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주일 대림 3주
세상이 징글벨을 노래하며 반짝거리고, 교회도 핑크로 물들인 초에 불을 켭니다. 우리 성당에는 없지만 사제도 이날 특별히 핑크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지내도록
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입는 핑크빛 제의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 입어보고 싶습니다. 핑크는 여성들이 좋아하는 색이고 여성적 색감입니다. 왜 교회가 유
독 여성들이 좋아하는 핑크빛으로 장식하며 대림 3주일을 맞이할까 생각하다가 모성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돌보고, 보살피며, 착하고 협동적인 모습이 모성애라
생각하니 여성의 색깔인 핑크로 치장한 교회가 이런 모성애를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교회에서는 아니지만, 한국천주교회
는 대림 3주일을 자선 주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런 모성애를 가득담은 교회가 되자는 것이 아닐까하는 어쭙지않은 생각도 해 봅니다.
핑크빛 때문일까요? 아니면 겨울에 찾아든 따뜻한 날씨 덕일까요? 예수님이 오시는 것을 기다리면서 콧노래도 나오고 마음도 푸근해지는 따뜻한 마음입니다.
죄 많은 우리들을 구원하실 구세주께서 이 땅에 오시는 성탄이 가까이 왔음을 기억하면서 우리 모두가 요한 세례자처럼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
차 없다"고 자신을 낮추면서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또 교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세상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권고하면서 기쁜 소식을' 선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져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 세례자가 백성에게 전하고자 하는 기쁜 소식, 기쁨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루카 3,10)하고 물었던 이스라엘 백성처럼 우리도 갈수록 혼탁해져가는 세상에서 '그러면 저희가 그리스도의 백성으로서,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어떻게
해야 합니까?'하고 요한 세례자에게 자문을 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얼마 전 파리에서의 끔찍한 피의 금요일도 그렇고, 또 그 테러와의 맞대결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 흘려야 할까요? 우리가 이렇게 징글벨을 노래하며
흥겨워하고 있을 때 따뜻한 날씨가 하느님의 선물이라 좋아하고 있지만 선물을 준비 못하는 어떤 이웃에겐 징글벨의 노래가 징그럽게 들릴 수도 있고, 겨울임에도
날씨가 좋아 따뜻하다고 좋아하는 우리완 달리 밤에는 추워 잠 못 자고 울고 있을 이웃이 있음도 알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우리들이 아무것
도 할게 없다면, 그따위 것에 아무런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앞서 말씀드린 주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여러 가지 권고'로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을까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말씀을 증언하고, 어떻게 진리이신분이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일지 먼저 생각해 보지 않는다면 그저
흥청망청 상업적 성탄에 묻어 지나가는 세상과 다를 바 없지 싶습니다. 제대로 나누고 섬기는 삶을 살지 못하다가 혹시 "독사의 자식들아"(루카 3,7)하며 요한 세례
자에게 혼쭐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저 말로만 "주님, 주님"하고 외치면서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우리는 요한 세례자가 외친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 버리실 것이다"라는 따가운 질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입니다.
오늘 요한의 권고를 생각해 봅니다. 옷 두 벌 가진 사람이라면 그리 넉넉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해서 가진 것이 많아서 남는 것을 줘버리는 것이 아니라 빠듯하면
서도 나보다 못한 이들에게 내어 줄줄아는 넉넉함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먹을 것이 넘쳐나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기 전에 이웃에게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궁핍
한 마음을 먼저 버려야겠습니다. 등쳐먹지 말고 (속이지 말고) 정한대로만 받고, 힘 있다고 으스대며 거들먹거리지 않으며 만족 하는법을 배우라 외치는 광야의 소
리를 우리는 어떻게 알아들어야 합니까? 가진자들이 판치기에 없는 이들이 점점 내몰리는 이 땅에, 하느님이시고 말씀이시면서 사람이 되신 주님께서 오십니다.
그분의 백성이면서 자녀인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분을 맞아 들여야 할까요? 또 울고 있는 이웃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권고하면서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할까 생각
해 보지 않는다면 핑크의 따뜻함도 아름다운 색감도 그저 화려한 치장에 불과할 것입니다. 핑크 주일에 야고보 서간의 말씀을 기억합시다.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
이 되십시오. 말씀을 듣기만 하여 자신을 속이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사실 누가 말씀을 듣기만 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그는 거울에 자기 얼굴 모습을 비추어 보
는 사람과 같습니다. 자신을 비추어 보고서 물러가면, 어떻게 생겼었는지 곧 잊어버립니다."(야고 1,22 -24).
그렇습니다. 말씀이신 분이 곧 우리 가운데 오시니,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는 그 말씀을 받아들여 입으로 고백하고 삶으로 증거하 는 참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말씀'이시고 '기쁜 소식' 이시며 세상을 구원해 주실분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여쭙고 살아야 합니다. 이 자비의 주일에, 아니 이 핑크빛 주일
에 말입니다.
– Fr. 김 두진(바오로) –