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귀의 변

당나귀의 변

 

당나귀와 임금님의 이야기를 잘 아실 것입니다. 돌아가신 김 수환추기경님께서 하셨던 말씀인데, 추기경님께서도 누구에게 들어서 하신 말씀인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셔서 하신 말씀인지 모릅니다만, 대충 이런 내용 입니다

 

임금님을 태우고 다니던 당나귀가 늘 자기에게 절하는 줄 알고 기분 좋아했는데 하루는 당나귀 혼자 밖을 나가니 사람들이 아는 체도 안 하더라. 화가 난 당나귀가 사람들을 치고 박고 날 뛰다가 결국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렇습니다. 사제는 예수님을 모시고 돌아다니는 당나귀입니다. 사람들이 인사하고 절하고 경의를 표하는 것은 사제들에게 한다기보다는 사제의 등에 올라타 계신 예수님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제가 등에 계신 그분을 잊고 사람들에게 날뛸 때 이런 질책을 듣게 됩니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강론을 할 때마다 늘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에 대한 책임 입니다. 사제가 하는 말씀 선포는 제 경우를 보면 신자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내 스스로에게 하는 요지가 더 많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자는 말이 요지의 핵심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제인 저도 사람인지라 실수를 하고 또 내가 한말에 책임을 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내가 당나귀라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절하는 것이 내가 모시는 분께 하는 것임을 알면서도 바보 같은 당나귀의 마음으로 우쭐거릴 때가 많습니다. 겸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말씀이지요. 내가 당나귀인줄을 알고 사는 것이 겸손일 텐데 당나귀인줄 모르고 임금 행세 했으니 낭패 보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내리시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게 뜨끔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당나귀의 마음 때문일까요?

 

하지만 사제가 하는 말은 다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 실행하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물론 말하는 나 자신도 실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니 말은 듣되, 저의 행실은 본받지 마십시오. 사제도 인간으로 약점이 있고 또 잘못하고 살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모두 지키고 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싶습니다. 해서 좋은 말은 다 들어야 하지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다 그렇게 살 수 없음도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당나귀는 그저 당나귀입니다. 하지만 임금님을 모시는 당나귀가 임금님을 생각지 못한다면 보통 당나귀보다 더 큰 벌을 받게 될것입니다. 해서, 높은 사람이 되려거든 먼저 섬기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구의 덕에 높아졌든 우리 모두가 당나귀라면 등에 모신 그분을 섬기고 그분께 절하는 모든 이들을 섬기는 것이 복음이 우리게 원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Fr. 김두진(바오로)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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