을 통해 내가 성실하게 사는가 아니면 겉만 그럴듯하게 사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목자로 앞에 나섰던 사람들, 혹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 이름을 드러내며 살기를 바랐던 사람들 모두가 그 이름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면 각자가 원하는 기쁨의 보상보다는 하느님의 심판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오늘의 제 2 독서인 에페소서에 나오는 말씀은 예수님의 삶이 어떤 모습이었는가를 말해줍니다. 우리는 신앙고백으로 예수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구세주이시며 구원의 기쁨을 전하시러 이 세상에 말씀이 사람 되어 오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러나 입으로만 하는 고백이 우리의 신앙이 아님을 사도 바오로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분께서 이루신 일을 우리 모두가 실천해 복음을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삶입니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께서는 당신의 몸으로 유다인과 이민족을 하나로 만드시고 이 둘을 가르는 장벽인 적개심을 허무셨습니다…….. 십자가를 통하여 양쪽을 한 몸 안에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어 그 적개심을 당신 안에서 없애셨습니다."

 

그분은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았던 적개심을 십자가로 허물어버리셨고, 사람들을 갈라놓아 네 편 내 편으로 가르는 사람들의 규정을 폐지하신 분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웃과의 높은 담이 되어버린 바쁨 안에서, 십자가를 잊어버린 무관심의 장벽 앞에서 적개심을 허물어야 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서 좀 쉬라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이들을 측은하게 보시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고 오늘 복음은 전합니다.

 

측은함은 우리가 생각하는 불쌍히 여기는 마음과는 다릅니다. 측은함으로 번역되는 영어 Compassion은 com(함께하는) Passion (고난, 열정)입니다. 함께 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마음도, 그분의 가르침도, 그리고 그분의 기쁜 소식인 복음도 살아낼 수 없습니다.

 

가서 좀 쉬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바캉스를 떠나는 것과는 조금 다르긴 해도 쉬며 휴식을 취하며 우리가 무엇에 속고, 무엇에 치여 살고 있는지 우리가 쌓아 놓은 높은 장벽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가서 좀 쉽시다!

 

 

                                                                                                                                       – 김두진 바오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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