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야 밥 먹어라~~!
집집마다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동네가 어둑어둑해지면 사방에서 "아무개야 밥 먹어라"하던 어머니들의 외침이 메아리처럼 이곳 저곳에서 울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정신없게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가난했지만 정겨웠던 기억입니다.
"진지 잡수셨어요?" "그래, 너 밥 먹었니?" 어린 시절 동네에서 어른을 만날 때 드린 인사말이었습니다. 지금은 밥 먹었냐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았을 시절 밥 굶는 것을 예사로 지내던 시절의 인사말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굶기를 밥 먹듯이 해서 이런 이렇게 인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식사는 식구(食口)들이 하는 행사입니다. 예전에는 동네 어르신들은 모두의 어르신이었고, 어르신들에게도 아무개 아이는 내 자식처럼 생각되었기에 그런 인사말이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먹는 것을 염려하던 시절이었지만, 먹어야 산다는 원초적인 의미보다 한 솥밥을 먹는 것은 친교라는 생각이 들자 "진지 잡수셨어요?"하는 물음은 친교와 사랑이 넘치는 인사말이었지 싶습니다.
‘식구’라는 의미를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해주는 것은 함께 ‘식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가정이 교회였고 교회가 가정이었는데 초대교회에서는 빠짐없이 식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날마다 한마음으로 성전에 열심히 모이고 이 집 저 집에서 빵을 떼어 나누었으며, 즐겁고 순박한 마음으로 음식을 함께 먹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서 호감을 얻었다." (사도행전 2,46-47)
오늘은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에게 나타나신 후 “와서 아침을 먹어라.”하신 것처럼 오늘도 주님께서 우리를 먹이심을 기억하며 그분의 사랑을 기억하는 축일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식구가 되어 밥 먹어라 하시는 그분의 초대를 우리는 기념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며 주님께서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주셨던(고린토 1서 11,23) 주님을 만납니다. 우리가 주님의 식구가 되어 그분의 만찬에 참여함은 그래서 은총 중의 가장 큰 은총 아니겠습니까?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우리는 예수님께서 파스카의 잔치로 당신 교회에 남겨주신 신비에 온전히 참여케 됩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 되도다." 즉, 예수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죽음을 당하신 어린양임이 선포되고 예수님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이 구원의 잔치에 우리가 초대받았음을 알리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식구가 되어, 주님의 식탁에 그분과 함께 앉아 그분을 받아 모시는 이 엄청난 신비에 우리가 참여하게 되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기억하라는 교회의 선포입니다.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들을 살릴 것이다.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들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 (요한 6:53-57)
주님께서 주시는 당신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조건은 그분의 식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영성체를 모실 합당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초대 하시는 예수님 때문입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해서 우리는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드렸던 말씀을 기억하며 같은 고백을 합니다. "주님, 수고롭게 오실 것까지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집에(지붕 아래에) 모실만한 사람이 못 되며 감히 주님을 나가 뵐 생각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십시오. 그러면 제 종이 낫겠습니다. (루가 7,6-7)
우리는 우리게 오시는 그분의 사랑에 감사드리며 겸손히 “주여! 저는 죄인이기에 당신이 필요합니다.” 하는 기도가 합당할 것입니다. 이는 감히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하던 세리의 기도이기도 합니다. (루가18,13)
그분은 식구인 우리게 오시고자 하십니다. 예수님은 그분의 사랑으로 우리의 약점은 뒤로 한 채 조건 없는 사랑으로 우리와 친교와 일치를 이루고자 하십니다. 해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 하면 아멘으로 응답합니다. 따라서 성체를 받아 모시고 그분과 일치를 이루려 하는 것은 우리를 식구로 만들어 주신 그분의 사랑에 감사드리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개개인의 기도가 예수님 안에서 일치로 이루어질 때 사제는 “기도합시다!”라는 말로 영성체 후 기도를 시작합니다. 이로써 개개인의 기도가 사제의 권고로 교회의 기도가 되고 그 교회의 기도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께 바쳐지게 됩니다.
식구는 식사를 함께 함으로 친교를 나누고 더욱 깊은 친밀감과 소속감을 쌓아갑니다. 식사를 하면서 저마다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들이 허물어집니다. 또 식사를 함으로서 친밀감을 갖게 됩니다. 초대교회가 주님의 말씀으로 다져지고 주님의 일을 할 수 있음은 바로 이런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이루어낸 성찬례의 결과 입니다. 주님과 하나 되는 이 친교와 말씀의 선포는 우리가 아직까지 행하고 있는 성찬례의 참 의미입니다.
오늘 주님은 미사 성제 안에서 우리를 부르십니다. "아무개야 밥 먹어라"
– 김두진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