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6일 연중 제 17 주일 Fr.김두진(바오로)강론

7월 26일 연중 제 17 주일

어릴 적 소풍날의 ‘보물찾기’놀이를 기억하시는가? 보물을 찾았을 때의 그 짜릿한 기쁨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돌아보면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다칠 만한 위험한 곳이나 까마득히 높은 곳에 보물을 숨기지 않으셨다. 아이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나뭇잎 뒤, 평범한 돌멩이 아래처럼 ‘가장 가까운 곳’에 두셨다. 정작 보물은 내 눈앞, 가장 평범한 자리에 놓여 있었는데도 아이들은 엉뚱하게 가시밭길을 헤매거나 높다란 나무 위를 두리번거리다 허탕을 치곤했다. 우리 신앙생활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종종 특별하고 거창한 체험에서 하느님을 찾으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상과 성경 말씀이라는 평범한 밭 안에 최고의 보물을 숨겨두셨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 “내가 너에게 무엇을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신다. 보통 사람이라면 수명의 연장(장수), 엄청난 재물(부귀), 혹은 나를 괴롭히는 원수를 없애 달라고 청했겠지만,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솔로몬은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1열왕 3,9)라고 한다. 여기서 ‘듣는 마음’이란 단순히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태도만을 뜻하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겸손하게 분별하려는 마음이다. 솔로몬은 백성을 잘 다스리는 통치력과 지혜가 자신의 똑똑함이 아닌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는 데서’ 온다는 진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느님께서는 이 청원에 크게 기뻐하시며, 그가 구하지 않은 부와 영광까지 덤으로 올려주셨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를 말씀해 주신다. 첫 번째로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일꾼의 비유가 있다. 고대 이스라엘은 전쟁과 침략이 빈번했던 지역이다. 은행이 없던 시절이라 사람들은 소중한 재물을 항아리에 담아 땅속 깊이 묻어두곤 했다. 주인이 전쟁 중에 사망하면 그 보물은 오랫동안 땅속에 잊힌 채 남게 된다. 어느 날 남의 밭을 갈던 가난한 일꾼이 밭을 갈다가 그곳에서 뜻밖의 보물을 발견한다. 일꾼은 그 길로 돌아가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팔아 그 밭을 샀다. 이 행동은 운이 좋아서 횡재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 이 보물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을 즉시 알아보고 단호하게 결단한 지혜를 말한다.

 

두 번째 비유의 상인은 수많은 진주를 접해본 전문가다. 당시 유다사회에서 ‘진주’는 행복과 삶의 지혜(모세오경)를 상징했다. 그는 평생을 바쳐 찾던 ‘가장 값진 진주’를 발견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자신이 가진 모든 진주와 재산을 팔아 그것을 손에 넣는다.

 

우리가 찾아야 할 보물과 진주의 정체는 성경말씀이다. 우리가 성경 안에서 발견해야 할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구원의 말씀’이다. 가진 것을 다 판다는 것은 나에게 구원의 기쁨을 주는 그리스도를 얻기 위해, 이제껏 고집해 온 나의 이기적인 삶의 방식, 작은 탐욕, 게으름을 기꺼이 포기함을 뜻한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로마 8,28)고 말한다. 우리가 하느님을 찾아낸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당신 자녀로 택하시고 불러주셨다. 이것이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다. 그러나 내 힘만으로는 성경 말씀이 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다. 성령께서 우리 마음을 열어 주셔야(1코린 12,3) 비로소 말씀 안에 담긴 그리스도라는 진주를 알아볼 수 있다. 삶에서 시련과 탄식이 찾아와도,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보물(하느님의 뜻)을 선택하는 이들에게는 결국 모든 상황이 합력하여 구원이라는 최고의 선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종종 신앙생활을 친목 도모나 여가 활동쯤으로 가볍게 여길 때가 있다. 여유가 있으면 가고, 바쁘거나 귀찮으면 뒤로 미루는 계모임처럼 다루기도 한다. 하지만 참된 신앙생활은 영원한 생명이라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단호하고 위대한 결단이다. 성경은 그리스도라는 보물이 묻혀 있는 ‘밭’이다. 그리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땅을 파헤치며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말씀대로 살려고 애쓰는 것은 내 게으름과 핑계를 팔아 ‘진짜 보물을 내 삶으로 만드는 투자’가 된다.

 

보물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보물이어야 하고, 가족과 이웃이 서로에게 보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빛나는 보물은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살아있는 말씀이다. 이번 주, 밭에 묻힌 보물과도 같은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마음 깊이 되새기며, 하느님의 뜻을 위해 나의 작은 편안함을 기꺼이 내려놓는 우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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