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연중 16주일 Fr. 김두진바오로 강론

 

7 20일 연중 제16 주일

열심히 일하는 개미와 놀기만 하는 베짱이의 이야기는 오래 전에 들어 알고 있다. 오늘 복음에서 개미 같이 열심히 일하는 마르타와 앉아서 놀기만 하는 마리아의 모습은 매우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개미 같은 마르타가 꾸중을 듣는 것 같아 조금은 의아하다. 그러나 성경은 이야기 흐름을 통하여 등장인물 중 누가 옳은지를 말해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가 너무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한다고 하시며, 마리아가 좋은 몫을 택했다고 하신다. 이 말씀을 바탕으로 오늘 복음을 좀더 들여다보면, 마르타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인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집에 모신 인물은 마리아가 아니라 마르타이다. 그런데 마르타는 주님을 초대해 놓고서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 그분의 말씀을 듣는 데 집중하지 않고, 온갖 시중드는 일에분주하다. 분주하다는 표현은 마르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마리아는주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씀을 듣고있다. 성경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1독서의 아브라함도 마르타처럼 주님을 맞아들인 뒤 주님과 그분 천사들의 시중을 들었다. 그런데 마르타와 달리 아브라함은 주님 곁에 머물며 시중을 든다. 그리고 그분 말씀에 귀 기울이며 공손히 답한다.

 

성경의 관심에서 벗어나 개인적 관점에서말씀만 듣고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마리아가 정말 잘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미 마르타와 베짱이 마리아의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과 가까운 자리에 머물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르타는 활동하는 사람의 대표 격이다. 중요한 손님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 봉사하는 모습이다. 이런 마르타를 잘 표현하는 것은 봉사(디아코니아)라는 용어다. 마리아는 주위의 어수선함이나 분주함에 동요되지 않고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그분의 말에 귀 기울인다. 그렇기에 마리아는 기도하는 사람의 대표이고 그녀를 표현하는 것은말을 듣는 것이다. 이런 마리아가좋은 몫을 선택했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초대교회에서부터 기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봉사와 기도는 신앙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이다. 그리고 이것은 서로 구분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마르타와 마리아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교회와 신앙인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상일 수 있다. 주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기도가 바탕이 되지 않는 봉사는 쉽게 공허해 진다. 반면에 구체적인 삶으로 드러나고 실천되지 않는 기도는 없다. 성경에서 주님의 말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실천되는 것 까지다. 그래서 모든 신앙인에겐 마르타와 마리아의 모습이 모두 필요하다. 물론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오늘 복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예수님과 가까운 자리에 머물며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루까는 씨 뿌리는 사람들의 비유에서 이렇게 말한다.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루까 8,15) 착한 마음으로 듣는 몫을 선택한 마리아는 마르타의 분주함 보다 좋은 몫이라는 뜻이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좋은 몫, 곧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며, 간직한 인물이었음을 밝힌다.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 모두는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을 완수하려는 교회의 일꾼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님께 가까이 다가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묵상하며 주님과 함께 우리 일상 안에서 하느님과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라도 거룩한 일이라 오늘 복음은 말하고 있다.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골로새서 1, 24

 

우리의 일상은 어떤지 되돌아보자. 우리가 그리스도를 섬기는 그분의 일꾼이지만, 우리 일상 안에서 "바쁘다 바뻐!"를 외치며 살아가지는 않는지. 하느님의 뜻 보다는 자신의 일상의 욕심으로 분주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님은 분명히 말씀하신다.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가지뿐이다.”

 

주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분주만 하다면 분명 주님의 일은 아닐 것이다. 주님의 발치에서 착한 마음으로 들을 때 인내의 행위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리아는 참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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