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우리 성당 야외미사 하는 주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날은 날씨가 괜찮지만, 주일에는 어떨까 싶어 조금은 걱정이 된다. 올해는 제발 공원에 가서 신자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 복음에는 대조적인 두 부류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쪽에는 스스로 ‘안다’고 자부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아이들’이 있다. 당시의 똑똑한 이들은 종교적 지식과 법을 꿰뚫고 있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다. 반면 철부지들은 법을 제대로 배우지도, 다 지키지도 못해 늘 주눅 들어 살던 소외된 이들이자,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하느님은 당신의 깊은 신비를 똑똑한 이들이 아니라 철부지들에게 보여주셨다.
사실, 하느님 앞에 가장 완벽한 ‘철부지 어린아이’로 사셨던 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똑같은 신성을 지니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당신을 완전히 비우고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오셨다. 제자들의 더러워진 발을 직접 씻겨주기까지 하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이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 11,29-30)
여기서 말하는 ‘온유함’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단하고 부드러운 마음이며, ‘겸손’이란 나를 끝없이 낮추는 태도다.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님을 삶의 주인으로 모신다면, 매 순간 내 생각보다 그분의 마음을 먼저 품어야 한다.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예수님이시라면 지금 어떻게 하셨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모르면서 아는 체하는 것은 심각한 병이다. 예수님 시대의 기득권층들은 이미 자기 지식과 경험으로 꽉 차 있어서, 예수님의 새로운 가르침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 자기가 최고라고 믿는 교만이 눈을 가린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흙 수저라 불리던 평범하고 못난이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복잡한 계산이 없었다. 머리를 굴리지 않고 선포되는 말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단순함과 겸손함이 있었다.
오늘날 세상도 비슷하다. 조금 더 가졌다고 남을 이용하려 들고, 자기 자리를 지키려 서로를 깎아내리는 거친 세상 속에서, 하느님은 머리로 계산하지 않는 투명한 영혼들을 신뢰하신다. 지식이 많아지는 것이 타인을 판단하는 날카로운 무기(병)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머리 지식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상대방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그 감정에 깊이 공감하며, 마침내 내 삶이 그로 인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히브리인들은 남녀가 혼인을 통해 이루는 가장 깊은 영적·육체적 결합을 표현할 때도 이 ‘안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따라서 하느님이 우리를 ‘아신다’는 것은 당신의 아낌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가득 채워주신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안다는 것은 곧 사랑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를 가장 잘 아는 아들이시다. 그리고 이제 그 아들이 우리에게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온 삶으로 보여주신다. 우리가 그 하느님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자세는 바로 ‘어린아이와 같은 마음’이다.
어린아이는 부모 앞에서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알기에 온전히 부모에게 의지하고, 따지지 않고 신뢰하며 따라간다. 이 완벽한 의탁이 바로 겸손이다. 우리가 영적으로 단순해질 때, 하느님의 뜻은 더욱 선명하게 우리 마음을 파고든다.
하느님은 겉만 번지르르한 전문가들에게는 당신을 감추시고, 당신을 간절히 필요로 하는 철부지들에게 당신을 통째로 드러내 보여주셨다. 이 예수님을 진짜로 만나고 알게 된 사람들은 이제 세상이 줄 수 없는 참된 위안과 안식을 누리게 된다. 하느님의 법은 우리를 얽매는 쇠사슬이 아니라, 실천하면 할수록 우리 영혼에 깊은 자유와 기쁨을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자연 안에서 서로를 기쁘게 하는 사랑의 야외 미사였으면 한다.
해서 오늘 내 안의 복잡한 계산기와 교만을 내려놓고, 그분의 마음을 닮으려 노력하는 은총을 청해보자.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예수님, 저희 마음을 주님의 마음과 같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