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나

혹시라도 내가
훗 날
그 못쓸 치매에게 붙들려
마주친 그대마저 몰라보고 저만치
가로질러 지날지라도
행여나
서운타 노여원 마셔요
저 시절
우린 퍽이나 가까웠던 사이잖소
내 가슴 깊은 안엔 그대 숨어 있으리이다

혹시라도  내가
훗 날
그 못쓸 치매에게 붙들려
어릿광대 둘러 치고 우스꽝스레 굴지라도
행여나
모른다 첨 본다 그러진 마셔요
내 행실이 바르던 저 시절엔
우린 함께 만든 추억도 여럿 있을 거외다

혹시라도 내가
훗 날
그 못쓸 치매에게 붙들려
멍하고 억울하여 풀어진 눈동자로
허공만 바랄지라도
행여나
날 잊은 이, 버린 이라 내치진 마셔요
우린 한 여름
찬란한 뙤약 아래
손 잡아 함께 주님 찬미도 했었거늘
그대
제대 앞에 무릎꿇어 두 손 모을 일 있거들랑
날 위한 기도
한 토막쯤 잊지말고 그 안에 끼워주오
거기에 가면 나도
기운이 맑아지는 그 날엔
그댈 위해 기도하리이다  

                                                          * *

양로원엘 들리는 날엔, 그안에 앉아 있는 여러 할아버지를 봅니다.
그 안에 앉을 수도 없어 누워있는 여러 할머니를 봅니다.
그들을 바라보며 그분들의 얼굴에서 그분들의 눈동자에서 그분들의 마음을 읽어봅니다.
몸은 아프고 그래서 마음도 괴롭고 그래서 어서 그자리에서 해방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을지요. 아니면 모두 제 할 일도 많고 제 살 길도 바빠서 찾아와 만난지도 하 오래된 아들 딸 손주들, 그래서 그들이 그립고 또 서럽고 그런 마음들을 다독거리고 있을지요. 그도 아니면 저 아득히 먼 지난 시절에 편안하고 즐거웠던 그래서 좋았던 낭만의 시간들을 돌아보고 다 지나간 이제 쓸 데도 없는 낡아빠진 추억거리를 기억속에서 떨어내려고 머리를 흔들고 있는 것일지요.

눈 앞에 닥친 현실을, 아프고 괴로운 지금의 처지를 부정하고 반발하는 마음도 봅니다.
하느님께 반발까지는 아니더라도 빨리 어서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해 주셨으면 그것만을 바라는 마음도 보게됩니다.
보는 이의 마음도 다 안타깝다는 생각에 함께 서글퍼지나 싶습니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그분들의 마음에서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나도 어느날 그네들 틈바구니에 한 몫 끼어 앉아 있을 때에, 그들 사이에서 누워 있게 되는 그 시간에 나는 어떤 마음이되어 어떤 생각을 하며 있을까를 지금 생각해 봅니다.

나라고 별나고 다를 바 없을 것이라 쉽게 내다봅니다.

그런데 한편, 내 생각도 아니고 내 마음도 아니고 나의 주님은 나에게 어떤 마음과 그리고 생각을 갖기를 바라실까 그것을 헤아리고 싶어집니다.
아마도 하느님은 지금을 그대로, 현실을 그대로, 주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이 어렵고 힘들지라도 참아 받고 순응하여 나의 한 부분으로 녹여서 그 것과 함께 가면서 그 때가 되면 나의 주님을 뵙게될 것이라는 (희망)을 간직한채 그래서 그 희망이 있기에 나의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모을 수만 있다면 지금의 어려움도 어느만큼은 엷어지고 기쁨조차 이루게되지 않을까 그런 꿈을 야무지게 꾸어보면서 그 분들을 위해 또 저 자신을 위해 주님께 기도 한 토막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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