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10일 부활 제6주일 Fr.김두진(바오로)강론입니다

 

5 10일 부활 제 6 주일

사람은 참 신기한 존재들이다. 많은 사람들 속에 살아도 문득 혼자인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가족이 있어도, 친구가 있어도, 공동체 안에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은 늘 외롭고, 두렵고, 때로는 지치곤 한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해도 속으로는 나 혼자 버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 참 따뜻하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이별을 앞두고 계신다. 제자들 입장에서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것이다. 이제 우리 어떡하지? 예수님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때 예수님은 떠나시면 서도 떠나지 않겠다고 말씀하신다. 몸은 떠나지만, 성령을 보내어 영원히 함께하시겠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성령을 협조자, 보호자, 위로자라고 부르신다. 헬라어로는 파라클레토스(Parakletos), 곁에 불려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는 떠나시면서 우리를 혼자 두지 않으셨다. 우리에게 협조자이신 성령, 곧 진리의 영을 보내주셨다. 성령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우리 안에서 일하신다. 우리가 낙심할 때 위로하시고, 혼란스러울 때 길을 보여주시고, 넘어졌을 때 다시 일으켜 세우신다. 마치 좋은 부모가 아이 손을 꼭 잡아주듯이, 성령께서는 우리를 붙들어 주신다.쉽게 말하면, 내 인생이 흔들릴 때 내 옆에 서주는 분이다. 힘들 때 괜찮다, 다시 일어나라. 두려울 때 겁내지 마라, 내가 함께 있다. 길을 잃었을 때 이 길이 맞다, 따라와라. 하고 말씀하시는 분이 성령이시다.

 

사도들도 처음부터 강한 믿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예수님 곁에 있으면서도 잘 이해하지 못했고, 십자가 앞에서는 도망쳤다. 그러나 성령을 받은 뒤 완전히 달라졌다. 두려움에 문을 걸어 잠갔던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 복음을 선포했다. 성령은 사람을 바꾸신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을 진리의 영이라 부르신다. 진리는 새로운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이 아니다. 진리는 예수님을 더 깊이 아는 것, 그리고 그분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다. 예수님 사랑의 증거는 말이 아니라 삶이다. 기도를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성경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만나는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본당에서, 직장에서,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기다려 주고, 조금 더 용서하는 것. 바로 거기서 성령께서 일하신다.

 

우리는 흔히 성령을 아주 특별한 체험이나 은사로만 생각한다. 물론 그런 모습도 있지만, 사실 성령은 훨씬 더 일상적으로 우리 안에서 일하신다. 화를 내고 싶은 순간 한 번 참게 하시는 힘, 미워하던 사람을 다시 이해하게 하시는 마음, 포기하고 싶을 때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용기, 그것이 다 성령의 작용이다. 그러니 성령은 멀리 계신 분이 아니다. 우리 삶의 아주 현실적인 자리에서 일하시는 하느님의 숨결이다.

 

예수님 사랑의 증거는 말이 아니다.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사람 더 이해해 주고, 한 번 더 용서하고, 한 번 더 참아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의 고백이다. 사랑은 결국 행동으로 드러난다.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면 희생이 자연스럽다. 좋은 것은 자녀에게 주고 싶고, 힘든 것은 대신 짊어지고 싶다. 당연히 사랑하기 때문이다. 하느님도 마찬가지이다.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기에 그냥 두지 않으신다. 성자를 주셨고, 성체를 주셨고, 십자가 위에서 끝까지 사랑을 보여주셨고, 마침내 성령까지 보내 주셨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을 다 주셨다. 남겨두신 것이 있다면, 아마 우리의 응답뿐일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성령이 활동하시도록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가? 아니면 내 고집, 내 판단, 내 단죄로 성령의 길을 막고 있는가? 성령은 분열시키지 않고 연결하신다. 성령은 미워하게 하지 않고 사랑하게 하신다. 성령은 벽을 세우지 않고 다리를 놓게 하신다. 그러므로 성령을 받은 사람의 특징은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함께 있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외로운 사람 곁에 머물러 주고, 상처 입은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누군가가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느끼게 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성령의 사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먼저 성공도, 능력도, 인정도 아니다. 먼저 성령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성령 안에 머무르면, 여전히 힘든 일은 있지만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된다. 눈물은 흘릴 수 있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두려움은 올 수 있지만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님의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겠다.

 

 

이번 한 주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작은 성령의 위로가 되어주자.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용서 한 번, 관심 한 번, 미소 한 번이 그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현존이 될 수도 있다. 성령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어 우리 삶 전체가 부활의 희망과 사랑을 전하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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